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경제】 유럽 이어 미국까지 전기차 비중 확대...관련 기업 '비상'
【기후경제】 유럽 이어 미국까지 전기차 비중 확대...관련 기업 '비상'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4.12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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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2032년까지 전기차 비중 67% 발표해
완성차 기업들 정책 발맞춰 가격 내리고 투자 늘리고
미국 공장 건설 중인 현대차, 국내도 공장 짓고 투자
미국이 오는 2032년까지 신차 10대 중 6대 이상인 약 67%를 전기차로 채우는 환경 정책을 발표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이 오는 2032년까지 신차 10대 중 6대 이상인 약 67%를 전기차로 채우는 환경 정책을 발표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27개 회원국에서 휘발유와 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전면 금지한 가운데 미국 역시 2032년까지 신차 10대 중 67%를 전기차로 채우는 환경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기후위기 문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여러 환경 정책 중 가장 속도가 빨라 주목된다. 유럽과 미국이 환경 정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해 탄소중립도 가속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2032년 신차 중 전기차 비중 67% 달성

지난 11일(현지시간) CNN과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이 승용차 및 소형트럭 탄소 배출 규제안을 통해 오는 2032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64~67%를 전기차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발표는 환경정책을 대표적인 국정과제로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1년 당시 2030년까지 신차 5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기존 입장을 더욱 앞당긴 셈이다. 

다소 공격적인 이번 정책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래산업으로 규정된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의 위치를 다지겠다는 의지가 들어갔다. 또 최근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한 EU를 견제하겠다는 의중도 읽힌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시행과 맞물려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이번 발표를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5%대에 불과한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 비중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연간 1400만대 안팎의 신차가 팔리는 미국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81만대로 5.8%에 불과했다. 이를 10년도 안남은 기간동안 10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것 자체가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근 AP통신이 성인 54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7%가 '다음에 자동차를 살 때 전기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전기차 구매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답한 응답자는 19%에 불과했고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둔 응답자는 22%였다.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는 비싼 가격과 부족한 충전소 문제가 언급됐다.

미국의 이번 발표에 따라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인 테슬라와 2위인 포드 등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생산 설비를 보충하고 가격을 내리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의 이번 발표에 따라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인 테슬라와 2위인 포드 등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생산 설비를 보충하고 가격을 내리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 맞추려는 기업들 비상

판매할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전기차 비중을 늘리고 기간을 단축하면서 생산과 공급망에도 변화가 포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 두고 “모든 주요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생산 설비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 규모에 부합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기차 판매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은 그만큼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지금의 내연기관차에 맞춰진 생산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는 셈이다.

이에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테슬라는 이미 100%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어 가격으로 승부하는 모양새다. 최근 테슬라는 미국에서 모델S와 모델X 차량의 판매 가격을 각각 5000달러(약 650만원)씩 인하했다. 앞서 모델3세단은 1000달러(약 130만원), 모델Y의 경우 2000달러(약 260만원)을 각각 인하한 바 있다. 올해에만 1월과 3월, 4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가격을 내리고 있는 테슬라의 경우 이미 100% 전기차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격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에 이어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 2위인 포드는 내연기관차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포드는 18억달러(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내연기관차 생산공장인 캐나다 온트리오주의 오크빌 조립공장을 전기차 생산공장으로 개조한다. 포드가 북미에 있는 내연기관차 생산시설을 전기차 시설로 바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미국 켄터기주와 테네시에 배터리공장 3개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포드는 연간 2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외부 비중이 높은 배터리까지 내부에서 소화해 전기차 배터리의 70%인 140만대 분량은 자체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짐 팔리 포드 CEO가 포드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전기차로 규정하고 대규모 투자금을 쏟아붓는 결과기도 하다.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화성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현대차그룹 투자 계획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화성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현대차그룹 투자 계획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사진/뉴시스)

우리 기업도 발빠르게 합류...정부도 지원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써는 이번 미국의 결정에 발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 중에 있다. HMGMA 인근에는 배터리 셀 공장도 지어진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2025년 상반기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12%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연간 323만대를 판매해야 하고 미국에서만 84만대를 판매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지난해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이 4.8%에 불과하고 미국내 전기차 점유율이 5.8%인 점을 감안할 때 약 3배 가깝게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지난 11일 현대차그룹은 경기도 화성시 오토랜드화성에서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도 무려 24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국내에 지어지는 전기차 생산공장에 2025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해 오는 2030년에는 151만대를 생산하고 이 중 92만대는 수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톱3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전기차로의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현대차의 통 큰 투자에 발맞춰 R&D(연구개발)과 세제 지원 등 정책 지원으로 원팀이 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윤 대통령이 발표한 6대 첨단산업 전략 중 자동차 부문에 해당하는 첫 투자인 이번 현대차그룹의 투자에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과 국제적 흐름에 편승한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주목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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