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태양광, 정부는 출력 제한? 결국 소송까지
넘쳐나는 태양광, 정부는 출력 제한? 결국 소송까지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6.14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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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태양광발전 비중 40%…"주요 에너지원 부상"
정부, ‘대정전’ 막기 위한 출력 제한, 사업자 이해관계 엇갈려
영호남 태양광 설비 몰려 있지만 송전망 부족 첨예한 갈등

[한국뉴스투데이] 올봄, 일조량이 많아 태양광 발전량이 증가한 가운데 태양광 보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가 태양광발전소 출력을 제어하고 있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태양광 에너지가 원자력발전, 화력발전, 액화천연가스(LNG) 등과 더불어 태양광 발전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부상했다. 사진은 광주 광산구 양동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 (사진/뉴시스)

4월 9일 낮 전체 전력사용량의 39.2%

전력거래소 전력정보앱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9일 일요일 낮 12시~1시 한 시간 평균 태양광 출력량의 추계치는 2만1778.7㎿(메가와트)로 같은 시간대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5만5577㎿)의 39.2%를 차지했다. 전력거래서, 한국전력 등 전력시장 외 전력량을 집계한 추계치다.

또 현충일 전후로 징검다리 연휴였던 5월 3∼6일에도 태양광 발전 비중은 30% 안팎을 유지했다. 3일 낮 12시~1시 2만518㎿(32.7%), 4일 오전 11시~12시 1만8670㎿(32.0%), 5일 오후 1시~2시 1만4431㎿(20.3%), 6일 낮 12시~1시 1만8934㎿(28.9%)였다.

이밖에 낮 12시∼오후 1시 기준 태양광 발전 비중이 30%를 넘은 날은 ▷4월30일 37.9% ▷4월2일 37.2% ▷4월8일 35.9% ▷3월19일 35.5% ▷3월26일 35.2% ▷5월14일 34.9% ▷5월1일 34.0% ▷2월26일 33.5% ▷4월1일 33.1% 등으로 나타났다. 근로자의 날(5월1일)을 제외한 모두 토요일 혹은 일요일이다.

봄·가을철은 일조량과 온도 등에서 태양광 발전 최적의 조건으로 꼽힌다. 하루 중 일부 시간대이지만 태양광 발전 비중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천연 에너지가 국내 에너지 수급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유의미한 결과다. 원자력발전, 화력발전, 액화천연가스(LNG) 등과 더불어 태양광 발전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뉴시스)
봄철은 태양광발전량이 풍부하지만 전력 수요가 적어 대정전이 우려되는 시기다. (사진/픽사베이)

정부, 전력계통 불안정 이유로 전력 제어

하지만 정작 정부는 지난 4∼5월 호남·경남 지역 태양광 발전소를 대상으로 설비용량 기준 최대 1.05GW(기가와트)까지 출력 제어한다고 예고한 이후 여러 차례의 출력 제어를 했다. 정부가 초과 생산된 에너지의 출력을 제어해야 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대정전’이다.

전기는 수요와 공급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전력 생산보다 수요가 많거나 적으면 전력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전기를 원활하게 공급하게 하도록 하는 통제·관리 체계인 전력계통이 불안정해져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봄철은 태양광발전량이 풍부하지만 전력 수요가 적어 대정전이 우려되는 시기다.

때문에 산업부는 저전압 시 지속운전가능 기능(LVRT)을 갖추지 못한 설비와 공공기관 보유 설비를 우선 차단했다. 4월부터 발전공기업이나 공공기관·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태양광설비 가운데 최대 1.05GW를 필요 시 차단 적용했다.

결국 전체 태양광 설비 21GW 중 각각 43%, 23%가 밀집한 호남·영남 지역에 조치를 집중 시행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전북 지역은 전국에서 태양광 발전소가 2만7000여 곳으로 가장 많다. 때문에 영호남의 태양광 사업자들은 각종 수익 제한 정책에 사업 중단을 걱정하며 갈등을 빚고 있는 것.

게다가 문제가 되는 ‘저전압 시 지속운전기능’을 갖춘 발전 설비는 전국 사업용 태양광 설비 중 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전기 출력이 변해 발전량 예측이 어렵고 뱔전량 조절이 쉽지 않다. 원전 역시 출력을 조절하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 윤석열 정부 들어 전력 계통 운영에서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두 전원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저전압 시 지속운전기능을 갖춘 발전 설비를 제하고 출력을 조절하고 있지만, 결국 지방의 영세한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사진/뉴시스)
호남과 영남 지역에는 전국 태양광 설비 21GW 중 각각 43%, 23%가 밀집해있다. (사진/뉴시스)

사업자들, “출력차단 사유와 근거 부족”

태양광 업계의 기조는 ‘글로벌 의제인 탄소중립 목표 속에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주자 격인 태양광 발전사업을 정부가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정부의 출력제어가 법적근거나 기준을 갖추지 않고 시행되고 있다며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8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와 전국태양광발전협회는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재생에너지 출력차단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출력제한 시기와 대상을 예측할 수 없이 정부로부터 일방적인 출력 제한을 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업자단체들은 사전통지 원칙을 준수하고 출력차단 사유를 제시하며, 전력계통 유연화 방안 강구와 재생에너지 우선 접속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출력차단은 발전사업자의 전력판매를 정지시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 행사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 이뤄져야 한다”며 “출력차단 시 정부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발전사업자가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사유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곽영주 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장은 “실질적인 출력정지가 발생하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23회이던 태양광발전소 출력정지가 올해는 5월 25일 기준 44회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얼마만큼의 출력정지가 발생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 피해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대출금리가 높은 현 시점에 출력정지까지 진행되고 있어 수익성 급감으로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누구도 태양광사업 진행하려고 하지 않아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사회 실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뉴시스)
출력제한에 대한 보상책이 미비한 것도 에너지 업계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 수급불군형 손실로 소송까지

실제로 제주의 태양광 사업자들은 더 암울한 실정이다. 최근 제주지역 태양광발전사업자 12명은 광주지방법원에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출력차단처분(출력제어)을 취소하는 집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지역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매년 늘어나는 출력제어 횟수에 금전적 손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3회에 불과했던 출력제어 조치는 2020년 77회, 2021년 64회, 2022년 132회로 급증했다. 제주에너지공사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326회의 출력제어가 이뤄지고, 총 1조2600억원의 금전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출력제한에 대한 보상책이 미비한 것도 에너지 업계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 전력을 매입하는 한국전력 측은 지난 2021년 연구용역을 통해 과잉공급 등 수급불균형으로 출력제한 손실이 발생하면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

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접근부터 잘못된 출력제어가 아니라, 한전 본연의 책임인 송전선로 보강 투자로 정책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현재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는 2개(신옥천~세종, 청양~신탕정)뿐이다. 송전선로를 새로 깔기 위해선 지역주민들의 동의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는 당초 2021년 완공하려던 신한울~신가평 송전망 구축 준공 목표는 2026년으로 연기했다.

에너지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송전망 보강과 함께 전력수급 계획을 짤 때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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