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이슈】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뿔난 스타트업 대표들
【투데이이슈】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뿔난 스타트업 대표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4.19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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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케어·프링커코리아·키우소·닥터다이어리·팍스모네 대표들
재단법인 경총과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
전문기관과 협의체, 형사처벌 규정 신설하고 실효성 강화 촉구
최근 기업문화가 성숙해졌음에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가 여전하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기업문화가 성숙해졌음에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가 여전하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기업문화가 성숙해졌음에도 여전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가 벌어진다. 산업 전반의 힘의 논리에 따라 누군가는 중소기업이 흔히 겪는 의례적인 일이라 치부한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의 사활과 운명이 걸린 절대절명의 일이다. 현재 대기업과 분쟁 중에 있는 5개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여 기술탈취를 막을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하자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알고케어와 프링커코리아, 키우소, 닥터다이어리, 팍스모네 등 5개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여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아이디어와 저작권, 기술 분야 등에서 권리 탈취를 당한 중소기업에 무료법률대리와 무료법률 자문등을 제공하는 민간 공익법인 경총의 후원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알고케어 vs 롯데헬스케어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와 카트리지 방식의 영양제 디스펜서(정량 공급기)제품 도용 여부를 놓고 분쟁을 겪고 있다. 앞서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는 지난 2021년 알고케어가 개발 중인 영양제 디스펜스 제폼과 관련해 투자 관련 미팅을 진행했다. 이후 양 측의 투자 논의는 무산됐고 알고케어는 해당 제품으로 CES에서 혁신상을 받자 자력으로 올해 3월 제품 출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3’에서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가 개발한 제품과 매우 유사한 영양제 디스펜스를 선보이며 문제가 됐다. 롯데헬스케어는 2021년 알고케어와의 투자 미팅이 무산된 뒤 캐논코리아에 영양제 디스펜서 제작을 의뢰해 CES 2023에서 선보였다.

알고케어는 이를 기술도용이라 보고 공정위에 신고하고 롯데헬스케어에 대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반면 롯데헬스케어는 영양제 디스펜서가 해외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개념의 제품이라며 알고케어보다 1년 앞서 CES에 참가한 이스라엘 기업 뉴트리코가 디스펜서 모델을 선보였고 롯데헬스케어 역시 신사업 검토 시점부터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의 분쟁을 두고 정부까지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사건에 관환 실태조사를 벌였고 특허청도 조사에 나섰다. 최근에는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분쟁조정위원회가 사실관계 등을 독립적으로 조사한 뒤 당사자 간 분쟁 해결을 돕는 기술분쟁조정부가 구성돼 양 측의 중재에 나선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에게 협업을 제안할 때 거절하는 자체가 어렵고 실제 협업으로 이어지기 위해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 과정이 문서로 전달될 때도 있지만 구두로 전달될 때도 있어 녹취 등이 없다면 해당 피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링커코리아 vs LG생활건강

프링커코리아는 LG생활건강과 타투 프린터를 두고 분쟁 중이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원하는 모양의 타투를 프린터하는 타투 프린터는 2016년 프링커코리아가 개발한 제품이다. 이후 2019년 LG생활건강과 협업 계약을 맺었지만 그 다음해인 2020년 LG생활건강은 자신들의 브랜드로 타투 프린터 디자인 특허를 출원했다.

이에 프링커코리아는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휴렛팩커드사와의 협업으로 개발한 제품이라는 입장으로 프링커코리아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LG생활건강이 2019년 1월에 프링커 제품의 공급과 협업을 목적으로 수차례 문의를 해 기술적 내용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며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판매하던 제품을 자사의 브랜드 홍보 목적에 사용하고 싶다고 접근해 기기 구매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자세한 기술적 문의를 받았고 특히 화장품 잉크 개발 관련 내용 문의와 협업 가능성 확인을 요청해 왔다. 이에 비밀유지계약서 사인 후 추가 협의할 것을 요청했는데, 2019년 6월에 LG생활건강 측에서 준비한 비밀유지계약서로 계약을 진행했지만 갑자기 모든 공식적인 소통은 단절됐다"면서 "비밀유지계약서에서 담당자로 지정된 LG생활건강 직원은 '타투 프린터' 라는 디자인 특허를 본인 창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키우소 V 농협경제지주

농협중앙회가 주최한 창업공모전에서 수상한 목장관리 스타트업 키우소는 농협경제지주와 데이터 분쟁에 벌이고 있다. 그간 키우소는 농협경제지주의 '한우종합 개체이력조회'에서 한우의 개체와 분만 이력, 혈통, 도축 등 40여가지 데이터를 수집해 한우의 등급 등을 자체 평가하고 농가와 우시장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갑작스럽게 농협경제지주가 보안문자 입력 시스템을 도입해 키우소 등 외부 인공지능(AI)의 데이터 접근을 차단했다. 이를 두고 농협경제지주는 해당 정보공개법 적용대상이 아닌 민간 지역축협에서 생산하는 정보로 지역축협의 지도·경제사업을 위해 농협 자체 예산으로 개발 운영되는 데이터로 무상 제공 의무가 없다는 것을 차단 이유로 들었다. 

이에 키우소는 데이터 입력주체는 지역축협이지만 수집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았기에 공공데이터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지역축협과 한국종축개량협회 등에 지원된 예산은 정부 9억원, 지자체는 141억원을 각각 지원한 바 있다. 또, 농협중앙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는 공공성을 띈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성보 키우소 대표는 "키우소를 개발하던 2020년 12월 농협이 주최하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지만 공모전을 주최했던 농협이 제 노력들을 아무렇지 않게 베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닥터다이어리 vs 카카오헬스케어

닥터다이어리는 당뇨·건강 관리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지난 2017년부터 당뇨 환자들의 혈당 수치와 식단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카카오헬스케어가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앱이 비슷한 기능을 담고 있다며 아이디어 도용을 주장한다.

닥터다이어리는 3년 전 카카오에서 사업 협력과 투자를 문의하면서 4~5차례 미팅을 가졌고 서비스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반면 카카오헬스케어는 이미 해외에 비슷한 제품이 있는 혈당·식단 관리 기능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세부 작동 원리도 다른데 출시도 안된 서비스를 두고 유사성을 논하는 것은 억울해하고 있다.

팍스모네 vs 신한카드

핀테크 스타트업 팍스모네는 은행 계좌에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를 이용해 회원간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최초로 개발했다. 하지만 신한카드가 팍스모네가 개발한 서비스와 유사한 마이송금 서비스를 선보이고 혁신금융서비스까지 지정돼 양 사는 4년이 넘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는 신한카드보다 먼저 특허 기술을 출원해 신한카드의 마이송금 서비스가 당사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신한카드는 특허등록무효소송을 제기하고 팍스모네의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 스타트업 대표들, 제도 개선 촉구

이들 스타트업 대표들은 중소기업들이 기술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기술보호 관련 법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다. 하도급법상 기술유용 신고는 공정위로, 상생협력법 및 중소기업기술보호법상 기술침해 신고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이뤄진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이나 아이디어 침해 신고는 특허청을 통해 가능하다. 즉,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거나 기술탈취를 당하면 어디로 신고를 해야할지부터 난감한 지경이다. 경총과 스타트업 대표들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아이디어와 성과물, 데이터 등 기업 간 불공정 거래 행위를 감시하는 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기에 현재 성과물 침해의 경우 행정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민사소송만이 피해 기업을 구제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도 문제라 지적했다. 아이디어 침해와 데이터 부정사용 등은 가해기업의 위법성이 인정돼도 시정권고 등의 행정조치만 내려질 뿐이다. 이에 경총과 스타트업 대표들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및 성과물 침해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행정조사 범위 확대 및 실효성 강화를 촉구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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