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마스크 너머 텅 빈 눈, ‘기후우울증’을 아시나요
[기후환경] 마스크 너머 텅 빈 눈, ‘기후우울증’을 아시나요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5.09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후우울증’ 증가세, 무력감에 만성 슬픔
청년층, 이른 벚꽃 등 기후 변화에 불안해 
“지구에서는 애 못 키워” 영국은 ‘출산파업’

[한국뉴스투데이] “이번 생은 망했어.” 코로나19로 전세계가 패닉에 빠진 이후, 비관주의가 곳곳에 내려앉았다. 지진, 이른 벚꽃 등 이상 기후가 계속되면서 기후 우울증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기후 우울증은 기후위기 상황을 보며 느끼는 불안·스트레스·분노·무력감 등을 포괄하는 말로, 2017년 미국 심리학회에서 정의한 우울장애의 일종이다. 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편집자주>

▲날씨의 변화는 인간 뇌의 생물학적 시계에 영양을 준다. 특히 환절기에는 날씨와 일조량이 변화하면서 호르몬의 불균형이 생기기 쉽다. (사진/뉴시스)
▲날씨의 변화는 인간 뇌의 생물학적 시계에 영양을 준다. 특히 환절기에는 날씨와 일조량이 변화하면서 호르몬의 불균형이 생기기 쉽다. (사진/뉴시스)

 

대기오염 등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의 위협하는 주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사회문제로 떠오른 기후 우울증은 기후 행동이 필요한 위험 요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늘보다 슬픈 내일
미세먼지 농도 보통, 초미세먼지 보통. 공기 질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은 지금 세대에게는 낯설지 않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는 전국 측정소의 데이터를 모아 대기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는 케이웨더의 대기환경 예보모델(CMAQ)을 통해 시간별 대기 환경 예보를 확인하며, 야외 활동 가능 여부를 가늠하며 지내고 있다. 


날씨의 변화는 인간 뇌의 생물학적 시계에 영양을 준다. 특히 환절기에는 날씨와 일조량이 변화하면서 호르몬의 불균형이 생기기 쉽다. 자연스러운 계절의 바뀜이 아닌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미세먼지, 폭염, 한파 등에 시달리는 매일을 겪는 현대인은 기후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WHO는 지난 2019년 이미 대기오염과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WHO는 “기후변화는 정신건강과 웰빙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급변하는 기후를 보며 인류는 슬픔, 두려움, 절망, 무력감과 같은 감정을 강렬하게 경험한다”면서 “이런 고통이 누적되면 심혈관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암과 같은 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갖춘 기후행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후 우울증에 시달릴 확률은 환경 변화를 체감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기후 우울증은 기후 변화를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농부와 과학자 사이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따르면, 농업 분야에서 온난화에 따른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사망건수가 최근 30년간 5만9,300건에 달했다. 연간 강수량이 1mm 증가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율이 7% 줄었다. 

슬픔에 빠진 청년들
기후 위기는 우울하고 불안한 심리를 가중 시킨다. 급변하는 날씨에 따른 우울감이 늘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기후 위기는 개인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는 문제이니만큼 정부에 대한 불신 그리고 이전 세대에 대한 반감도 커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위기로 인한 기후 우울증은 청년층이 특히 취약하다. “느닷없이 숨이 막힌다”, “마스크를 쓴 어린아이들을 보면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신체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혹한으로 인한 사망 보도, 폭염으로 인한 산불 피해, 폭우에 반지하 시민의 사망 소식 등 기후 변화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해마다 전해지면서 두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을 느끼는 기후염려증, 외상전스트레스장애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기후 우울증을 겪는 청년들의 문제는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우울증 고백으로 주목 받았다. 툰베리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사회를 지켜보면서 두 달 사이에 몸무게 10kg이 빠지는 등 심한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이후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무력감과 분노를 동시에 경험한다. 2019년 미국 심리학회(APA) 설문에 따르면, 18~34세 성인의 47%가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들은 급변하는 기후와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스스로 ‘마지막 세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기후변화에 기여도가 적음에도 가장 오랜 기간 피해를 직면해야 한다는 분노감, 참정권이 없어 사회적 담론에서 밀려나 있다는 무력감에 떨고 있다고 해석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불안은 청소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낀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42%, 성인은 19%에 달했다.일부 청소년들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도 펼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은 2018년부터 기후위기를 인식한 청소년의 모임으로 시작해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 기후 관련 헌법소원 청구 등을 진행했다.

▲청년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무력감과 분노를 동시에 경험한다. 2019년 미국 심리학회(APA) 설문에 따르면, 18~34세 성인의 47%가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청년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무력감과 분노를 동시에 경험한다. 2019년 미국 심리학회(APA) 설문에 따르면, 18~34세 성인의 47%가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전세계 출산 파업
기후 위기에 대한 불안감과 분노로 인해 출산에 대한 저항감도 커지고 있다. 영국 사회운동가 블라이스 페피노가 이끄는 단체는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캠페인인 출산파업(Birth strike) 운동을 2019년부터 진행 중이다. 페피노는 2018년 IPCC 보고서 관련 강의를 듣고 출산파업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피노의 출산파업 운동 계기가 된 보고서에는 “환경변화로 수 억 명이 가뭄과 홍수, 극심한 더위와 빈곤의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재앙적인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기간은 단 1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CNN은 "페피노는 '생태계 아마겟돈(ecological Armageddon)'이 온다고 믿고, 지난해 말 사회단체 '출산파업'을 설립했다"고 전했다. 

페피노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기후 비상사태다. 극심한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고, 살기 힘든 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출산파업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며 “재앙 직전의 세계로 아이를 데려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깨달았다”고 밝혔다.

페피노 등의 출산파업은 이전에 있었던 출산기피현상과는 시작점이 다르다. 이전의 출산 기피는 여권 신장 차원이었으나 기후위기에 기인한 출산파업은 생태계가 파괴된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더불어 인구 증가가 환경오염을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출산 파업을 주장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구 1명이 한 해 평균 이산화탄소 5톤을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으로 저출생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출산 장려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미국 최연소 현역 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민주당 의원은 영국의 출산파업 운동이 시작된 해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이들의 삶이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란 과학적인 의견들이 있는데 아직 아이를 갖는 것은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인구 재생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 우려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5년 설립된 환경단체 '가능한 미래(Conceivable Future)' 역시 기후변화가 극심한 상황에선 기존의 인구 재생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환경단체 '인구문제(Population Matters)' 역시 "인구가 늘어날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고 열대 숲이 줄어든다"면서 인구와 환경의 연관성에 관해 설명한 바 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