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체크】 메타버스 열풍 주춤...인공지능(AI)로 태세 전환
【투데이체크】 메타버스 열풍 주춤...인공지능(AI)로 태세 전환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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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MS, 디즈니 등 메타버스 사업 철수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까지 변경한 메타를 비롯해 세계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 등이 차례로 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사진/픽사베이)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까지 변경한 메타를 비롯해 세계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 등이 차례로 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기존 가상현실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현실세계과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가능한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 열풍이 주춤하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까지 변경하면서 메타버스 기업임을 내세운 메타를 비롯해 세계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 등이 차례로 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시들해진 메타버스를 대신해 기업들은 인공지능(AI)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사명까지 변경한 메타의 태세전환

지난 2021년은 메타버스의 열풍이 최고조에 달한 해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은 2021년 10월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면서 이를 증명했다. 마크 저커버드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사명을 변경하는 이유로 메타버스는 인터넷 다음 단계라며 우리 회사가 메타버스 기업으로 보여지길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당시 페이스북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유해성을 감추고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내부고발이 터져나와 어수선한 분위기를 사명 변경이라는 이슈로 덮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메타버스의 열풍이 최고조였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현실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는 기존 가상현실(VR)보다 업그레이드된 개념이다. 현실과 유기적으로 결합돼 메타버스를 이용한 여행, 축제, 가상교실에서의 교육과 토론, 현실과 동기화된 아바타가 진행하는 방송, 메타버스를 활용한 치료와 재활 등 생활과 관광, 교육, 의료, 오피스, 미디어 등 각종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무궁무진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전 가능성까지 기대를 모았다. 이는 메타의 로고가 무한대를 뜻하는 수학 기호 ∞와 비슷한 모양인 이유기도 하다.

모든 사업을 메타버스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메타는 메타버스 구축에 1년간 100억달러(14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 아래 자체 메타버스인 ‘호라이즌 월드’를 출시했다. 호라이즌 월드에서는 이용자들이 아바타가 돼 쇼핑과 커뮤니티, 업무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월 50만명의 활성이용자를 기대했던 메타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월 활성이용자가 20만명에 못 미치고 호라이즌 월드의 여러 공간 중 50명 이상이 방문한 곳은 전체의 9%에 불과해 사실상 대중화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경제 상황까지 어려워지면서 메타는 지난해 11월 1만1000명을 해고했다. 이는 전 직원의 13%로 메타가 설립된 후 첫 대규모 감원이었다. 이어 지난 3월 초에도 메타는 1만명의 직원을 추가로 내보냈다. 두 번째 감원 대상에는 메타버스 부서 직원이 대거 포함됐다. 그러면서 메타는 리얼리티 랩스 부서와 하드웨어 및 메타버스 부서를 대폭 축소했다. 특히, 지난 2월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저커버드는 메타버스를 7번 언급한 반면 인공지공(AI)를 28번 언급해 메타버스보다 인공지능에 주목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을 마지막으로 가상현실 작업공간인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 서비스를 중단한다. (사진/픽사베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을 마지막으로 가상현실 작업공간인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 서비스를 중단한다. (사진/픽사베이)

MS와 디즈니도 메타버스 접었다

메타버스 열풍이 사그라들었다는 것은 메타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월트디즈니 등 다른 기업에서도 포착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을 마지막으로 가상현실 작업공간인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 서비스를 중단한다. 앞서 2017년 파산 위기에 있던 알트스페이스VR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소셜 VR 플랫폼으로 확장해 AR헤드셋, 웹 플랫폼 상의 가상현실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게임이나 비디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올해 1월 1만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하면서 알트스페이스VR서비스 종료를 결정했고 VR기기인 홀로렌즈 개발 프로젝트 담당 직원들을 감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혼합현실 앱을 개발하는 툴킷 팀도 해체됐다. 이는 사실상 메타버스 사업을 철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타버스를 접은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로 눈을 돌렸다. 지난 29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시큐리티 코파일럿(Microsoft Security Copilot)'을 공개하고 사이버 보안 제품에 차세대 인공지능(AI) 'GPT-4'를 적용했다. 

월트디즈니는 최근 메타버스 전략 부서를 해체했다. 약 50명에 이르는 메타버스 부서 팀원들은 전원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돼 향후 정리해고 수순을 앞두고 있다. 월트디즈니 역시 메타버스를 완전 철수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지난해 2월 밥 체이펙 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를 디즈니의 차세대 스토리텔링 전선이라고 보고 청중들이 디즈니 이야기들을 경험하고 접촉하는 방법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불과 1년만에 메타버스는 좌초됐다. 지난해 11월 월트디즈니의 새로운 CEO에 오른 로버드 아이거 밥은 그간 성과를 못낸 메타버스를 과감히 폐쇄하고 영화와 텔레비전, 스트리밍을 포괄하는 엔터부문과 스포츠에 초점을 맞춘 사업부문, 테마파크 등 3개 부문에 집중해 월트디즈니를 재편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체적인 개편 과정을 통해 월트디지니는 약 55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올해 메타버스 산업에 2233억원을 지원한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 앞서 스마트팩토리를 방문, 메타버스 체험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 정부는 올해 메타버스 산업에 2233억원을 지원한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 앞서 스마트팩토리를 방문, 메타버스 체험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에서는 아직 메타버스에 기대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등 사실상 태세전환에 들어간 가운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한창이다. 정부는 올해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해 2233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와 투자 위축으로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메타버스 산업은 신성장 동력이라며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도 여전하다. 국내 대표 검색엔진 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이프랜드, LG유플러스의 키즈토피아, KT의 지니버스 등은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로 유명하다. 금융권에서도 제페토와 제휴를 맺은 하나은행의 하나월드, 신한은행의 시나몬, NH농협은행의 독도월드 등 메다버스 서비스가 은행 시스템과 연계돼 운영 중에 있다. 

하지만 활성이용자나 수익성은 메타버스에 거는 기대만큼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는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는 지난 2021년 매출이 3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영업 손실은 188억 원에서 295억 원으로 커지고 있어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권의 메타버스 역시 수익성보다는 마케팅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활성이용자 역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5월 경남연구원이 발행하는 정책브리프(G-BRIEF)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여행을 부담스러워하는 국민에게 일정한 대리만족을 주고자 탄생한 지역명소 메타버스의 경우 '충북 영동 송호국민관광지’의 누적 방문객 수는 5개월에 1000명으로 하루 평균 6명 수준이었다. '경북 로컬관광 기댈언덕 빌리지'는 2개월에 누적 방문객 수는 57명에 불과했다. '낭만 가득한 관광명소 여수 밤바다'는 한달 동안 129명이 찾았고 '오늘 우리 강릉 왔어요'는 4개월여 동안 1300명이 찾았다.

현재 산업 전체 흐름으로 볼 때 디지털 전환 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투자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을 내지 못하거나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해 대중성을 잃은 사업은 폐기수순으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길고 긴 변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어쩔수 없는 사업 축소로도 본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선두에 있던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 재편 과정에서 메타버스를 과감히 접은 행보는 유행처럼 번져 맹목적으로 따라가기 바빴던 메타버스 열풍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신호로 풀이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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