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고 변희수 하사 순직 불인정...“공무와 관계 없는 일반사망”
육군, 고 변희수 하사 순직 불인정...“공무와 관계 없는 일반사망”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2.01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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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수술 이유로 강제 전역 처분
전역 부당성 인정돼 취소 소송 승소

규명위, “강제 전역이 사망에 이르게 한 주된 원인”
부당 강제 전역과 사망 간 인과·책임 부인하는 육군
지난 3월 오전 서울 용산구 6호선 이태원역 1번출구 방면에 게시된 고 변희수 하사의 1주기 추모 광고. (사진/뉴시스)
지난 3월 오전 서울 용산구 6호선 이태원역 1번출구 방면에 고 변희수 하사의 1주기 추모 광고가 게시된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이후 숨진 고 변희수 육군 하사에 대해 육군은 공무와의 인과관계가 없는 죽음이라며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1일 육군은 “민간전문위원 5명, 현역군인 4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고 변희수 하사의 사망이 관련 법령에 명시된 순직기준인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육군은 유가족이 재심사를 요청할 경우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재심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군인의 사망은 전사·순직·일반사망으로 나뉜다. 군인이 의무 복무 기간 내 사망할 경우 통상 순직자로 분류되지만, 고의·중과실·위법행위 등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의무 복무 기간 내 사망한 경우에도 일반사망자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군인사법 시행령은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사유로 발생하거나 악화된 정신질환으로 자해행위를 해 사망한 경우’ 이를 순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군 당국은 변 하사가 공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원인에 따라 사망했다고 본 것이다. 

변 하사는 지난 2020년 1월 23일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육군에서 강제 전역된 후, 강제전역 처분 취소 소송을 벌이다 지난해 3월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다만 이는 발견 시점일 뿐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규명위)는 사망 시점을 2월 27일로 특정했다. 

그런데 앞서 군 당국은 고인의 사망 시점이 3월 3일이라고 주장하며 군인 신분이 아닌 전역한 민간인 신분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27일 변 하사의 강제 전역 처분 취소 소송이 승소 확정되면서, 변 하사는 현재까지 정상 전역 직후 숨진 민간인 사망자로 분류돼 왔다. 

이번 결정으로 변 하사는 군 복무 중 숨진 일반사망자 신분으로 변경됐지만, 군 당국이 변 하사의 죽음을 공무와 무관한 것으로 판단해 순직으로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군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멀쩡히 복무하고 있는 사람을 위법하게 쫓아내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당연히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육군은 이마저도 인정하길 거부했다”며 “변 하사가 개인적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했다고 봄으로써 군은 일말의 책임도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책위는 “이번 순직 비해당 처분은 명백한 차별이다. 순직자는 군인들이 묻힌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한다. 변 하사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쫓아내고, 죽음에 이르게 한 데 모자라 군이라는 공간 안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고인 및 유가족과 굳건히 연대하며 향후 대응을 준비해 변희수 하사의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4월 25일 규명위는 국방부 장관에게 변 하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심사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당시 규명위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소견, 심리 부검 결과, 고인의 마지막 메모, 주변인의 증언 등을 기초해 부당한 전역 처분이 주된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에 규명위는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변희수 하사의 사망 구분에 관한 사항을 순직으로 심사할 것과 더불어 군 복무에서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인식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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