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팬데믹이 남긴 숙제, 일회용품 폐기물
[투데이진단] 팬데믹이 남긴 숙제, 일회용품 폐기물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5.2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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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 한 해 동안 70만 톤 이상
‘코로나19 마스크’ 폐기물, 전세계서 매달 1290억 개
폐마스크로 만든 향주머니, 지구 살리는 업사이클링

[한국뉴스투데이] 2023년은 팬데믹으로 인한 지난 3년의 암흑기에 종지부를 찍고 일상회복으로 전환한 첫 해다. 마스크를 벗은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19를 잊은 듯 보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세계 인구 모두가 매일 사용하던 마스크 폐기물이 그 중 하나다. 팬데믹 기간에도 해결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마스크와 일회용품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해결 방안에 대해 살펴봤다.<편집자주> 

최근 몇 년 간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가 지난달 공개한 ‘제6차 전국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1인당 하루에 버리는 생활폐기물은 950.6g으로 5년 전인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2016~2017) 조사 당시 929.9g보다 2.2% 증가했다.

▲나무에 버려진 마스크가 걸려 있어 공원 미관을 해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무에 버려진 마스크가 걸려 있어 공원 미관을 해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거리두기가 남긴 숙제
전국폐기물통계조사는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실시되는 국가 통계조사다. 생활폐기물, 사업장폐기물, 폐기물처리시설 등 폐기물 발생현황 전반에 대한 서면조사 및 표본추출 방식에 따른 현장조사를 병행한다. 생활폐기물의 경우 종량제봉투를 직접 열어 확인하는 파봉 방식으로 현장에서 폐기물의 발생량과 종류를 조사한 내역이다.

이번 조사에서 종량제봉투로 버려지는 생활폐기물은 255.4g에서 330.8g으로 29.5% 늘었다. 주요 증가품목은 폐합성수지류(53.16g→93.3g), 물티슈류(10.59g→22.49g), 음식물류(12.3g→19.73g), 마스크류(4.71g) 등으로 나타났다. 음식물류 폐기물의 분리배출량은 1인당 하루 310.9g으로 5차 조사 368g에 비해 15.5% 감소했다.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배출량은 308.8g으로 제5차 조사 결과인 306.5g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제6차 조사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의 집계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2021년 10월부터 2022년 8월까지가 포함되어있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조사 당시 사회경제적 변화가 지속되었던 점이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는 1회용품 폐기물 현황이 포함되었다. 1회용품에 대한 집계가 이루어진 것은 전국폐기물통계조사 이래 처음이다. 조사 결과, 1인당 하루에 버리는 생활폐기물 중 1회용품이 37.32g으로, 연간 발생량으로 환산 시 2022년 기준으로 70만 3,327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회용품의 경우 재활용 가능자원이므로 정해진 방법을 준수하여 분리배출해야 한다. 1회용품의 배출방식은 종량제봉투에 혼합배출되는 양(25.53g/일·인)이 재활용가능자원으로 분리배출되는 양(11.79g/일·인)의 2배 이상으로 조사됐다. 배출원은 아파트, 연립다세대, 단독주택 등 가정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37.6%, 시장상가, 업무시설, 음식점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62.4%로 나타났다. 주거공간에 비해 사업장에서는 분리배출을 실천하기 곤란한 부분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장 이용 시 사용이 불가했던 일회용 종이컵 등 식기가 감염 방지를 위해 일시적으로 허용되었던 영향도 확인됐다. 생활폐기물로 버려지는 1회용품의 구성비는 종이컵, 광고선전물 등 폐종이류가 49%, 접시·용기 등 폐합성수지류가 41%이다. 이 밖에 젓가락, 이쑤시개 등 폐목재류 8.5%, 접시·용기 등 폐금속류 1.5%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공개한 ‘제6차 전국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1인당 하루에 버리는 생활폐기물은 950.6g으로 5년 전인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 조사 당시 929.9g보다 2.2% 증가했다. (가정에서 쏟아져 나온 재활용품과 생활폐기물 등을 재활용센터에서 분류하고 있다. /뉴시스)
▲환경부가 공개한 ‘제6차 전국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1인당 하루에 버리는 생활폐기물은 950.6g으로 5년 전인 제5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 조사 당시 929.9g보다 2.2% 증가했다. (가정에서 쏟아져 나온 재활용품과 생활폐기물 등을 재활용센터에서 분류하고 있다. /뉴시스)

폐마스크의 역습
코로나19로 인해 발생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품목은 일회용 마스크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매일 새로운 마스크를 사용하고 버렸다. 이후 다회 사용 가능한 마스크를 선택하는 인원도 상당수 있었으나, 일회용 마스크의 다회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결국 3년에 걸친 팬데믹으로 전세계에 수천 억개의 마스크 폐기물이 발생했고, 이 폐기물의 처리가 남겨진 숙제가 됐다. 

미국화학학회(AC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전세계적으로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는 매달 약 1,290억 개였다. 우리나라 역시 하루에만 약 2000만 개의 마스크가 버려졌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국민 1명이 2~3일에 한 개의 마스크를 사용했고, 2021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약 73억개의 마스크가 폐기됐다. 

버려진 마스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해가 된다. 발에 마스크가 칭칭 묶인 갈매기, 마스크를 먹이로 낚아채 위험한 상황에 놓인 송골매 등 야생동물의 사진이 세계 각국의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공개되어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이 같은 피해 방지를 위해 마스크 끈을 가위로 잘라 버리는 등의 개인적 해결 방안이 제안되기도 했다.

해양생물의 건강도 문제다. 프랑스 비영리환경단체 ‘해양정화작전(Opération Mer Propre)'은 프랑스 남동부 연안 코트다쥐르 바닷속에 유입된 마스크 폐기물을 촬영해 공유하기도 했다. 사진에는 바다에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 등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단체는 "해양생물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마스크를 먹이로 오인하고 섭취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알렸다.

안전하게 업사이클링
일회용 마스크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귀에 거는 끈을 잘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다. 버려진 마스크는 소각 또는 매립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분해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과 온실가스 등이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환경오염을 일으켜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마스크 속 미세 플라스틱은 매립하면 완전히 자연 분해되는데 450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마스크의 폐기 과정에서 인체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처리 과정의 개선 필요성이 대두됐다. 안정성평가연구소(KIT)가 전북대학교 김범석 교수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일회용 마스크 필터의 주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이 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폴리프로필렌 미세 플라스틱을 실험동물 기도에 노출한 후 폐 손상을 관찰한 결과 폐 손상을 관찰하고 인간 폐암 상피세포주에서도 폐 손상 기전을 확인했다. 그 결과 폴리프로필렌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실험동물의 폐에서 염증성 손상이 유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규홍 KIT 인체유해인자 흡입독성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PP 나노플라스틱 흡입 노출에 따른 인체 유해성을 확인함으로써 명확한 흡입독성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폐기된 일회용 마스크가 인간과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폐기·관리 방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일회용 마스크 폐기물의 처리 과정에 대한 개선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마스크의 폐기가 아닌 ’새활용‘이라는 개선안도 제안됐다. 폐마스크로 만든 향주머니가 그것이다. 다음달 4일까지 서울 한강 세빛섬 카페돌체에서 열리는 ’2023 업사이클링 전시회‘에는 향기마케팅 기업 센트온이 마스크를 소재로 만든 향주머니가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는 육상 폐기물로 인해 고통받는 바다생물을 위해 버려지는 폐기물이 다른 쓰임으로 재창조될 수 있음을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우리의 바다를 지키자’는 구호로 마스크, 폐그물, 밧줄, 폐지, 폐튜브 등 모두 바다에 버려지는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한 작품들. 7명의 한국공예전문가협회 회원이 동참해 총 29점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마스크를 소재로 한 향주머니 외에도 폐튜브와 소가죽으로 만든 핸드백, 바이오플라스틱을 활용한 브로치, 폐그물과 비건 가죽으로 만든 비건백, 빨대와 밧줄 등을 활용한 미니백 등 업사이클링 작품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의 전시품목과 판매제품 수익은 환경보호를 위해 기부될 예정이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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