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기후환경] 알고 보니 환경을 생각한 빌런들 ②‘어벤저스’ 타노스
[스크린 속 기후환경] 알고 보니 환경을 생각한 빌런들 ②‘어벤저스’ 타노스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5.21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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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노스의 손가락, 파괴자인가 환경수호자인가 
맬서스 “과잉인구는 파국”, 극단적 인구조절론
인류가 만든 재앙, 다가올 파멸의 시대 막아야

[한국뉴스투데이] 히어로 영화는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선과 악의 이원구조 안에서 ‘결국엔 선한 자가 승리’라는 공식을 확인시키며 위안을 안긴다. 선과 악은 ‘주인공=좋은 사람’이라는 연출 의도에 따라 인위적으로 나뉘어진 구조다. 시선의 방향을 달리해 빌런(악당, Villain)의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이 악당이다. 빌런과 주인공의 차이를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연출자 그리고 관객이라는 절대 강자의 지지 여부 뿐이다.<편집자주>

▲영화 속 타노스는 인류의 절반을 없애겠다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스톤을 모으는데 인간으로 인해서 환경이 더렵혀졌고, 이 환경을 과거의 깨끗한 상태로 돌리기 위해 인류의 수를 줄이겠다는 논리다. (영화 ‘어벤저스:인피니티 워’ 中 스틸 컷)
▲영화 속 타노스는 인류의 절반을 없애겠다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스톤을 모으는데 인간으로 인해서 환경이 더렵혀졌고, 이 환경을 과거의 깨끗한 상태로 돌리기 위해 인류의 수를 줄이겠다는 논리다. (영화 ‘어벤저스:인피니티 워’ 中 스틸 컷)

영화 ‘어벤저스:인피니티 워’에는 우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도장깨기’를 실행하는 악당, 타노스(조쉬 브롤린 분)이 있다. 타노스는 핑거스냅(손가락 튕기기)으로 우주 생명체와 함께 히어로 상당수를 소멸시켜 마블 팬덤에 아픈 상처를 남긴 빌런이다. 

파괴자 VS 수호자
영화 속 타노스는 인류의 절반을 없애겠다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스톤을 모은다. 인류를 반토막내서 타노스가 얻게 될 이득에 궁금증이 생긴 관객에게 공개된 이유는 다소 당황스럽다. 인간으로 인해서 환경이 더렵혀졌고, 이 환경을 과거의 깨끗한 상태로 돌리기 위해 인류의 수를 줄이겠다는 논리다. 

타노스의 논리대로면 세상을 다시 깨끗하게,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구수가 줄어야 한다. 지구 환경을 더럽히는 주요인이 인간이라고 하면, 70억 인구가 35억으로 줄었을 때 오염 정도도 그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수학적 계산이 근거다. 정확히 절반의 정도가 되진 않더라고 오염원이 줄어들면 오염 정도가 줄어들 수는 있겠다는 납득이 가능하다.

타노스의 주장대로, 인간이 지구 환경에 문제를 야기한 것은 사실이다. 환절기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는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한다. 인간이 이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동수단의 연료 연소,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발전소 등 우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들이 지구 공기질을 해치고 있다.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험하면서 확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인간의 이동이 줄어들었고,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의 산업단지가 활동을 잠시 멈췄던 최근 3년간 미세먼지 농도는 큰 이슈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 낮게 유지됐다.

지구의 해양환경에 최악의 재앙이 된 방사능 유출 역시 인간의 산업 활동이 시작이었다. 막대한 에너지의 필요에 의해 원전 발전소를 가동하게 됐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지구 환경이 불안해지면서 지진, 해일 등 예상치 못한 자연의 변수로 방사능이 유출되는 재앙이 닥쳤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동해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바다 먹거리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인구조절론의 진실
타노스가 믿고 있는 인구 수와 환경오염의 상관관계에 대한 주장은 현실 세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경제학자 토마스 멜서스의 인구론이다. 멜서스는 인구의 자연증가는 기하급수적인 데 비해 생활에 필요한 물자는 산술급수적으로만 증가한다는 점을 들어 과잉인구로 인한 빈곤의 증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멜서스의 주장에 따르면, 과잉인구로 인한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빈민의 인구 증가를 억제해 식량 생산 수준에 맞춰야 한다. 억제 방법에는 전쟁, 기아, 질병처럼 사망률을 높이는 ‘적극적 억제’와 출산율을 낮춰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예방적 억제’가 있다. 물론 맬서스는 예방적 억제를 권장했고, 효과적인 피임법이 없었던 당시였으므로 대신 결혼을 늦추거나 출산을 자제하도록 빈민을 계몽해야 한다고 보았다.

멜서스의 예상과 달리 세계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않았고, 식량의 생산량이 그의 주장처럼 인구수 대비 밑돌지 않았다. 식량 생산량이 부족하지 않게 된 것은 그가 예측하지 못했던, 화학비료의 개발과 농업의 기계화 그리고 ‘녹색 혁명’이라 불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한 품종 개량 등이다. 

식량생산량과 더불어 세계 인류의 생활에 편의를 가져다 준 산업발달은 기근 사태 대신 기후변화라는 더 큰 재앙을 불러왔다. 우리는 특정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배고프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게 됐지만, 예상치 못한 지진과 해일 등 재해로 인적·물적 피해를 경험하고 있고 환경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라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타노스의 주장대로, 인간이 지구 환경에 문제를 야기한 것은 사실이다. 환절기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는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한다. (사진/픽사베이)
▲타노스의 주장대로, 인간이 지구 환경에 문제를 야기한 것은 사실이다. 환절기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는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한다. (사진/픽사베이)

50년 후 대한민국은
인구수로 돌아가서, 사실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지 않아도 인구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전년(0.81명) 대비 0.03명 감소했다. 비혼, 비자녀 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2021년 기준으로 집계됐던 작년 통계에서는 한국이 합계출산율 0.87명으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스페인(1.29명)과 이탈리아(1.29명), 일본(1.31)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은 이미 2019년부터 대한민국 인구가 자연감소에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2028년 5194만 명의 인구정점을 찍은 대한민국은 이후 지속적으로 인구 감소를 겪으며 2067년 1982년 수준의 3929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인구수가 줄어든다면 환경오염 문제가 해결된다는 타노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 환경오염은 자연적으로 해결이 되어야 하지만, 목도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동시다발적 대규모 산불, 홍수, 폭염, 폭설 그리고 이상기온으로 인한 꽃의 개화시기 변화, 봄·가을 모기 등 지구의 건강 이상 신호가 우리나라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인구론과 별개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개인적 노력에 대한 요구가 높은 이유다. 사회적 요구와 발맞추어 지자체 주도 하에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섬유박물관은 지난 9일부터 오는 10월 1일까지 특별전시회 ‘최소한의 옷장’을 연다. 의류폐기물로 발생되는 환경문제에 대해 성철하고 책임감 있는 의류 소비를 위한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취지다. 이천시의회는 공식 행사나 회의에서 1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사용해 자원 낭비와 폐기물 발생으로 인한 환경오염 예방을 실천하고 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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