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슬림 곁에 선 목사, 박성민 목사를 만나다
【인터뷰】 무슬림 곁에 선 목사, 박성민 목사를 만나다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9.30 19: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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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반대로 이슬람 사원 건축 중단...반대 과정서 혐오적 발언도 만연
목사로서 무슬림 유학생 측 통역 돕고 집회 현장 함께 하는 등 연대
“성경은 이주민들의 기록...목사로서 이주민 곁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7월 대구 북구 대현동 일대 한 골목에서 반대 측 주민들이 '이슬람 사람들은 주민이고 대현동 사람들은 개XX냐', '주민 죽이는 이슬람 사원 건축 결사반대한다' 등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 대구 북구 대현동 일대 한 골목에서 반대 측 주민들이 '이슬람 사람들은 주민이고 대현동 사람들은 개XX냐', '주민 죽이는 이슬람 사원 건축 결사반대한다' 등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대구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이 2년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무슬림 유학생들과 함께 이주민 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박성민 목사를 만났다.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갈등

지난 2020년 12월 대구 북구청은 대현동의 한 이슬람 사원 건축을 허가했다. 지난 2015년부터 7년간 무슬림 유학생들은 해당 부지의 주택을 기도처로 써오다가, 주택이 낡고 좁아 유학생들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자 사원 건축을 결심했다. 유학생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인근 주택을 추가로 사들인 뒤 북구청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7년간 별다른 충돌 없이 지내온 이웃들은 사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주택가에 이슬람 사원이 들어서는 것은 주민들에 대한 생활권 침해라는 것이 반대의 주된 이유였다. 그러자 북구청 측은 허가한 지 약 3달 만인 지난해 2월 주민들의 정서 불안 및 갈등 우려 등을 이유로 건축 중단을 명령했다. 

이에 다룰이만경북엔드이슬라믹센터 등 8명은 북구청장을 상대로 공사중지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대구지법은 “당사자에게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점, 공사 중지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등을 사전에 통지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절차적·실체적 위법 사유가 있다”며 공사 중지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공사 지난 16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고 측은 최종 승소했다. 그런데도 반대 주민들의 공사 중단 시도가 끊이지 않아 공사 허가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1년 6개월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박성민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주민들과의 공존을 위해 노력해온 무슬림 유학생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생활권 침해,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것은 재산권의 침해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무슬림 유학생들은 지난 2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공사가 지연되면서 공사비 증가 등으로 실질적인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습니다. 생활권 문제에 관해서도 유학생들은 라마단 기간에는 밖에서의 대화를 최대한 자제하고, 재건축 시 냄새가 잘 빠지도록 굴뚝을 높게 설치하고, 방음 시설도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여전히 생활권 침해를 주장합니다. 이것은 더불어 살 수 없고 무조건 떠나라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북구청은 중재위원회를 여러 차례 열어 대체지로의 이전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구 북구청으로 중재로 합의된 사안은 비슷한 비용으로 대체지를 구입하여 건축할 수 있고, 동일한 규모의 학교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세울 수 있다면 학생들도 현재의 위치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주택으로 들어가는 골목 안에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생활권 침해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주택 안에 있다는 점이 사실 무슬림 유학생들이 그 집을 적정한 값에 구입하여 기도처로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고 너무 집이 낡아 재건축을 하려고 했을 때 북구청이 공사진입로 문제로 허가를 내주지 않아 다시 공사차량 등이 진입할 수 있도록 통로를 내기 위해 인접한 집을 구입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대체지를 비슷한 가격에 경북대 주변에서 같은 조건으로 구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북구청은 공시지가로 공사 중지된 현 대지를 보상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합의안을 내었는데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무슬림 향한 차별 문제

주민들이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무슬림을 향한 차별 문제도 불거졌다. 지난해 공사 현장 인근에는 “테러의 온상 이슬람 사원 절대반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참수하는 무슬림은 당장 떠나라. 테러리스트들!”, “이슬람은 사람을 죽이는 악마 종교다” 등의 현수막과 피켓이 내걸렸다. 

또 주민들이 지나가는 무슬림들을 향해 ‘테러리스트들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등 구두로 벌어지는 혐오 발언도 잦았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 사원의 건축 과정을 취재하고 있는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주민들에게 폭행당했다는 증언, 주민들이 무슬림 학생을 때리는 것을 경찰이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법과 규정대로 건축허가를 받았고, 채 백 여 명 정도도 모이기 힘든 공간을 만들어 종교활동을 하겠다는데 이것을 막는 이유는, 생활권의 침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혐오시설 같아 보인다는 것이 어쩌면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종교나 인종적인 혐오보다 직접적인 이웃들이 반대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가 아닐까 추측되는 것이죠. 그러니 인종차별 아니라는 주장도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반대하는 과정에 붙은 혐오 표현 현수막들은 명백한 혐오였습니다. 현수막 중에는 ‘모든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모든 테러리스트는 무슬림이다’라는 무지막지한 혐오 표현도 있었습니다. 선동을 위한 문구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혐오와 차별 의식을 각인시키는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역시 “주민들의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는 단순히 생활상의 불편이나 재산권 침해의 우려를 넘어 이슬람교와 무슬림에 대한 혐오가 기저를 이루고 있다. 북구청이 비록 주민 민원이라는 중립적 이유를 근거로 공사중지를 통보했다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이슬람교에 대한 주민들의 혐오와 차별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북구청에 “법원의 결정과 같이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반대 측 주민들의 현수막 내용이 전형적인 이슬람 혐오 현상을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선동해 건축주 측의 인격권과 존엄성을 침해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성경은 이주민의 역사”

박성민 목사는 신학 공부 끝에 성경에 대한 지식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목사 안수를 받았다. 특히 2009년 용산 참사를 경험하면서 교회를 넘어 선포하는 목회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집회 현장에 나섰고, 대구이주민선교센터를 만나면서 이주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왔다.

“당연히 목사로서 예수님의 복음이 진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자기 신앙과 교회 공동체를 위해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그 생각들이 집단적으로 쌓여 결국 다른 인종의 말살까지 하려는 시도들, 이것이 지난 세기에 세계 교회가 경험했던 일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복음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적대하는 힘에서 벗어나 평화를 이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주민 문제에 나서는 이유도 동일하다. “성경은 이주민들의 기록입니다. 당시엔 국가가 없어서 지금과는 다르겠지만 국경은 아니라 하더라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넘어 이주한 사람들이 이룬 역사가 곧 성경입니다. 예수님 역시 유아기에 부모님고 함께 이집트로 피해 난민이 되었던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주민 문제에 대해 목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유학 당시 이방인으로서 경험한 일도 영향을 미쳤다. “유학생은 사실 학교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이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겪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적인 경험들을 했습니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 다른 인종과 접촉을 해보고 또 한국에서 이주배경을 가진 이들과 함께 살고 일해 본 경험이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접촉할 수록 차별적인 생각들은 해소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이주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혐오는 대부분 무지에서 비롯될 때가 많습니다.”

이주민들이 대부분인 예배에서 박성민 목사가 마음을 쓰는 것도 이러한 부분이다. “교회는 만남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갈등하던 빈부의 차이, 배움이나 직업의 차이, 성적 지향의 차이, 인종적인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만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하는 거죠.”

한편, 최근 박성민 목사를 비롯해 대구경북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이주연대)는 이주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단체 ‘동행’을 출범했다. 동행은 이주민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산재보험·건강보험 적용에 목소리를 내고, 협력병원을 운영해 치료하며, 이주민들간의 공동체를 꾸리는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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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진 2023-04-30 23:27:32
무슨 목사가 이래... 사랑이라고? 동행 이라고. . .나도 예수 믿지만 이건 아니지...
나도 CCC출신인데... 그럴시간 있으시면 민족복음화에 좀더 시간을 할애 하시죠.. 그게 김준곤 목사님의 오랜 숙원이셨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