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줄줄이 회생신청, 부동산 불황에 휘청이는 건설사들
【투데이진단】 줄줄이 회생신청, 부동산 불황에 휘청이는 건설사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4.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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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창기업 등 중견 건설사 회생신청에 업계 충격
중견 건설사들의 회생신청이 늘며 건설업계가 위기 그 자체다. 사진은 전국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은 대구 도심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시스)
중견 건설사들의 회생신청이 늘며 건설업계가 위기 그 자체다. 사진은 전국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은 대구 도심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시장 경색으로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도가 시작된 가운데 올해에는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외의 중견 건설사들이 회생신청을 하는 등 건설업계에 줄도산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 대형 건설사 11곳의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94조원을 넘어서는 등 건설업계 부실화가 규모와 상관없이 확산되고 있어 건설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대창기업 등 중견 건설사 줄줄이 회생신청

지난 7일 대창기업이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는 부도를 내고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회생 가능성이 보이는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 법원에서 지정한 제3자가 자금을 비롯한 기업활동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법정관리 기업으로 결정되면 모든 채무가 동결된다. 반대로 법원이 기각할 경우 파산절차를 밟거나 항고하게 된다.

이번 법정관리가 주목되는 이유는 대창기업이 시공능력평가 109위이자 설립된지 71년이 넘은 탄탄한 중견 건설사라는 점이다. 아파트 브랜드 ‘줌(ZOOM)’으로 널리 알려진 대창기업은 지난 2021년만 해도 매출 2610억원, 영업이익 274억원, 당기순이익 77억원으로 견고한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제때 받지 못한 공사 미수금이 506억원을 넘어서는 등 유동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매출은 3508억원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61억원에 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결국 법정관리까지 가게됐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는 대창기업 뿐 만이 아니다. 지난달 21일에는 HN Inc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HN Inc는 범현대家 3세이자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남편인 정대선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시공능력평가는 133위다. ‘현대 썬앤빌’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진 HN Inc는 2021년 매출 2838억원으로 이 중 70%이상의 매출이 건설부문에서 나온다. 하지만 최근 동탄역 헤리엇에서 입주 거부 사태가 벌어지면서 잔금 회수에 차질을 빚는 등 위기를 겪다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시공능력평가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지난 2월 법원은 회생절차개시를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엘크 루’를 내세운 중견 건설사다. 대우건설이나 대우조선해양과는 관계가 없는 회사로 한국코퍼레이션그룹 계열사인 한국테크놀로지가 인수한 회사다. 현재 회생절차에 돌입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음에도 김용빈 대우조선해양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논란이다. 

중견 건설사 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사와 중소형 건설사 등 규모를 따지지 않고 부동산 불황으로 인한 위기가 팽배하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중견 건설사 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사와 중소형 건설사 등 규모를 따지지 않고 부동산 불황으로 인한 위기가 팽배하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대형 건설사는 부동산 PF 우발채무 수두룩

중견 건설사의 파산에도 부동산 시장의 불황은 여전하다. 여기에 건설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대한 불안감까지 가중되는 모양새다. 우발채무는 현재에는 채무가 아니지만 잠재적 부채로 분류된다. 지난달 27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 11곳의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지난해 9월 기준 94조원을 넘어섰다. 건설사별로는 현대건설이 24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GS건설 14조5000억원, 롯데건설 12조8000억원, 대우건설 10조2000억원, 포스코건설 8조3000억원, 태영건설 7조500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6억원, 동부건설 3조4000억원, KCC건설 3조2000억원, 코오롱글로벌 2조원, HL D&I 한라 1조5000억원 순이다. 우발채무 규모에 비해 같은 기간 현금 유동성은 12조원에 불과했다. 

특히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은 미분양위험지역 브릿지론을 가장 많이 보유해 문제가 됐다. 롯데건설의 미분양위험지역 브릿지론이 1조4000억원 규모로 인천 4700억원과 대전 3900억원, 대구 3400억원, 기타지방 1500억원 순이다. 브릿지론은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로 빌려쓰다 사업성이 좋아지면 제1금융권의 낮은 이자 자금으로 차입하면서 남은 제2금융권 차입금을 말한다. 대부분 토지비와 초기사업비로 이용하는 브릿지론이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면 건설사 우발채무가 된다.

태영건설 경우 미분양위험지역 브릿지론은 5600억원 규모로 대전 1900억원, 경남 김해시 1100억원, 경북 구미시 1400억원, 기타지방 1200억원 등이다. 하지만 이들 대형 건설사는 그룹사간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그룹과의 투자협약으로 1조4000억원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했고 태영건설은 티와이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을 장기차입하는 등 유동성을 확보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 건설현장을 방문해 시멘트 수급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 건설현장을 방문해 시멘트 수급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분양 2010년 이후 최대, 해결방법 대안 전무

문제는 이같은 건설사들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불황인 건설 경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나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폐업 신고를 한 중소형 종합건설업체는 1059곳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12곳보다 16.1% 늘어난 수치다. 종합건설사의 폐업은 135곳에 달한다. 

그럼에도 부동산 경기는 더욱 악화 조짐을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359가구다. 이는 2010년 12월 8만8706가구가 미분양됐던 초유의 사태 이후 가장 많은 미분양 상황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부동산발 금융위기, 연착률 해법은’이라는 경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미분양 10만호까지는 각오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분양가가 높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은 원자재값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분양가를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원 장관은 여전히 높은 분양가를 이유로 사실상 미분양 사태를 관망하겠다고 말해 경기 회복으로 가는 길은 어려워 보인다. 원 장관이 건설업계의 미분양 주택 매입 요구에 대해 자구 노력이 최우선이라 밝힌 것도 결국 분양가를 낮추려는 업계의 해결이 첫 번째라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난 10일 국토부에 주택시장 침체가 우려되는 지역을 위축지역으로 지정하고 DSR 비적용 또는 은행권 비은행권 50% 동일 적용 등 규제지역에 상응하는 수준의 인센티브를 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침체가 우려되는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겠다는 의중이다. 아직 국토부의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자구 노력을 강조하는 정부와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업계 사이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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