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대한민국, 곡물자급률 OECD 최하위...식량안보 위태
【창간기획】 대한민국, 곡물자급률 OECD 최하위...식량안보 위태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10.19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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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절반 이상 수입, 세계 7번째 곡물 수입국
농사 망치는 주범, 가뭄‧홍수 발생 빈도 매년 증가

작물 재배 면적 2090년에는 현재의 0.5%로 감소
고령화로 어가·어업인 급감, 어촌 소멸 우려

【창간기획】 총성 없는 식량 전쟁, 위기감 고조

①코로나19부터 우크라 사태까지, 글로벌 공급망 위기
②대한민국, 곡물자급률 OECD 최하위...식량안보 위태
③식량 공급사슬 구축 위한 푸드테크가 미래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먹거리 관련 분야를 여기에 포함시킨 이들은 드물다. 지금 이 시간에도 먹거리와 테크놀로지를 융합한 푸트테크 콘퍼런스가 세계 여러 곳에서 끊임없이 개최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2025년까지 세계 푸드테크 시장이 7000조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를 방증한다. 우리의 먹거리가 처한 진짜 위기는 무엇이며 세계는 지금 어떤 푸드테크 혁명을 이뤄내고 있는지, 그 가운데 국내의 움직임을 살피고 동향을 전망한다. <편집자주>

[한국뉴스투데이] 글로벌 식량 공급망 위기로 전 세계에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는 더욱 위태롭다. OECD 국가 중 식량 해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총성 없는 식량 전쟁에 맨몸으로 뛰어든 모양새다.

식량 위기는 생명권 및 건강권에 직결되는 중요 산업으로, 제품 가격이 고스란히 소비자 물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식량 자급률은 낮고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식량 위기는 앞으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사진/픽사베이)
식량 위기는 생명권 및 건강권에 직결되는 중요 산업으로, 제품 가격이 고스란히 소비자 물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식량 자급률은 낮고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식량 위기는 앞으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사진/픽사베이)

먹거리 절반 이상 수입, 세계 7번째 곡물 수입국

지난해 우리나라는 먹거리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왔다. 2020년 기준 곡물 자급룰 20.2%, 식량 자급률 45.8%로 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더욱이 같은 기간 통계청이 FAO(유엔식량농업기구)와 AMIS(농산물 시장정보시스템)의 국가별 생산량·소비량을 바탕으로 조사한 곡물자급률은 19.3%로 더 낮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의 92.8%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밀(0.8%), 옥수수(3.6%), 콩(30.4%) 등은 자급률이 매우 저조하다.

문제는 점점 소비가 줄고 있는 쌀은 남아돌고 있지만, 수요가 늘고 있는 밀과 옥수수 등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2020년 기준 1717만t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번째 곡물 수입국으로, 2020년 기준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수입 비중은 80%(79.8%)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최근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주요국들이 식량 및 비료의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섰다. 이는 국내 물가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졌다. 실제 비료와 곡물, 유지 가격이 각각 80%, 45%, 30% 상승했다.

농사 망치는 주범, 가뭄‧홍수 발생 빈도 매년 증가

이처럼 식량 자급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점차 일상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는 더욱 위기에 처한 실정이다.

먼저 기후변화 취약작물로 꼽히는 배추와 무는 올해 여름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폭등했다. 농업관측센터가 발표한 관측보의 여름배추 생육·생측 결과를 보면, 주산지인 강원도 지역(삼척, 태백, 평창 대관령면, 강릉 왕산면 등)에 올해 잦은 비와 일조시간 부족으로 생육이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고랭지 생산량은 39만6459t으로 2021년 44만7411t, 평년 42만4840t에 견줘 크게 감소했다.

이와 함께 가뭄 발생 역시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낸 '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을 보면 “1950년대 이후 가뭄 발생 빈도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특히 2008년 이후 매년 가뭄 발생 피해가 늘고 있다”고 나온다.

가뭄 발생 빈도는 1904∼2000년 매해 0.36회에서 2000∼2015년 매해 0.67회로 1.86배 늘었다. 시간당 30㎜의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늘면서 국지적 홍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농사에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가뭄은 더욱 잦아질 전망이지만, 중앙·지방 정부의 특별한 대책이나 해법은 없는 실정이다.(사진/픽사베이)
농사에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가뭄은 더욱 잦아질 전망이지만, 중앙·지방 정부의 특별한 대책이나 해법은 없는 실정이다.(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의 기온은 지난 106년간(1912∼2017년) 약 1.8℃ 상승해 전 지구 연평균 온난화 정도인 0.85℃보다 뚜렷하게 기온 상승 속도가 빠르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현상이므로 농산물 생산이 어렵다고 무조건 수입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농산물을 재배할 면적도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김제·부안)이 최근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현재 작물 재배 가능 면적 기준 401만ha에 달하는 사과는 2090년에는 1만8000ha로 줄어들어 재배 가능 면적이 현재 대비 0.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랭지 배추는 132만9000ha에서 4000ha로 0.3%로 감소하며, 인삼은 713만2000ha 에서 44만7000ha로 6%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생산성 100%인 벼의 경우도 48%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농촌진흥청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아열대기후지역 확대로 일부 작목에 대한 재배적지는 급감하고, 남해안 중심으로 아열대작목재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반도 기후가 1.5℃ 상승하는 2040년에 사과는 70%, 고랭지 배추는 94% 이상 재배적지가 감소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벼의 경우 2060년대 평야지 대부분에서 20% 이상 불임이 전망돼 작부체계 및 신품종 육성 보급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나라 기후 변화 대응 분야 기술 수준이 주요 선진국 대비 최하 수준이라는 점이다. 미국을 기준 100으로 봤을 때, 독일은 99.6%, 일본 97.5%, 네덜란드 95%, 한국 83.3%, 중국 71% 수준이다.

고령화로 어가·어업인 급감, 어촌 소멸 우려

그렇다면 수산물 실태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가구 수와 어업 인구는 매년 줄어들며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남은 어업인들 역시 노령층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어업인 수는 이미 2년 전에 10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통계청과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국내 전체 어가는 2017년 5만 2800가구에서 지난해 4만 3300가구로 불과 4년 사이 18%가 줄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4만 가구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같은 기간 전국 어업인 수도 12만 1700명에서 9만 3,000명으로 24%가량 감소했다. 앞서 2020년에 처음으로 10만 명대 아래인 9만 7100명을 기록했다. 더욱이 지난해 전체 어업인 수는 21년 전인 2000년의 25만 1000명에 비해 무려 63%가 줄어든 것이다.

또한, 부산·울산·경남의 2015~2020년 5년간 어업인 감소율은 각각 26%, 37%, 25%로 전국 평균보다 다소 높다. 그리고 2021년 어가당 평균 가구원 수는 어업인의 감소세가 어가 감소세보다 더 가파른 가운데 2.15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 갈 경우 오는 2045년 전국 어촌 491곳 중 87%나 되는 427곳은 ‘소멸 위험 지역’보다 빠른 소멸이 예상되는 ‘소멸 고위험 지역’에 진입한다는 게 최근 해수부가 내놓은 전망이다. 

소멸 위기가 누그러지거나 해소되기는커녕 악화돼 20여 년 후 대부분 어촌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2045년에는 전체 어촌의 84%가 소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 2021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연구 결과가 어촌에 대한 암울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지난 7월 대한민국 식량안보 심포지엄에서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은 “전쟁이나 전염병, 경제제재 등으로 한반도가 봉쇄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몇 개월 만에 국민 대부분이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며 “자급률이 높은 쌀에 집중된 식량농업 정책으로는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와 식량무기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장단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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