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괌옥’은 시작일 뿐”…슈퍼엘니뇨 온다
[기후환경] “‘괌옥’은 시작일 뿐”…슈퍼엘니뇨 온다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6.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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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옥’ 충격 ‘마와르’ 가고, ‘구촐’ 북진 중
이어지는 극단적 날씨, 슈퍼엘니뇨에 ‘비상’
마른장마 예상, ‘워터리스크’ 안전지대 아냐
▲지난 달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태풍 '마와르' 여파로 폐쇄됐던 괌 국제공항에 발 묶였던 여행객들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달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태풍 '마와르' 여파로 폐쇄됐던 괌 국제공항에 발 묶였던 여행객들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시속 240km 강풍에 주차된 자동차가 공중 부양했다. 공항 활주로가 붕괴도로 마실 물조차 없는 대(大)재난 상황에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 지난 5월 남태평양 휴양지 괌의 이야기다. 20년 만에 찾아온 슈퍼 태풍으로 괌 섬이 한 순간에 지옥으로 전락했다. 달콤한 휴가를 꿈꾸며 괌을 찾았던 한국인 관광객 3천여 명은 대혼란을 겪고 구사일생으로 고국 땅을 밟았다. 산불, 폭염 그리고 태풍의 급습까지 대자연의 분노가 시작됐다. 

괌을 강타한 태풍 마와르에 이어 3호 태풍 구촐이 발생해 긴장이 감돌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구촐은 지난 6일 오후 9시를 기점으로 필리핀 마닐라 동쪽 1490㎞ 해상에서 발생했다. 구촐은 일본 오키나와를 향할 전망이다. 7일 기상청은 구촐이 발달 초기 북서진을 하며 대만을 향했지만, 10일쯤에 방향을 틀어 일본으로 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강타할 ‘강황’ 
구촐은 미크로네시아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향신료의 일종인 ‘강황’을 가리킨다. 구촐의 예상 경로는 9일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1000여㎞ 해상으로 발생지로부터 필리핀 동쪽 먼바다까지는 북서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까지 태풍 강도는 ‘중’이며 이때부터 진로를 북동진으로 꺾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최대 풍속은 초속 27m(시속 97㎞)로 지붕이 날아가는 수준의 바람이다. 10일쯤부터는 강도가 중에서 ‘강’으로 한 단계 강해진다. 태풍 강도는 초강력, 매우강, 강, 중으로 분류된다.

11일 오후 9시쯤에는 강도 ‘강’을 유지한 채로 오키나와 남동쪽 500여㎞ 해상까지 올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북서진 후 북동진은 앞서 필리핀 및 대만 동쪽 해상을 거쳐 오키나와까지 올라온 2호 태풍 마와르와 닮은 행보인데, 구촐의 북진 각도가 좀 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11일 이후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와 미국기상청(GFS) 모델은 오키나와 남쪽~일본 본토 남쪽 해상을 지나는 북동진 경로를 예상하고 있다. 

구촐로 인한 국내 피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우리나라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오른쪽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야한다”고 설명하며 “현재까지는 고기압 강도가 세지 않아 구촐이 우리나라로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수증기 유입으로 인한 강한 비구름 형성 가능성은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앞서 태풍 마와르 이동 당시 일본 본토 서부~동부 넓은 지역은 태풍이 지나지 않았지만,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의 동쪽 적도 인근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진 상태가 일정 기간 이어질 때를 이르는 말로 전 지구의 기후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기상 현상이다. (사진/픽사베이)
▲엘니뇨는 태평양의 동쪽 적도 인근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진 상태가 일정 기간 이어질 때를 이르는 말로 전 지구의 기후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기상 현상이다. (사진/픽사베이)

더 덥고, 더 위험
올 여름은 이미 무서운 더위가 예정되어 있다. 이미 해외의 4월 폭염 소식으로 ‘최악의 더위’가 몰려올 것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세계 곳곳의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태국은 특히 살인적 더위로 야외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태국은 4월에 이미 평균 기온이 40도 수준이었고, 방콕 등 일부 지역의 체감 온도는 54도에 달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폭염, 폭우가 이어지는 극단적 날씨가 반복되면서 홍수·흉작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 4일 새벽(이하 현지시각)에는 앞서 내린 폭우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일어나 1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도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했다. 태풍 '마와르'가 일본 열도 남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면서 일본 태평양 연안지역에 큰비가 내린 영향이다.

우리나라 역시 올여름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프리카’(대구와 아프리카의 합성어로, 대구 지역의 무더위를 의미하는 기후신조어) 대구는 한낮 최고 기온이 30℃를 넘어서는 초여름 날씨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7~8일 대구경북은 낮 최고기온이 31℃의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아침 최저기온은 7일 13~19℃, 8일 15~22℃로 예상된다.

슈퍼엘니뇨가 온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 고온 현상은 이미 기후 지표에서 예상된 바 있다. 바로 슈퍼엘니뇨의 출현이다. 세계기상기구(WMO),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 등 주요 기상 기구들의 올해 6월 이후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 여름부터 평년과 강도가 다른 ‘슈퍼 엘니뇨’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은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슈퍼 엘니뇨로 분류된다.

엘니뇨는 태평양의 동쪽 적도 인근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진 상태가 일정 기간 이어질 때를 이르는 말로 전 지구의 기후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기상 현상이다. 통상적으로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본다.

엘니뇨는 라니냐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으로 발생 자체가 특별한 변화라 보긴 어렵다. 엘니뇨와 반대로 수온이 차가워지는 현상을 라니냐라 하는데 두 현상이 번갈아 나타나며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엘니뇨는 보통 2~7년을 주기로 반복하여 나타나는데 이에 대한 반동 작용으로 라니냐가 일어나며 이 자체는 위기가 아니라 수온 변화에 따른 자연현상이다. 

올해 예상되는 슈퍼엘니뇨는 평년보다 2도 이상 차이가 날 때 나타난다. 일반적인 엘니뇨현상이 아주 강하게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태풍의 발생 빈도 및 규모가 커질 위험을 높인다. 2015~2016년 슈퍼 엘리뇨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극심한 고온과 가뭄을,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에서는 홍수를 불러왔다.

▲우리나라도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많은 비가 예상되고 있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도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많은 비가 예상되고 있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피해 예방책 마련해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4월에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섭씨 21.1도로 역대 최대치까지 올랐다. 가장 최근 슈퍼 엘니뇨는 2015~2016년에 발생했는데 당시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종전 최고 기록인 섭씨 21도였다.

슈퍼 엘리뇨는 보통 10~15년 주기로 발생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예측할 수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통상적으로 1년 안에 사라지거나 길어야 2년 정도 이어지는데 지난 3년 동안에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3년 연속 라니냐가 이어진 바 있다. NOAA 보도자료에서 마이크 맥패든 수석연구원은 “올해 슈퍼 엘리뇨가 온다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자연 현상은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슈퍼 엘리뇨는 지구 전체를 극심한 가뭄, 홍수 등으로 뒤집어놓기 때문에 이례적 상황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많은 비가 예상되고 있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6~8월)엔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열대 동태평양 감시구역의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로 한국 등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기후에 직간접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우리나라는 중부보다 남부 지방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엘니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와 일본에 저기압성 순환도 함께 발달하는데, 이 영향으로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남부지방 강수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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