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고리2호기 일시중단...재가동 vs 폐쇄 갈등 불가피
【기후환경】 고리2호기 일시중단...재가동 vs 폐쇄 갈등 불가피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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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8일 고리2호기 수명 만료, 40년 채웠다
정부, 수명 연장 위한 운영 일시중단 절차 한창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 연장 반대 운동 움직임
지난해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와 부산환경운동연합 소속 활동가 등이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원전 2호기 수명 연장과 영구 핵폐기장 추진을 규탄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와 부산환경운동연합 소속 활동가 등이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원전 2호기 수명 연장과 영구 핵폐기장 추진을 규탄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국내 원전 중 세 번째로 가동을 시작한 부산 기장군의 고리2호기가 40년이라는 기존 설계 수명이 만료돼 다음 달 8일 원전 가동을 일시중단한다. 지난해 고리2호기의 수명 연장을 확정한 정부는 조속한 절차를 통해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서는 고리2호기 폐쇄 움직임이 여전하다. 재가동 시점까지 앞으로 약 2년이 소요되는 가운데 이미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에 이어 고리2호기 폐쇄를 주장하는 환경단체와 정부 간의 마찰이 예상된다.

고리2호기 수명만료, 재가동 준비

2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리2호기의 최초 운영허가가 다음 달 8일 만료돼 원전 가동을 일시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1983년 4월 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세 번째 원전 고리2호기의 운영 허가 기간은 40년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통해 고리2호기를 폐쇄한다는 계획을 내세운 바 있다.

그 이전에 문재인 정부는 고리1호기를 폐쇄했다. 고리1호기는 1978년 4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이다. 2008년 10년 재가동이 승인돼 2017년까지 1차례 연장됐지만 정전사고 등 잦은 사고로 안정성 문제가 크다는 이유로 지난 2017년 6월 19일 영구정지가 결정됐다. 이후 고리2호기도 올해 영구정지될 운명이었으나 정권이 바뀌며 원전의 운명도 바뀌었다.

이날 산자부는 운영허가 만료 이후 원전을 계속 운전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심사와 설비 개선 등 약 3~4년에 걸친 절차가 필요한데, 고리 2호기는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계속운전을 위한 절차 개시가 늦어져 일정기간 동안의 가동 중단이 불가피해졌다며 고리 2호기의 조속한 계속운전이 안전성을 전제로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즉, 40년의 수명을 다 채운 고리2호기의 재가동을 위해 허가 만료 3~4년 전인 2019년~2020년경에는 안전성 심사와 설비개선 등 계속운전 절차를 밟아야 했다. 계속운전 절차는 한수원 자체 안전성·경제성 평가 및 이사회 의결을 거쳐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PSR) 제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RER) 주민 공람 및 의견수렴, PSR 심사, 운영변경허가 심사 및 승인, 설비개선 등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 하에서 한수원은 수명만료 5년에서 최소 2년 전에는 계속운전을 신청해야 하는 법령상 기한이 지나도록 계속운전을 신청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계속운전 승인을 받기 전에 최초 운영허가가 만료됨에 따라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원전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성으로 초기 건설비용이 비싼 반면 연료비가 굉장히 저렴해서 비용이 적게 들어 발전단가가 낮다는 점이다. 사진은 신고리2호기 원전. (사진/뉴시스)
에너지발전 중 원전에 계속 힘이 실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성이다. 초기 건설비용이 비싼 반면 연료비가 굉장히 저렴해서 비용이 적게 들어 발전단가가 낮다는 점은 정부가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사진은 신고리2호기 원전. (사진/뉴시스)

고리2호기 운영 일시중단되면

고리2호기가 재가동 준비를 위해 운영을 일시중단하면서 대체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원자력발전은 총 15만8015GWh를 발전해 국내 전체 발전량의 27.4%를 차지하고 있다. 원전은 안전성 문제와 핵폐기물로 인한 환경 문제를 안고 있지만 소비 에너지 대비 발전 효율이 다른 에너지 발전에 비해 좋다는 점은 각국 정부가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고리2호기가 운영을 중단하게 되면 연간 455만MWh에 달하는 발전량에 구멍이 생긴다. 이를 석탄으로 대체할 경우 5900억원이 필요하다. 고원가인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할 경우 지난해 평균 LNG 가격(JKM)이 톤당 1776달러(231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1억7000만 달러(약 1조5204억원)가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고리2호기를 재가동하면 가장 저렴한 발전원인 원전의 발전량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안정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적 이유를 앞세워 윤석열 정부는 고리2호기의 재가동을 위해 인수위 당시인 지난해 3월부터 절차에 착수해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과 주민의견수렴 등을 추진해 왔다. 

또한 고리 2호기 가동 중단과 같은 유사 사례를 방지하고 사업자와 규제기관이 충분한 안전성 확인 및 심사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난해 12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계속운전 신청 시기를 기존 ‘만료 5~2년 전’에서 ‘10~5년 전’으로 변경한 바 있다. 한수원은 중앙 정부의 지원 아래 오는 2025년 6월 고리2호기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부산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발족 기념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연대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 21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부산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발족 기념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연대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역사회, 고리2호기 폐쇄 목소리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여전히 고리2호기 폐쇄 목소리가 크다. 지난 2월 21일 부산시청 앞에 모인 140개의 지역 시민단체들은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세계 최고의 원전밀집지역이 된 부울경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반대와 고준위 핵폐기장 계획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범시민운동본부는 1978년 국내 핵발전소가 가동된 이래 지금까지 763건의 크고 작은 고장사고가 발생했고 이 수많은 사고의 반복은 핵발전 안전을 위협하며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며 매일 70-80톤의 냉각수가 인근 바다로 배출되고 2030년 포화예정인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은 수명연장으로 포화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지난 1월 국회에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고 2월 초에는 한수원 이사회가 고리원전 부지내 임시 저장시설 계획안을 안건으로 다루면서 부울경 지역은 핵폐기장 건설 문제까지 안게 됐다. 고준위특별법은 핵발전소 부지내 저장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로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 등이 마련되지 않은 채 부지내 저장시설을 마련함으로 영구적 핵폐기장으로 가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이에 범시민운동본부는 부산 시민을 비롯해 전국에서 고리2호기 재가동 반대서명을 받는 동시에 국회 산자위와 과방위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 추진, 원자력안전위원회 항의 방문 등 국회와 정부기관에 재가동 반대 의견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또 고리2호기 수명 연장 관련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소송을 통해 법적 소송도 이어갈 것으로 예고해 고리2호기를 두고 정부와 지역사회 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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