디지털 성범죄 게시물, 신고해도 66%는 방치된다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 신고해도 66%는 방치된다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6.30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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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n번방 방지법 도입 후 디지털 성범죄 현황 점검
삭제 등 조치 34%에 그쳐...신고 후 조치까지도 7일 이상
서울시는 시민감시단의 점검을 통해 4개월간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을 1만6455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서울시는 시민감시단의 점검을 통해 4개월간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을 1만6455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서울시의 점검 결과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을 신고해도 약 66%는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온라인 플랫폼들이 성범죄 게시물에 대한 강력하고 신속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9일 서울시는 지난 4개월간 ‘디지털 성범죄 시민감시단(이하 감시단)’이 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 다음·네이버·구글 등 국내외 포털 등 35개 온라인 플랫폼을 모니터링한 결과,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을 총 1만6455건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모니터링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로 인터넷 환경에서의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됐다.

감시단은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한 성범죄 게시물을 해당 플랫폼에 신고한 뒤 삭제가 얼마만에 이뤄지는지, 신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등을 점검했고, 이를 성균관대학교 과학수사학과 김기범 교수 연구실이 분석했다.

그 결과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 1만6455건 중 66.1%(1만871건)은 신고 후에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시물 삭제, 일시제한, 일시정지 등 조치가 이뤄진 것은 33.9%에 그쳤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온라인 플랫폼별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정의가 상의하고, 신고된 게시물을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n번방 사건 이전보다는 소폭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19년 감시단 활동 결과에서는 신고 후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게시물이 77.2%에 달했다.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을 신고해도 66.1%는 삭제되지 않았으며, 삭제되더라도 42.5%는 7일 이상 걸리는 등 긴 시간이 소요됐다. (사진/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을 신고해도 66.1%는 삭제되지 않았으며, 삭제되더라도 42.5%는 7일 이상 걸리는 등 긴 시간이 소요됐다. (사진/서울시)

또 신고 후 조치가 이뤄지기까지 처리 속도도 다소 느린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후 조치까지 7일 이상 걸린 경우가 42.5%로 가장 많았고, 1일 이내 처리가 20.1%, 2일 이내 처리가 7.9%로 뒤를 이었다.

해외 플랫폼과 국내 플랫폼의 신고 체계 특징에도 차이가 있었다. 신고에 대한 처리 결과를 통보하는 비율은 해외 플랫폼(50.2%)이 국내 플랫폼(40.3%)보다 더 높았지만, 신고 게시물에 조치하는 비율은 국내 플랫폼(37%)이 해외 플랫폼(23.1%)보다 더 높았다.

이에 감시단은 “해외 플랫폼은 신고 통보가 바로 왔지만, 신고 항목이 다소 기본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정확한 신고 사유를 담아내지 못해 실제 삭제는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반면 국내 플랫폼의 경우 신고 게시물에 대한 기준이 좀 더 엄격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삭제 조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게시물을 유형별로 보면 ▲신체 노출 사진 유통·공유(70.8%) ▲아동·청소년 노출 사진 유포(42.9%) ▲유명인이나 지인의 사진을 성적 이미지로 합성·도용(25.0%) ▲성관계 등 불법 촬영(22.0%) ▲유포 협박 등 성적 괴롭힘(19.6%) ▲온라인 그루밍(11.5%) 순으로 많았다.

감시단은 디지털 성범죄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계정 이용 중지나 폐쇄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로드 단계에서부터 성범죄 게시물을 차단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신고의 기능·편의성·접근성을 향상하며, 삭제·차단 등 조치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디지털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의 적극적인 삭제 조치가 필요하다”며 “서울시는 시민, 플랫폼 운영 기업 등과 함께 보다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예방부터 피해자 지원에 이르는 통합적인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열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상담부터 게시물 삭제 지원, 피해자 심리상담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센터에서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개발해 운영 중인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이 활용된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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