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합의한 동성 군인 성관계 처벌 위헌” 의견 제출
인권위, “합의한 동성 군인 성관계 처벌 위헌” 의견 제출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8.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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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된 성관계도 처벌하는 군형법...3차례 합헌 결정
“명확성 원칙 등 어긋나고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한다”
실질적으로 동성애자 군인 불리하게 대우해 차별 해당
국가인권위원회가 합의된 성관계도 처벌할 수 있게 정한 군형법 제92조6에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가 합의된 성관계도 처벌할 수 있게 정한 군형법 제92조6에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군형법 제92조의6가 위헌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25일 인권위는 지난 24일 헌법재판소에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군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며, 동성애자 군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 조항으로, 합의 하에 이뤄진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처벌한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숱하게 받아왔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2002년, 2011년,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헌재에 해당 조항에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헌법소원심판청구 및 위헌법률심판청구 사건은 12건에 달한다. 인권위는 12건의 청구 건에 관해 헌법재판소에 이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

먼저 인권위는 “(해당 조항은) 범죄 행위의 주체와 객체, 행위의 장소, 행위의 성적 강도, 강제성 여부 등 범죄 구성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단순히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용어만을 사용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가령 이성 군인 간 항문성교, 부대 내가 아닌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항문성교, 성적 강도가 가벼운 접촉 등에 대한 법 적용은 국방부 내에서도 일관되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인권위는 “모호한 용어 사용으로 수사기관, 공소제기기관, 재판기관의 자의적인 법 해석 및 적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인권위는 ▲입법자가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 보호영역에 해당하는 성행위의 구체적 양태까지 규율하는 것은 불합리한 점 ▲이미 성폭력처벌법이나 군형법상 성범죄 조항들로 상대방 군인 의사에 반하는 항문성교는 처벌 가능한데도 항문성교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점 ▲자신의 성적 지향이 외부에 알려짐으로써 군인이 받게 될 실질적 불이익이 심각한 점 등 위헌의 근거를 짚었다.

또한 인권위는 “겉보기에는 객관적·중립적 기준을 사용했으나 특정한 인적 속성을 지닌 집단에 대해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러한 차등적 대우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유도 발견할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동성애자 군인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하고 나아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4월 대법원은 해당 조항에 의해 기소된 군 간부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한 경우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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