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신당역 역무원 살해’...스토킹범죄 심각성 재확인
【위클리포커스】 ‘신당역 역무원 살해’...스토킹범죄 심각성 재확인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9.17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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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간 스토킹하고 불법촬영물로 협박까지
검찰 9년 구형...1심 선고 하루 앞두고 살해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스토킹 특성 재확인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스토킹처벌법 강화 움직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전 직장동료인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모(31) 씨가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전 직장동료인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모(31) 씨가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3년에 걸친 스토킹·불법촬영·협박 등으로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을 구형받은 한 30대 남성이 1심 선고 하루 전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순찰 중이던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에 강력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스토킹범죄의 심각성이 재차 확인되면서 스토킹처벌법 강화 등 재발 방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년간 스토킹·불법촬영·협박...1심 선고 전날 살해

지난 14일 오후 9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었던 전모(31) 씨가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전 씨는 일회용 위생모를 착용하고 피해자를 1시간 10여 분간 기다렸다가 여성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화장실 비상벨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뒤 오후 11시 30분경 끝내 숨졌다. 범행 직후 전 씨는 부근에 있던 역사 직원과 시민 등에 붙잡혀 현장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전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계획한 지는 오래 됐다”고 밝혔고, 범행에 쓰인 흉기도 미리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씨는 지난 2018년 피해자와 함께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동기로, 이듬해인 2019년부터 스토킹을 시작했다. 전 씨는 약 3년간 350여 차례에 걸쳐 만남을 요구하는 등 연락을 취했다. 이에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전 씨를 고소했고, 전 씨는 고소 다음 날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체포 다음 날 경찰은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런데 이후로도 전 씨는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고소 이후부터 지난 2월까지는 불법 촬영물을 피해자에 보내며, 성적 요구에 응하거나 합의해주지 않으면 유포하겠다는 협박으로 20여 차례 연락했다. 이에 피해자는 지난 1월 전 씨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차 고소했다. 

그런데 이때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앞서 첫 고소 이후 경찰은 한 달간 피해자를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등록하는 등 안전조치를 실시한 바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가 원치 않아 잠정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 연계 순찰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또 안전조치 기간 도중 특이사항이 없었고 피해자가 연장을 원치 않아 한 달 이후 안전 조치는 종료됐다고 밝혔다.

두 번째 고소 이후 전 씨의 혐의가 인정돼 지난 2월과 7월 두 건은 각각 재판에 넘겨졌고, 두 건이 병합된 재판의 선고가 15일로 예정돼있었다. 앞서 검찰은 전 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한 상태였다. 전 씨는 지난해 10월 경찰 수사 시점부터 서울교통공사에서도 직위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전 씨가 선고 하루 전 앙심을 품고 보복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보복성이 확인될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등) 혐의가 추가 적용된다. 당초 15일 오전 서울서부지검에서 예정돼있었던 선고는 피해자의 사망으로 인해 오는 29일로 미뤄졌다. 

15일 신당역 여자 화장실의 모습. (사진/뉴시스)
15일 신당역 여자 화장실의 모습. (사진/뉴시스)

사내 연락망 접근 가능했다...서울교통공사는 황당 대응

범행 당일 오후 6시경 전 씨는 서울 지하철 6호선 구산역 고객안전실에 찾아가 자신을 불광역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직접 서울교통공사의 내부망인 ‘메트로넷’에 접속했다. 전 씨는 실제 직위해제 전까지 불광역에서 근무한 바 있었다. 메트로넷을 통해 전 씨는 피해자가 이날 신당역에서 저녁 야간 시간대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전 씨는 오후 8시경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 도착한 뒤 피해자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직원이 아닌데도 내부망에 접속 가능했던 점이 사실상 범행을 도왔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는 각 영업소에 이날 저녁 “국무총리 지시사항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 아이디어가 필요하니 사업소별로 내일 오전 10시까지 의견을 제출하라”고 공지하며 아이디어 제출 양식을 배포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 사건에 관련해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효과적이고 단호한 대응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와 서울교통공사에 지시했는데, 이에 대한 조처로 각 영업소장에 아이디어를 제출하라는 공지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논란이 일자 서울교통공사는 “급하게 공지를 내다보니 단어 선택에 더 신경 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전 씨가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었던 점에 관해서는 재판이 끝난 뒤 징계 절차가 개시돼야 내부망 접속 권한이 박탈되기 때문에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접속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토킹처벌법 개정 예고...반의사불벌죄 폐지될 듯

이번 사건이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발생한 만큼, 스토킹처벌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범죄의 신고 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미약한 수준이다. 스토킹처벌법상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하지만 지난 1년간 스토킹처벌법으로 기소된 피고인 대부분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았고, 범죄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경우에도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보도가 우리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작년에 스토킹 방지법을 제정·시행했으나 피해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무부로 하여금 이 제도를 더 보완해서 이러한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7시경 신당역에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스토킹 범죄로 재판받던 범죄자가 스토킹 피해자를 살해했는데 국가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했다.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족분들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상상도 안 된다”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깊이 느끼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16일 법무부는 “지난 2021년 10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형사처벌이 강화됐음에도 스토킹과 그에 이은 보복범죄가 끊이지 않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검찰에서는 스토킹 사건 발생 초기부터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요소를 철저히 수사하고, 가해자에 대해 접근 금지, 구금장소 유치 등 신속한 잠정조치와 구속영장을 적극적으로 청구하는 등 스토킹범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함으로써 스토킹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어 있어 초기에 수사기관이 개입하여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장애가있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범죄나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전자장치부착명령 대상을 스토킹범죄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던 법무부는 “사건 초기 잠정조치 방법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신설하여 2차 스토킹범죄와 보복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신당역을 찾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의 이중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열렸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김 장관은 “(스토킹 범죄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젠더갈등으로 보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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