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금융】 ‘빚으로 산다’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한계점
【투데이금융】 ‘빚으로 산다’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한계점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5.03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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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은 줄었는데...중소기업 자영업자 대출 증가
코로나19 이후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 5차례 지원
빚 상환할 여력 없어, 은행 충당금 확대 요구 제도화
고금리 탓에 가계대출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출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뉴시스)
고금리 탓에 가계대출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출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가계대출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출은 계속 늘어나 한계점에 도달한 모양새다. 지난해 1000조원을 넘겨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자영업자 대출이 올해에도 상승폭을 이어가고 있다. 빌려간 돈을 갚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여러 차례 만기를 연장하거나 상환 유예 조치에도 대출금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가 10명 중 8명에 달한다. 이에 은행권 사슬의 약한 고리라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출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한 고리, 중소기업 자영업자 대출 증가

지난 4월 말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5곳의 총수신 잔액은 1878조8819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전인 3월 말 기준 총수신 잔액 1871조5370억원보다 7조3449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5대 시중은행의 수신 잔액이 늘어난 이유는 기업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은 줄어들고 있지만 기업대출은 반대로 가는 모양새다. 

고금리와 정부의 규제,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가계대출은 감소폭이 뚜렷하다. 금리가 높아 대출 자체가 줄었고 빚을 갚는 가계는 늘었다. LTV는 완화됐지만 DSR 규제는 그대로라 대출 상한선은 여전히 가계 대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얼어붙은 점도 가계대출이 줄어드는데 한몫을 했다. 이에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 잔액이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다. 5대 시중은행만 봐도 지난 3월 말 680조7661억원에서 지난달 말에는 677조4691억원으로 3조2970억원이 줄었다. 가계대출 감소세는 1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반면 기업대출은 늘어나는 추세가 역력하다. 한국은행이 밝힌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1019조8000억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을 보였다.  올해에도 기업대출은 잔액은 계속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14조6749억원이었지만 4월 말에는 720조778억원으로 늘었다. 한 달만에 5조4029억원이나 대출 규모가 늘어났다. 

기업대출 중에서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점을 두고 우려가 크다. 전체 쇠사슬의 연결고리가 강하더라고 가장 약한 한 부분이 끊어지면 쇠사슬은 사용을 할 수 없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권의 약한 고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장 약한 부분을 방치할 경우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은 기업대출,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고금리 탓에 가계대출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출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카페에 걸린 대출로 인한 일시휴무 안내문.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카페에 걸린 대출로 인한 일시휴무 안내문. (사진/뉴시스)

대출 늘었는데 상환은 요지부동

대출이 늘었다 해도 잘 갚기만 한다면 문제가 커지지는 않는다. 가계의 경우 고금리 탓에 빚부터 갚고 보자는 추세를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반면 기업들의 상환은 전무후무하다. 2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코로나19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가 적용된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은 총 37조6159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 연장은 36조1845억5400만원, 상환 유예는 1조4313억800만원이다.

그간 정부는 코로나19 이전에 빌린 자영업자 대출의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를 5차례나 지원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로 대출 규모가 7조4190억원이 줄었지만 그동안에도 계속 대출이 늘어나 대출 잔액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다시 한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3년간의 만기 연장과 최대 1년간의 상환 유예를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6개월이 지난 올해 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 대상 차주는 21만2895명에서 16만8994명으로 4만3901명이 줄었을 뿐이다. 이는 전체의 20%로 해당 조치가 적용되는 차주 10명 중 8명은 돈을 갚지 못하고 다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를 한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의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가 동시에 적용되는 차주도 3000명에 달했다.

만기 연장의 경우 최장 2025년 9월까지 가능하고 구체적인 기간은 금융사와 차주가 협의해야 하는 상황으로 다소 시간 여유가 있다. 하지만 대출 잔액과 차주 수가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올해 9월 상환 유예 만기가 돌아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오는 10월부터 정상적으로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대거 채무불이행에 빠질 우려가 있다. 

정부가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은행의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제도를 도입해 올 2분기부터 적용한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은행의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제도를 도입해 올 2분기부터 적용한다. (사진/뉴시스)

하반기 경기 불확실, 충당금 확보 전쟁

이에 은행권에서 기업대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하반기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나오고 있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린다. 지난달 19일 금융감독원은 5대 시중은행 재무·리스크 담당 임원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은행이 여러 금융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조치가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명목상 손실 지표가 실제 위험 수준보다 낮게 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당금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적립해 놓는 돈이다. 지난해에도 5대 시중은행의 금융지주는 1분기 7774억원, 2분기 1조 5585억원, 3분기 1조171억원, 4분기 2조5838억원 등 5조9368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고 은행은 별도로 1분기 3017억원, 2분기 1조171억원, 3분기 4409억원, 4분기 1조4745억원의 대손충당금을 각각 적립한 바 있다. 이로 인해 5대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8조3297억원에 달한다. 2021년(6조9775억원)보다 19.3% 늘어난 규모다.

정부의 충당금 확보 압박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져 금융지주와 은행의 충당금 적립은 올해에도 계속된다. 5대 시중은행 금융지주와 은행은 당장 올 1분기 실적부터 원래 계획보다 많은 충당금을 적립했다. 은행이 충당금 적립을 확대할 경우 가장 먼저 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주주 배당도 줄어들게 된다. 실제 정부의 연이은 충당금 확대 압박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정부의 충당금 확보 요구는 더 커지고 제도화된다. 윤석열 정부는 은행이 공공재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에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은행의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제도를 도입해 올 2분기부터 적용할 방침이라 금융권에 대한 압박수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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