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속전속결로 발의된 '전세사기 특별법' 실효성 점검
【투데이진단】 속전속결로 발의된 '전세사기 특별법' 실효성 점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4.27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 극단적 선택
피해 임차인 지원 목소리, 27일 전세사기 특별법 발의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세기 피해자 배소현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배소현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빌라왕 사태로 촉발된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이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단시간에 전세사기 특별법이 발의됐다. 법안 세부 사안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조금 다르지만 전세사기 지원이 시급하다는 뜻만은 동일해 신속한 법안 처리가 기대된다. 다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세 피해를 국가가 떠안을 수 없다는 발언으로 피해보상과 관련해 어느 정도 선을 그었고 전세사기 특별법의 핵심 대책인 우선매수권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세입자에게 사실상 쓸모가 없어 피해자 지원을 위해 마련된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3명 극단적 선택

지난해 말 빌라왕 사태가 터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전세사기 작태가 드러났다. 그 중 올 초 인천 미추홀구의 건축왕 사건은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이 단시간에 마련된 계기가 됐다. 건축왕 남모씨는 지난 2009년 임대사업을 시작해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의 명의로 토지를 산 뒤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인천 미추홀구에 나홀로 아파트나 빌라를 신축으로 세웠다. 인천 미추홀구는 오래된 주택과 빌라가 많은 지역이라 남씨의 신축 아파트와 빌라는 지어지는 족족 전세매물로 인기를 모았다. 

남씨는 신축 빌라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다시 땅을 사들여 계속 신축을 늘려나갔다. 이 방법으로 남씨는 미추홀구에만 약 2100가구를 새롭게 지었다. 동시에 남씨는 바지 임대인을 세워 아파트와 빌라를 전세로 내놨다. 남씨는 약 2500가구와 전세계약을 맺었고 세입자들에게 받은 전세금은 강원도 개발사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고 금리까지 오르자 남씨는 대출금을 감당 못하게 됐고 전세계약을 맺은 집들이 하나둘씩 경매로 넘어가면서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가 발생했다. 

남씨에게 피해를 당한 세입자 중 지난 2월 28일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어 지난 4월 14일에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모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던 2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9000만원이다. 이후 3일 뒤인 4월 17일에는 9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여성이 미추홀구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뒤 사망했다. 총 3명의 20-30대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사망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경매만이라도 중단하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자 정부는 3번째 피해자가 사망한 날 범정부 TF를 확대 운영하고 당정 협의를 통해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는 27일 한시 특별법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을 발의하고 피해자의 주거안정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속전속결로 마련된 전세사기 특별법은 제정 이후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전세사기 특별법, 피해자 주거안정이 핵심

전세사기 특별법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가 진행돼야 하고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했을 때 서민 임차주택 ▲수사가 개시되는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6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하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지원된다. 집값 하락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나 깡통전세 피해자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셈이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이 시·도에 피해 사실을 접수하면 기본요건을 조사한 뒤 국토부의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피해 사실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피해자로 인정되면 직접 경매 유예나 정지를 신청을 할 수 있다. 경매가 미뤄지면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이 부여된다. 우선매수 신고시 최고가낙찰액과 같은 가격으로 낙찰된다. 이 경우 정부는 낙찰 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정부는 디딤돌(주택기금 구입자금)대출에 전용상품을 만들어 연 금리 1.85∼2.70%(소득별 차등)에 최대 4억원까지 대출하는 등 최우대요건인 신혼부부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만기는 최장 30년으로 통상 1년인 거치 기간은 3년으로 연장한다. 디딤돌대출을 이용하려면 소득이 연 7000만원(부부합산) 이하여야 한다. 소득 요건에서 벗어난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금리를 0.4%포인트 우대받아 연 금리 3.65∼3.95%(소득별 차등)에 최대 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또는 피해 임차인이 희망 시 LH에 우선매수권 양도도 가능하다. LH는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해당 임차주택을 매입한 후 피해 임차인에게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게 된다. 이 경우 피해 임차인은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어 주거연속성이 보장된다. 다만 전세보증금에 대한 직접적 지원이나 보전은 없다. 정부는 매입 임대 사업의 올해 예산을 활용해 공급을 지원할 예정이다. LH가 매입을 못할 경우에는 인근지역 유사 공공임대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2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안 실효성 의문, 여야 법안 세부내용 합의될까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지금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특별법이 마련된 점은 칭찬을 사고 있다. 하지만 법안으로 피해 임차인들이 정말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앞서 지난 24일 원희룡 장관은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아 전세 계약 모두에 대해 미반환 사태가 우려된다해서 국가가 다 보상할 수는 없다고 발언했다. 어느 정도 선을 그은 원 장관의 발언은 해당 법안이 소극적 지원에 그칠 것이란 우려를 낳았다.

실제 법안의 핵심인 우선매수권 부여를 두고 매수 자금 여력이 부족한 피해 임차인에게는 사실상 쓸모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대출을 받아 경매를 낙찰받으라는 것은 피해자를 구제하기보다는 빚의 늪으로 빠뜨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LH 매임입대의 경우에도 피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지원하거나 보전해 주지 못해 임대기간이 끝나면 막막한 것은 여전하다.

정의당 전세 사기 깡통전세 특별대책위원장을 맡은 심상정 의원은 전세사기 특별법에 보증금 채권 매입 방식과 국세 안분 조치,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경과규정이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사건을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공공 매입임대 예산을 편성하고 캠코가 은행이 보유한 선순위 채권을 매입할 것을 주장했다. 피해 임차인에 대한 저리 대출의 보증금과 소득 기준을 더 완화하고 대환대출 보증 및 대출 기관 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즉, 정부와 여당은 원 장관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전세사기 피해를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 아래 지원 방안을 마련한 반면 야당은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전세 보증금을 모두 날린 피해 임차인에 대해 적극적인 피해자 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하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야의 뜻은 통했지만 전세보증금 보전 방안에 대해 약간의 차이를 보여 국회 상임위원회 협의에서 진통을 겪을 여지가 남은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28일 전체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등 전세사기 예방법을 상정하고 며칠 내로 법안소위에서 법안을 병합 심사할 예정이다. 이후 5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하위법령 제정을 거쳐 전세사기 특별법은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한편, 피해 임차인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지만 적발된 임대인에 대한 처벌 강화와 지금도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대책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