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퀄컴·브로드컴發 반도체산업 경쟁제한 개선될까
【투데이진단】 퀄컴·브로드컴發 반도체산업 경쟁제한 개선될까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5.08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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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불공정행위로 1조 넘는 '역대급 과징금' 확정
삼성전자에 갑질한 브로드컴은 '동의의결' 진행 중
공정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6년 12월 28일 글로벌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2개 계열회사에 대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했다.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6년 12월 28일 글로벌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2개 계열회사에 대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삼성전자와 LG 등 휴대전화 제조사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한 다국적 통신업체 퀄컴과 삼성전자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악용해 갑질 행위를 해 온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반도체산업의 경쟁제한 요인과 불공정행위를 들여다보는 것이 핵심으로 거래상 우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퀄컴이 쏘아올린 불공정, 역대급 과징금

글로벌 통신칩셋,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방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6년 12월 28일 공정위는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2개 계열회사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이하 3사 통칭 퀄컴)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공정위 출범 이후 단일 사건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규모 중 역대 최대로 눈길을 모았다.

퀄컴의 역대급 과징금 부과 이유는 칩셋 제조와 판매 과정에서 퀄컴이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제공을 제한하고 칩셋 공급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해 휴대전화 제조사에 대한 부당한 라이선스 체결을 강제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당행위가 이뤄진 배경에는 퀄컴이 자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은 물론 관련 특허까지 보유하고도 다른 칩셋사에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아 휴대전화 제조사들에게 일방적 거래를 강요하는 것이 가능했다.

미국 기업인 퀄컴은 무선 전화통신 연구와 개발을 통해 CDMA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안드로이드폰에 탑재되는 AP칩 스냅드래곤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또 이같은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과 LG, 애플, 화웨이 등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퀄컴칩을 탑재하면서 휴대전화의 3~5%의 모뎀침 특허 사용료를 의무적으로 지불해 왔다. 이로 인해 퀄컴은 2009년부터 7년간 한국에서 38조를 벌어들였고 이를 불공정으로 판단한 공정위는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퀄컴은 공정위의 역대급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019년 서울고등법원은 퀄컴이 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확보한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는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퀄컴은 이 역시 불복해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지난 4월 13일 대법원 역시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며 과징금 1조311억원 전액을 확정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한 계약 강요 등의 갑질로 공정위의 판단을 받고 동의의결을 거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한 계약 강요 등의 갑질로 공정위의 판단을 받고 동의의결을 거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브로드컴의 갑질, 대기업도 예외없다

여기에 스마트기기 부품 사업자인 브로드컴 역시 삼성전자에 대해 갑질을 했다는 공정위의 판단이 나온 상태다. 브로드컴은 싱가폴과 미국에 거점을 한 반도체기업이다. 브로드컴은 게이블 모뎀과 셋톱박스, 스위치, 라우터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유선 인프라와 와이파이 및 RF 칩셋 등의 무선통신, 기업대상 서버의 커넥터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특히 브로드컴의 와이파이 칩셋은 호환성이 뛰어나 삼성전자, 애플 등 휴대전화나 인터넷 공유기 등에 사용된다. 

브로드컴은 지난 삼성전자와 계약을 하면서 2020년부터 자신들의 제품을 매년 7억5000만달러 이상을 구매하도록 강제했다. 브로드컴이 제시한 금액에 미달할 경우에는 삼성전자가 차액을 배상하도록 했고 이간은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3년간 지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계약 선택권을 제한하고 경쟁업체의 진입을 막은 불공정행위로 대기업도 갑질에서 예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공정위가 브로드컴의 이같은 행위를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판단하면서 브로드컴은 자진 시정과 함께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공급계약 강제 금지, 반도체 분야 중소 사업자 지원을 위한 2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 삼성전자가 구매한 부품에 대한 기술 지원과 품질보증 약속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했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기간에 '동의의결안에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을 포함하거나, 동의의결 대신 정식 심의를 통해 브로드컴의 위법 여부를 확정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삼성전자가 브로드컴이 마련한 자진시정을 거부한 가운데 공정위는 다음 달 7일 전원회의를 열고 공정위 심사관과 브로드컴이 마련한 동의의결안을 인용할지 심의한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한 계약 강요 등의 갑질로 공정위의 판단을 받고 동의의결을 거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공정위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실태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점검에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반도체 산업 전반적 실태조사 돌입

퀄컴과 브로드컴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공정위는 한 단계 나아가 반도체 산업 전반에 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난 3일 공정위는 반도체 산업 실태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해 시장현황을 파악하고 경쟁제한 요인과 불공정거래 발생 가능성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퀄컴과 브로드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혁신이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시장을 독점한 사업자의 경쟁제한 행위가 지속되고 있어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통해 독점을 규제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와 독점적 사업자가 경쟁자들을 배척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등 부당한 행위는 경쟁 체계를 무너지게 만들고 혼란을 가져온다. 이런 행위는 결국 우리 경제에 타격을 미친다. 이에 공정거래법은 이미 경쟁 대상이거나 경쟁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체,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거나 배제해 경쟁 자체를 감소하는 모든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반도체 등 디지털 기반 산업과 오픈마켓 등 플랫폼 분야의 경쟁사업자 진입을 막고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독점력 남용 행위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반도체 기업의 정책과 약관을 분석하고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심층조사를 벌이는 등 본격적인 점검에 나선다. 

조사에서 공정위는 신규사업자 진입 제한, 경쟁사업자 배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방해, 부당한 거래 거절, 가격·거래조건 차별, 끼워팔기 등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행위 등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요인과 발생 가능성까지 분석할 예정이다. 향후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거래관행 개선과 정책 수립, 사건처리 등에 활용할 예정으로 이번 조사가 반도체 산업의 불공정행위를 뿌리뽑는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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