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커스】 화물연대 파업 종료...안전운임제 갈등 불씨 여전
【위클리포커스】 화물연대 파업 종료...안전운임제 갈등 불씨 여전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12.10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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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중대본 구성부터 업무개시명령까지
노조 진압 위해 초유의 조치 강행한 정부

ILO 긴급개입에 추후 권고 여부에도 이목
안전운임제 품목·차종 확대 논의 남아있어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16일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앞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초유의 조치를 단행한 바 있고, 야당이 당정의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 안을 받아들이면서 파업은 종료에 이르렀다. 파업을 불법 행위로 취급해 온 한국 정부에 대한 국제노동기구(이하 ILO)의 개입 문제가 남아있고, 화물연대 역시 안전운임제 확대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화물연대 파업 16일 만에 종료

9일 오후 화물연대는 전 조합원 투표 결과 ‘총파업 종료 및 현장 복귀의 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 참여 조합원 3575명 중 파업 종료 찬성은 61.84%(2211표), 반대는 37.55%(1343표), 무효표는 0.58%(21표)다. 투표자 수는 전체 조합원 가운데 13.67%(3574명)이다. 이에 지난달 24일 돌입한 화물연대 파업은 16일 만에 종료됐다. 

화물연대는 전날 오후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총파업 지속 여부를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화물연대는 당초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향후 파업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국민의힘이 제시한 ‘품목·차종 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안을 수용하면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여당 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품목·차종 확대를 위한 여야 동수 협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우리 일터인 물류산업이 정부의 행정처분과 과적용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조합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강경탄압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정부와 여당은 스스로 밝힌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법안을 조속히 입법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뒤늦게 현장 복귀가 논의돼 유감이다.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 22일 정부·여당이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적은 있으나, 화물연대가 11월 24일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했기 때문에 그 제안은 무효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진압하려 초유의 조치 단행한 정부

화물연대 파업 5일 차였던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는 피해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어 정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2004년 중대본이 처음 꾸려진 이후 파업을 이유로 중대본이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장관은 “물류 체계 마비는 재난안전법상 사회재난에 해당한다”며 “국가핵심기반마비는 코로나19, 이태원 참사와 똑같이 사회재난으로 분류하고 중대본을 구성하게 돼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29일 정부는 시멘트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업무개시명령은 휴업이나 파업이 국가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것으로 판단될 때 강제로 영업에 복귀하도록 내리는 명령이다. 지난 2004년 도입된 뒤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으나 18년 만에 처음으로 발동됐다.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는 명령서를 송달받은 다음날 24시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 업무에 복귀해야 하며,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행정지나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은 물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등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에도 화물연대가 파업을 이어가자 정부는 지난 8일 철강·석유화학 분야에도 재차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 단체로 규정하고, 파업 동참을 강요한 것이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즉 담합에 해당하는지 살피겠다며 직권으로 화물연대 현장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방안도 무효화된 것이라며 화물연대 측에 우선 현장에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방안도 무효화된 것이라며 화물연대 측에 우선 현장에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ILO 개입까지

이처럼 정부가 파업 진압을 위해 초유의 조치들을 잇따라 취하자, 지난달 28일 국제운수노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3개 단체는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 이에 ILO는 지난 2일 한국 고용노동부에 ‘즉시 개입’한다고 밝히며 업무개시명령은 국제 기준 위반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해당 공문은) 단순한 의견조회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역시 해당 공문이 결사의 자유위원회 등 감독 기구가 아닌 사무국에서 보낸 만큼 공식 입장이 아니며, 사무국은 협약 위반을 판단하거나 권고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2차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반면 민주노총 측은 한국 정부가 지난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노동기구의 협약을 비준해 지난 4월부터 발효된 점을 강조하며, ILO 측 역시 한국 정부가 해당 협약을 위반하고 있음을 중대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해 정부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강제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을 비준한 바 있다.

나아가 지난 6일 3개 단체는 ILO에 추가 긴급개입을 요청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한국 정부는 파업 시작 전부터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만을 주장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한 장관과 여당 국회의원들은 반노조, 파업 파괴를 선동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며 파업을 범죄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이러한 한국 정부의 행태가 화물노동자 파업뿐 아니라 노동 기본권 전반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음을 우려해 추가적인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ILO 사무총장과 UN 평화적 집회결사 자유 특보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ILO 공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으며, 민주노총은 ILO의 결사의자유 위원회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LO가 민주노총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한국 정부에 권고안을 낼 가능성도 있다. ILO와 UN의 개입 시 외교 및 수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지난 6월 7일에도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월 7일에도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전운임제 확대 문제 여전

화물연대가 당초 파업에 돌입한 것은 안전운임제의 일몰 조항 때문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과로·과속·과적 등 안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화주가 안전한 운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 2년짜리 일몰제로 운영되면서 오는 12월 종료를 앞두자 지난 6월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을 삭제해 영구 추진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하라고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이때 총파업 8일 만에 국토교통부는 합의안을 타결하고 안전운임제의 지속 및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합의한 바와 달리 정부가 일몰 조항 삭제 대신 3년 연장을 결정하고, 적용 대상 확대도 추진하지 않자 화물연대는 재차 파업에 돌입했다. 현재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막기 위해 현장에 복귀했을 뿐 품목·차종 제도 확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파업 종료 이후로도 안전운임제 확대를 둘러싼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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