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과몰입 시대, 과도한 일반화 금물
MBTI 과몰입 시대, 과도한 일반화 금물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07.24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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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반이 해본 MBTI, 16가지 유형 신뢰도 높다
미국 CNN “한국 젊은이들 심리 기댈 곳” 조명
기업 마케팅‧채용 공고부터 정치판까지 MBTI 활용

[한국뉴스투데이] 사람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누는 심리검사의 일종인 MBTI가 최근 하나의 흥밋거리를 넘어 과몰입 열풍으로 번졌다. 특히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며 젊은 층의 관심을 끌기 위한 기업의 채용 과정이나 정치에까지 MBTI가 등장했다.

이에 따라 MBTI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MBTI를 비롯한 성격 유형 검사에 과몰입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성격을 단순한 잣대로 규정하는 또 다른 형태의 차별과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절반이 해본 MBTI, 16가지 유형 신뢰도 높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미국 심리학자 캐서린 브릭스가 홈 스쿨링을 통해 그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을 교육하던 중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성격유형 이론을 근거로 만든 심리검사다.

이들이 구분한 성격유형은 ‘에너지 방향’, ‘인식 기능’, ‘판단 기능’, ‘생활 양식’의 네 가지 경향으로 구성된다.

에너지 방향은 외향형(Extroversion)-내향형(Introversion), 인식 기능은 감각형(Sensing)-직관형(iNtuition), 판단 기능은 사고형(Thking)-감정형(Feeing), 그리고 생활 양식은 판단형(Judging)-인식형(Perceiving)으로 구분한다. 4쌍(8가지)의 지표 중 좋아하는 쪽을 조합하면 총 16종류의 성격 유형이 나온다.

지난해 말 한국리서치의 조사결과를 보면 18세 이상 우리 국민 중 52%가 MBTI를 해 본 적이 있다고 했고, 이 중 18세에서 29세의 국민은 90% 이상이 이 검사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30대도 75%, 40대는 53%, 50대도 40% 가까운 국민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검사 경험 응답자의 83%가 MBTI로 확인된 본인의 성격 유형과 실제의 성격유형이 일치한다고 대답했다. 한번 테스트를 해본 사람들은 그 성격 유형에 상당한 신뢰를 보낸다는 것이다.

미국 CNN이 '왜 한국인들은 2차 세계대전 시대 미국의 성격 테스트에 빠졌나'라며 한국의 MBTI 열풍을 조명했다.(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미국 CNN이 '왜 한국인들은 2차 세계대전 시대 미국의 성격 테스트에 빠졌나'라며 한국의 MBTI 열풍을 조명했다.(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미국 CNN “한국 젊은이들 심리 기댈 곳” 조명
최근 미국 CNN은 지난 22일 한국의 MZ세대는 1940년대 만들어진 MBTI 테스트를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많은 한국 젊은이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람을 알아가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MBTI 유형과 잘 맞는 사람을 골라 만난다는 것이다.

서울의 대학생 윤모 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난 T(분석·논리적)와 맞지 않고 ESFP(친절하고 장난기 있고 적응력이 있는)와 잘 맞는 것 같다”며 궁합이 안 맞는 유형과 데이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생 이모 씨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MBTI 유형을 먼저 밝힌다며 “ENFP라고 말하면 다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기 때문에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자친구의 MBTI 유형이 자기와 잘 맞는다며 “우리는 1,000일 넘도록 함께 지내왔으니 검사 결과가 서로 잘 어울린다는 증거다”고 말했다.

CNN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MBTI의 인기가 많아진 이유를 두고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속감을 얻고자 하는 심리 역시 강해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치솟는 집값, 취업 경쟁 등의 상황에 내몰린 한국 MZ세대 사이에서 MBTI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기업 마케팅‧채용 공고부터 정치판까지 MBTI 활용
외신이 주목할 만큼 열풍인 MZ세대의 MBTI에 대한 관심을 기업과 정치판에서도 주목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MBTI 유형에 따라 어울리는 여행지 추천 서비스를 실시했다. 제주맥주는 각 유형을 새긴 맥주캔을 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새 차 살 때 유형’에 MBTI를 활용하며 신차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배달의 민족은 MBTI 열풍 초기인 2020년부터 MBTI를 패러디한 BMTI(배민유형지표)이란 배달음식 주문유형을 지금까지 주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형화를 시켰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배달음식 주문의 재미를 주고 결과를 SNS에 인증한 사용자에게 쿠폰을 지급해 매출 상승을 유도한 바 있다.

삼양라면의 인기 상품 불닭볶음면도 맵찔이 (매운맛에 약한 사람)의 성격 유형별 불닭볶음면 먹는 상황을 재미있게 영상으로 정리, MBTI 열풍에 올라탔다.

한 구인사이트에는 ‘열정적이며 혁신적’인 ENFP를 찾는다는 마케팅직 모집 공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특정 MBTI 성격 유형은 지원하지 말라거나, 혹은 특정 유형을 선호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MBTI가 이슈가 됐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MBTI가 ENFJ(정의로운 사회운동가)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당내 경선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향이 I(내향형)라는 것을 암시했다. 안철수 후보는 그때그때 바뀌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심상정 후보는 ENTJ(대담한 통솔자)라고 전해졌다.

검사 일관성‧정확성 의문, 과도한 일반화는 금물
이런 MBTI의 인기 속에 전문가들은 과몰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MBTI는 전문적인 심리 검사에 비해 전문성이 낮고 일반화하기에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두 번 연속으로 테스트하는 경우 다른 결과가 나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다. MBTI는 개인의 성격을 나타내는 지표일 뿐인데, 과몰입으로 인해 취업이나 인간관계 등에서 차별이나 혐오로까지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MBTI 업체인 마이어스-브릭스 컴퍼니조차 현재 한국의 MBTI 활용법에 주의를 당부했다.

마이어스-브릭스 컴퍼니의 아시아태평양 총괄인 캐머런 놋은 한국의 MBTI 인기에 대해 “매우 만족스럽다”면서도 “자신과 잘 맞는 연애 상대방을 찾기 위해 MBTI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모두 '반대에 끌린다'는 표현을 알지 않느냐”며 “MBTI 유형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계를 단정지어버리는 것은 멋진 사람과의 흥미로운 관계를 놓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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