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자’...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순응자’...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06.11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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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미학의 전설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세계적인 명작 보기 제1<자전거 도둑>에 이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1940~2018) 감독 최고의 작품<순응자>가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614일 재개봉한다. <순응자>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할 1001편 영화로 선정된 작품.

'순응자' 스틸컷, 주인공 마르첼로 역의 장 루이 트레티냥, 일미디어 제공
'순응자' 스틸컷, 주인공 마르첼로 역의 장 루이 트레티냥, 일미디어 제공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1970년에 연출한 걸작 <순응자>는 자신의 은사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한 비밀경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기존 사회 질서에 순응하여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파시스트가 된 청년 마르첼로(장 루이 트레티냥)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파시즘 그리고 성 정치학을 탐구한 걸작으로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할 1001편 영화로 선정된 작품.

<순응자, 원제: Il Conformista>(1970)는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 <순응주의자>를 원작으로 한다영화가 제작된 지 46년 만인 2016128일 국내에서 최초로 극장 개봉되었고, 이번 재개봉 작품은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상영한다.

이탈리아 파시즘 체제를 세운 무솔리니 시대가 배경인 <순응자>는 미국의 영화정보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100%, 영화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비평가 점수 100점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08년 베니스영화제 선정 보존해야만 하는 100편의 이탈리아 영화로 꼽았다.

<대부> 시리즈를 연출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순응자>를 보고 난 후 베르톨루치 감독을 처음 만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난 이 영화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영상에 흥분하고 열광했습니다. 그리고, 프로덕션 디자인, 배우의 동선 등 영화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독특하지만 아름다운 시적 표현이라고 할 이 영화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걸 보고 더 열광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베르톨루치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전했다.

'순응자' 스틸컷, 마르첼로 역의 장 루이 트레티냥, 부인 줄리아 역의 스테파냐 샌드렐리, 일미디어 제공
'순응자' 스틸컷, 마르첼로 역의 장 루이 트레티냥, 부인 줄리아 역의 스테파냐 샌드렐리, 일미디어 제공

주인공 마르첼로는 로마의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버지로 인해 불안에 시달린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그는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자 중산층 집안의 줄리아(스테파냐 샌드렐리)와 결혼하고, 대중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무솔리니 정권의 비밀경찰에 자원한다. 첫 임무로, 자신에 스승이자 프랑스에서 정치적 망명 중인 반독재 인사 콰드리 교수 암살을 지시받는다.

마르첼로는 파리로 신혼여행을 떠나 콰드리 교수와 그의 아내 안나(도미니크 상다)에게 접근한다. 처음엔 경계와 의심을 늦추지 않던 이들 부부는 그를 차차 신뢰하게 되지만, 안나에게 걷잡을 수 없이 끌리게 된 마르첼로는 자신의 본심과 임무 사이에서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촬영은 베르톨루치와 <거미의 계략>(1970), <1900년>(1976), <마지막 황제>(1987), <리틀 부다>(1993),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96)  등 다수의 작품을 함께 한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맡았다. 비토리오 스토라로는 베르톨루치의 영화 외에도 <지옥의 묵시록>, <딕 트레이시>, <탱고> 등의 촬영을 했다. 그는 당시로는 시도되지 않았던 참신한 촬영과 조명 기법으로 경이로운 영상미학을 보여 준다. <순응자>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II>,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등 거장들의 대표작들에서 여러 장면이 오마주 됐다.

'순응자' 스틸컷, 일미디어 제공
'순응자' 스틸컷, 일미디어 제공

<순응자>의 빼어난 영상미와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더욱 선명하게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단연 사운드트랙이다. 영화 음악은 조르주 들루뤼(George Delerue)가 작곡했다.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알랭 레네, 루이 말 등 누벨바그 거장들과의 협업으로 영화계의 모차르트란 별명으로 통하는 조르주 들루뤼는 <순응자>에서 영화의 분위기와 정서를 고조시킨다.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파리에서 촬영된 <순응자>1937년도의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는 공간과 세계적인 건축물 파리의 에펠탑을 비롯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림 등이 영화에 한 부분처럼 중요한 요소로 자리한다. 예술 작품이 영화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 주는 일례로 <순응자>는 빠지지 않고 회자 된다.

비밀경찰 마르첼로가 사랑하는 두 여인 스테파니아 산드렐리와 도미니크 상다의 매력적인 연기도 영화의 긴장감을 더해 준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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