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청소노동자 소송 논란...방관하는 학교에 비판 목소리
연세대 청소노동자 소송 논란...방관하는 학교에 비판 목소리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7.14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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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소음에 피해 입었다며 청소노동자 고소한 재학생
노조 “학생과 우리가 대립할 문제 아냐...학교가 나서야”

임금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퇴직 인원 충원 등 요구
학교 안팎 연대 움직임 이어져...졸업생 변호인단 구성도
지난 6일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학생들이 서울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가운데, 한 청소노동자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6일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학생들이 서울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가운데, 한 청소노동자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연세대학교 일부 재학생이 집회 소음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청소노동자를 고소한 사건이 여전히 논란이다. 청소노동자들과 관련해 연대 움직임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연세대 측에 대한 비판이 거세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연세대 재학생 3명, 청소노동자 고소·고발

지난 5월 9일 이동수(23) 씨를 비롯한 연세대 재학생 3명은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노조)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사전 신고 없이 집회를 진행했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집회의 소음으로 인해 수업을 방해받았고, 정신적 피해도 입었다는 취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어 이들은 지난달 17일 김현옥 노조 연세대분회장과 박승길 부분회장도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소장을 통해 이들은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과 진료비 등 명목으로 총 638만6000여원을 요구했다.

앞서 고소인 조사를 받은 이 씨는 “집회 대부분이 피켓을 들고 확성기로 민중가요를 트는 식으로 진행됐고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는 등 정치적 성격이 명백한 구호를 외치는 부분도 있다”며 해당 집회가 정치적 목적을 지닌 집회라는 취지에서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소속 최인호(21) 관악구의원 역시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이동수 학생과 함께 하겠다. 정당하지 않은 요구를 반사회적인 방법으로 투철시키려는 민주노총의 노동자 탈을 벗겨내겠다”고 적었다. 다만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현장에) 제가 가보진 않았다. 이동수 학생을 비롯한 연세대 학생들에게 들었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집회 이유는

학생들의 고발 논란을 불러온 청소노동자들 집회 이유는 임금 인상과 인원 미충당으로 인한 업무강도 문제 등이다.

노조는 지난 3월 말부터 매일 11시 30분에 모여 1시간가량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임금 440원 인상 ▲정년 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휴게실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해왔다. 앞서 지방노동위원회가 연세대를 포함한 13개 대학에 대해 청소노동자는 400원을, 경비노동자는 420원을 인상하라는 권고안을 냈지만, 원청인 연세대학교와 용역업체는 200원 인상안을 고수하면서 집회가 시작됐다.

현재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시급은 9390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인 9620원보다 230원 적은 수준이다. 아울러 올해 초 정년 퇴직자 3명이 발생한 뒤 7개월이 지났지만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남은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도 높아졌다. 이에 노조 측은 임금을 440원 올려 최저임금 인상액과 유사한 수준으로 맞추고, 퇴직자 만큼의 충원도 신속히 해달라고 요구를 이어왔다.

열악한 휴게시설 개선도 노조의 요구사항 중 하나다. 몸을 쓰는 노동인 만큼 땀을 많이 흘리는데도 전체 70여 개 건물 중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샤워실은 전무한 상황이다. 김현옥 분회장은 “내년부터 당장 모든 건물에 샤워실을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거점별 하나씩이라도 샤워실을 설치해서 땀 흘리며 일한 노동자들이 씻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현옥 분회장은 “이렇게 소송당한 게 처음이라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는 학생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우리들에게 학생들은 자식같은 존재”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분회장은 “우리도 을이고, 학생들도 을이다. 갑은 학교다. 사장인 학교가 해결해야 한다. 애초에 학교가 나섰다면 이런 논란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학교가 각성하고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서울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문 앞에 '당신이 부끄러웠으면 좋겠습니다 :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공동체원들께'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일 서울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문 앞에 '당신이 부끄러웠으면 좋겠습니다 :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공동체원들께'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청소노동자 투쟁 연대 움직임...학교 방관에 비판도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는 “사람답게 대접받고 싶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향한 혐오가 번지고 있다”며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로 과대 대표된 혐오에 맞서기로 했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 모두가 청소노동자의 노동에 빚을 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냈다.

지난 7일에는 서울지역의 노동단체·시민단체·정당 등 390여 개 단체로 등이 모인 ‘너머서울’은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노동자들이 수업권 침해로 학생 3명에게 고소당할 때까지 학교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약자에게 화살을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다. 학교가 진정성 있게 교섭에 나서기만 했어도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이리 길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연세대 졸업생 법조인 26명으로 구성된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소송대리인단(이하 대리인단)’이 꾸려졌다. 대리인단은 “승소가 아닌 좋은 끝맺음이 목표다. 이 문제는 청소노동자의 용역 대금을 결정하는 원청인 연세대학교가 풀 수 있는 문제다. 연세대 당국은 최종 책임자로서 이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원고가 소송을 취하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노동자와 학교 간의 갈등은 연세대에서만 진행되는 문제는 아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따르면 현재 10개 대학 분회 소속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임금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연세대와 고려대, 성신여대, 덕성여대, 숙명여대, 카이스트 서울캠퍼스 등 6개 대학에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연세대 측은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입장 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바에 따르면 연세대의 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5800억원에 달한다. 이에 공동대책위는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액에 드는 비용이 5억5000만원 수준으로, 연세대 전체 적립금의 0.09% 남짓이라고 지적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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