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4시간 전 신고 빗발...경찰 책임론 주력하는 정부
이태원 참사 4시간 전 신고 빗발...경찰 책임론 주력하는 정부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1.0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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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위험·통제요청 신고 11건
경찰 출동은 4건에 그쳐 비난

경찰청장·대통령·총리 일제히 경찰 책임 조명
특수본 압수수색...인력 배치·충원 의문 등 규명
이태원 참사 당시 11건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현장이 통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태원 파출소의 일선 경찰관부터 서울경찰청 지휘부까지 경찰은 고강도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태원 참사 당시 11건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현장이 통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태원 파출소의 일선 경찰관부터 서울경찰청 지휘부까지 경찰은 고강도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구 용산동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알리며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가 경찰에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경찰 인력이 즉시 현장에 배치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 신고 빗발

지난 1일 경찰청은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을 통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접수된 신고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첫 신고는 사고 약 4시간 전인 이날 오후 6시 34분에 이뤄졌다. 또 사고가 시작되기 4분 전인 오후 10시 14분까지 신고는 총 11차례 접수됐다.

첫 신고는 오후 6시 34분으로, 신고자는 “골목에 사람들이 오르내리는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 겨우 빠져나왔지만 인파가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것 같다. 아무도 통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이 서서 통제해서 인원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신고에서도 신고자들은 반복적으로 압사 위험을 언급했다. ‘사람이 너무 많다’, ‘밀치고 넘어져 다치고 있다’, ‘통제가 안 되고 있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날 것 같다’, ‘압사당할 것 같다’, ‘일방통행할 수 있게 통제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신고가 잇따랐다.

경찰 출동 4건 그쳐...인력 배치 및 신고 시점 의문

그런데 11건 가운데 경찰이 출동한 것은 4건에 그쳤다. 이에 당시 경찰이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태만하게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녹취록을 발표한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 역시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본다며,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사 당시 서울 용산경찰서에 배치된 경찰관은 137명으로, 쏟아지는 신고에 대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선 경찰관들은 용산서가 추가 기동대를 요청했는데 서울경찰청 측에서 거절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경찰청은 용산서로부터 요청받은 바 없다고 밝힌 상태다.

또 상부 보고도 늦었다. 재난 안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처음으로 상황이 접수된 것은 사고 발생 30분 뒤인 10시 48분이었다. 소방청 상황실과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이 최초로 보고를 받은 것은 참사 발생 46분 만인 11시 1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임재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보고한 것은 참사 발생 1시간 21분 만인 11시 36분이었다.

이에 ▲당시 용산서에서 근무했던 경찰관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는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던 상황에서도 충분한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사고 접수 후에도 인력 충원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사고가 즉시 상부 보고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 국가 안전 시스템이 공백이었던 이유에 대한 의문들은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경찰 책임 조명하는 정부...압수수색·대기발령

다만 정부는 경찰의 책임으로 문제 원인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경찰이 발표한 녹취록을 접하고 격앙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며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밝히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경찰은 특별수사본부와 감찰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께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해 주길 바란다.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고 112 대응 체계의 혁신을 위한 종합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용산구청·서울시소방재난본부·서울종합방재센터·용산소방서·서울교통공사·다산콜센터·이태원역 등 8곳을 압수수색하며 참사 당일의 정황 및 핼러윈 경비 계획 문건 등을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경찰청은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기발령 조치하는 등 경질도 본격화하고 있다. 특수본 감찰팀은 이외에도 이태원파출소의 일선 경찰관부터 서울경찰청 지휘부까지 고강도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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