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제작가협회...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2.08.17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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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의 기회는 오는가... 강릉국제영화제 폐지

4회 개막을 불과 4달 앞둔 강릉국제영화제가 사라진다. 투입 대비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강릉시장의 의견에 따라 폐지한 것. 강릉시는 강릉국제영화제를 폐지하고 관련 예산을 출산장려정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17국제영화제는 지자체장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김홍규 강릉시장을 규탄했다.

2021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 포스터, 강릉국제영화제 제공
2021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 포스터, 강릉국제영화제 제공

문제의 발달은 지난 718일 시작됐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올해 강릉국제영화제 관련 예산 30억 원 가운데 약 27억 원을 회수하여, 출산장려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열릴 예정이었던 제4회 강릉국제영화제는 결국 폐지의 순서를 밟게 됐다.

김홍규 시장은 "1100명대 이상이었던 강릉시 한 해 출생 인원이 800명대로 떨어져 심각한 인구 감소가 우려된다""출산장려정책에 영화제에서 회수한 예산을 보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릉국제영화제는 시민이 원하지 않고 부정적이며 불만이 많았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러나 영화제와 관련해 일하던 직원은 강릉시가 흡수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김 시장은 "강릉시는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로 이제는 강릉 홍보를 위해 하는 사업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보여주기식, 실속 없는 행사, 일회성 행사는 예산 투입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예산을 지원하면 지역에 효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안 하는 게 낫다"며 영화제를 빗대어 언급했으며, "지역 효과 크기에 따라 투입 예산도 달라져야 한다"고 못 박아 말했다. 이에 따라 강릉국제영화제는 동력 없는 빈 열차처럼 선로에 멈춘 채 정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래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성명서 전문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4회 개막을 불과 4달 앞둔 강릉국제영화제가 갑자기 사라졌다. 투입 대비 기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강릉시장의 의견에 따라 폐지한 것이다.

폐지 결정 과정은 영화제 집행위원회 측과 사전 논의조차 없이 일방적이어서 황망하기 짝이 없다. 문향의 도시 강릉의 정체성을 살려 문학과 영화의 연계점을 축제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해 온 영화제 측과 제4회 개막을 기다려 온 해외 및 국내 영화인들과 관객들은 이 일방적 폐지 결정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강릉국제영화제는 3회를 치르는 동안 강릉시와 영화인들의 준비와 노력으로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던 참이었다. 일례로 영화계의 다보스포럼으로 꼽히는 강릉포럼은 어느 국제영화제도 해내지 못하는 국제행사로, 올해는 국제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칸베를린베니스 등 3대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개최를 불과 몇 달 앞두고 주최 측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스스로 먼저 깨고 만 상황이 야기되었다.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와 영화계, 시민과 관객이 함께 만들고 지켜가는 문화자산이다. 영화제의 존폐를 지자체장이 일방적으로 단칼에 결정하는 것은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관객들의 의사와 권리를 침해하는 반문화적 행태이다.

베니스베를린국제영화제 등은 7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약관을 넘긴 국제영화제가 몇 안 되는 우리의 국제영화제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가운데 강릉 외 다른 일부 지자체에서도 예산 및 행정지원을 내세워 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제영화제를 자신들의 전시품으로 간주하는 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계와 한국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일부 지자체장의 반문화적근시안적 행태를 성토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정치권의 오판을 더이상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바이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여성영화인모임,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영화협의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영화기술단체협의회, ()한국영화기획프로듀서협회,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 ()한국영화음악협회,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조명감독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학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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