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후폭풍】 전세제도 수명 다했다? 전세폐지론 솔솔
【전세사기 후폭풍】 전세제도 수명 다했다? 전세폐지론 솔솔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6.08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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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며 전세제도 폐지론이 언급됐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며 전세제도 폐지론이 언급됐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전국적으로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세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다. 세입자들은 불안한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어 정부는 월세제도에 대한 보완 정책을 내놓고 있어 월세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전세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전세제도 폐지론이 고개를 들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으로 전세폐지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세제도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세사기 특별단속 중간결과 발표

경제적 살인이라 불리는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10개월간 전국적으로 특별단속을 통해 전세사기 총 986건을 적발해 2895명을 검거하고 288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국토부의 수사의뢰를 토대로 전국에서 1만300여채를 보유한 10개 무자본 갭투자 편취조직과 허위 전세계약서로 공적자금 성격의 전세자금 대출금 약 788억원을 가로챈 21개 전세자금대출 사기조직 등 총 31개 조직을 적발했다.

앞서 경찰은 검찰 국토부와 전세사기 대응협의회를 구성하고 검찰과의 협력을 토대로 전세사기 6개 조직 41명에 대해 ‘범죄단체․집단(형법 제114조)’을 최초로 의율했다. 또 각종 전세사기에 가담해 불법 중개행위를 한 공인중개사 등 486명을 검거하고, 전세사기 대상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을 고의로 부풀린 정황을 수사과정에서 확인, 불법 감정행위자 45명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전세사기를 유형별로 보면 금융기관 전세자금대출 등 공적 기금을 소진하는 허위 보증‧보험으로 1471명이 적발됐고 조직적으로 보증금 또는 리베이트를 편취한 무자본 갭투자로 514명이 적발됐다. 법정 초과 수수료나 중요사항 미고지 등 불법 중개행위로도 486명이 적발됐다.

시도청별로는 경기남부청에서 전세사기 275건, 전세사기범 651명을 검거했고 서울청에서도 137건, 623명을 검거했다. 인천청은 80건, 389명으로 전세물건이 많은 수도권 일대에서 대거 검거했다.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자 2996명으로 피해금액 4599억원에 달한다. 피해자 연령층은 20대‧30대가 54.4%로 절반이 넘었다. 피해 주택유형은 다세대주택(빌라)과 오피스텔이 83.4%다.

특히 이번 특별단속 과정에서 피해자가 연이어 사망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와 관련해 총책이 구속됐고, 악성 임대인이 사망한 전세사기와 관련된 3명이 구속됐다. 또, 청년 임대인 사망사건의 배후세력인 컨설팅업자 등 4명도 최근에 구속됐다. 그 외에도 불법 감정행위 정황과 관련해 현재 45명을 입건하고 수사 중에 있다.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기획조사 결과 및 특별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기획조사 결과 및 특별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장관, “전세제도 수명 다했다”

전세사기로 전세제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세제도 폐지론을 언급해 주목된다. 지난 5월 16일 원 장관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그동안 전세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한게 아닌가 보고 있다”면서 전세제도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원 장관의 발언은 결국 전세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지금처럼 갭투자를 조장하고 여기에 전세대출 조직적 사기 범죄가 나오게 된 것은 (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된다”면서 “전세 제도는 워낙 오랜 생태계고, 뭘 하나 고칠 때 더 큰 문제가 나오면 안되니 앞으로 공론화하고 모든 방안을 올려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후 개정이 예고된 임대차법에 전세제도 개선안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원 장관의 발언으로 전세폐지론이 수면 위로 올랐지만 폐지론은 사실상 힘들다는 목소리가 많다. 원 장관의 발언 다음 날 LH토지연구원(LHRI)과 한국주거복지포럼이 개최한 ‘주택시장과 서민주거안정’ 토론회에서는 전세제도 폐지론이 언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가 많아 전세제도를 폐지하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그러면서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증금 반환이 우선되는 정책이 나오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세제도 폐지는 사실상 힘들 것이란 중론이 나오는 가운데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 역시 한 기자간담회에서 원 장관이 전세제도 개편에 대해 언급했지만 전세제도는 주거사다리의 중요한 길이라며 전세제도가 붕괴되면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전세사기 급증으로 월세를 찾는 세입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오피스텔 분양 관련 사무실 모습. (사진/뉴시스)
전세사기 급증으로 월세를 찾는 세입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오피스텔 분양 관련 사무실 모습. (사진/뉴시스)

월세로 몰리는 세입자, 월세제도 보안

그럼에도 전세에 대한 불안감에 세입자들은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다. 국토부가 밝힌 전국 월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4월 50.4%에서 한달 만인 5월에는 무려 59.5%까지 증가했고 6월 50.2%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54.4%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월 54.6%, 2월 55.8%, 3월 54.4%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전국의 월세 거래량은 11만6675건으로, 전체 주택 임대차 거래량의 53.2%를 기록해 전세보다 월세가 많이 거래되는 추세는 뚜렷해지고 있다.

월세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월세 세입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이미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무주택 근로자의 월세 세액공제율을 높였고 앞으로 주거비 경감을 위한 세금감면은 물론 세액공제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저소득층과 청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증부 월세 대출 요건 완화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진행 중인 청년 월세 특별지원 사업의 지속 여부도 검토에 들어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액공제나 대출 요건 완화도 중요하지만 세입자들에게 꼭 필요한 월세형 임대주택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5년 중산층 주거혁신을 도모할 목적으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뉴스테이정책이 추진됐지만 지난 정부에서 개인이 법인을 설립해 투자하는 것을 막기위해 법인 임대사업자 세제를 강화하면서 사실상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이 불가능해졌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활성화를 위해서는 리츠 지분매각을 통한 유동화를 허용해 임대사업의 지속성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보증금과 임대료를 다양하게 선택 가능한 구조로 개선하고, 매입 임대 리츠 등을 통해 20~30년간 운영 가능한 민간임대주택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임대차 시장 안정에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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