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국제도서전 개최’... ‘비인간’들 함께 살자
‘2023 서울국제도서전 개최’... ‘비인간’들 함께 살자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06.14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600권의 도서 전시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을 주제로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이 문을 열었다. 국내 최대 책 축제이자 한국과 세계를 책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인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14일부터 18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주빈국은 아랍에미리트(UAE)를 구성하는 일곱 나라 가운데 하나인 샤르자이다. 샤자르는 아부다비, 두바이에 이어 세 번째로 면적이 넓고 아랍 문화의 정수를 간직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 기획 전시 '사라지다'에 선보인 피터 S. 알레고나 작가의 '어쩌다 숲'표지(이케이북),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2023 서울국제도서전, 기획 전시 '사라지다' 섹션에 출품한 피터 S. 알레고나 작가의 '어쩌다 숲'표지(이케이북),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만드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 작가, 학자, 예술가, 편집자, 독자가 한자리에 모여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즐거운 마당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전국도서전시회로 시작했던 1954년부터 지금까지 70년 가까이 출판사, 저자, 독자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책 축제다. 올해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올해는 36개국 530개 출판사(국내 360개사·해외 170개사)와 작가, 관련단체가 참여했다. 영국 부커상을 수상한 얀 마텔과 퓰리처상을 받은 비엣 타인 응우옌 등 유명 해외 작가들이 내한하고, 주빈국 아랍에미리트(UAE)의 토호국인 샤르자 도서청과 '스포트라이트 컨트리'인 캐나다 관계자들도 대거 방한했다.

우선 주제 강연을 비롯하여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에 열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한정판 기획도서 <리미티드 에디션>에서부터, 도서전 개막을 맞아 막 출간한 <여름, 첫 책> 10, 새로이 옷을 갈아입은 <다시, 이 책> 10종을 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주제전시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

21세기 우리는 멸종, 파국, 급가속, 티핑 포인트, 행성적 차원의 생태 위기로 조각난 지구에서 살아간다. 인간중심주의가 만들어 낸 지금의 세상이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과 동시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인류세라는 하이브리드적 재난을 상징하는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의 등장으로 인류의 위기를 보는 관점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고 마주해야만 하는, 인간이 미처 알지 못했던 불편한 현실과 현상들을 우리 손으로 직접 열고 그 안을 들여다보고자 기획된 전시다.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를 키워드로 큐레이션 된 600권의 도서를 통해 인간 너머의 새로운 삶과 관계의 방식을 찾아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주제전시는 사라지다’, ‘저항하다’, ‘가속하다’, ‘교차하다’, ‘가능하다등의 세부 항목으로 전시된다.

주제 강연 및 세미나도 다채롭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 주제 강연, ''나'가 사라진 꿈 속에서' 김연수 작가,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2023 서울국제도서전, 주제 강연, ''나'가 사라진 꿈 속에서' 김연수 작가,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주제 강연에서는 우리가 견지해 왔던 인간중심주의가 인간과 비인간모두를 위태롭게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걸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주제 강연은 5부분으로 마련됐다. 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They are watching us: 그들은 우리를 보고 있다와 김연수(소설가) 작가의 ‘''가 사라진 꿈 속에서를 비롯하여, 천명관 작가, 감독의 북 토크와 미래의 과거에서라는 타이틀로 김이나(작사가), 이슬아(작가, 헤엄 출판사 대표), 황석희(번역가)가 참석하여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모더레이터로 이원석(데이브레이크)이 참여한다.

또한, ‘비인간으로서의 문학이란 주제로 김애란(소설가), 김인숙(소설가), 오정희(소설가), 천선란(소설가), 최은영(소설가), 편혜영(소설가)이 참석하여 소설가들과 함께 인간과 비인간에 대해, 그들이 관계 맺는 낯선 이야기의 세계에 대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눈다. 모더레이터는 조대한 문학평론가가 맡는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 주제 강연 '비인간으로서의 문학' 참여 작가들,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2023 서울국제도서전, 주제 강연 '비인간으로서의 문학' 참여 작가들,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또한 로봇-인간 돌봄 공동체’, ‘생성형 AI: 인간의 비인간화’, ‘Mal de Terre: 병든 지구를 감각하고 생각하기’, ‘비동물인간, 그 경계 밖에서등의 섹션으로 기술과 인간, 동물과 인간, 환경과 인간을 중심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과 이야기 나누며, 다음을 향해 인간의 걸음을 모색한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 주제 세미나 'Mal de Terre: 병든 지구를 감각하고 생각하기'에 참여자들,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2023 서울국제도서전, 주제 세미나 'Mal de Terre: 병든 지구를 감각하고 생각하기'에 참여자들,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특별프로그램으로 일러스트레이터 룸’, ‘주빈국 샤르자’, ‘스토트라이트 컨트리 캐나다등의 섹션이 기획됐다

2022서울국제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스 룸' 전경,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2022서울국제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스 룸' 전경,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일러스트레이터스 룸2023 서울국제도서전 여름의 드로잉은 프로 및 아마추어 일러스트 작가가 도서전에 방문하는 수많은 관람객 앞에 작품을 소개하고, 다양한 출판사들과 협업할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홍보하는 장으로, 매력 가득한 일러스트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주빈국 샤르자섹션에서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곳이지만,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샤르자가 대표하는 아랍 문화를 만나보고 한국과 샤르자의 문화 공통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샤르자는 1998년 아랍 세계문화 수도, 2014년 이슬람 문화 수도, 2015년 아랍 관광 수도, 2019년 세계 책 수도로 지정된 바 있는 나라다.

아울러,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2023 서울국제도서전의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캐나다가 선정됐다. 캐나다관에서는 캐나다-한국, 우리가 함께할 60이라는 주제로 캐나다 출판사들이 참여한다. 30여 개의 캐나다 출판사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프랑스어 및 영어 원서와, 한국어로 번역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소설 파이 이야기맨 부커상을 수상한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이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한다. 한국에는 처음 방문하는 얀 마텔의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 '인터랙티브 아트워크' 섹션, 내가 생각하는 '비인간'은 무엇인지 그려보는 코너 운영,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2023 서울국제도서전, '인터랙티브 아트워크' 섹션, 내가 생각하는 '비인간'은 무엇인지 그려보는 코너 운영, 서울국제도서전 제공

인간중심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인간들을 위해서 말과 소를 부리고 자연을 맘껏 누려도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계산이 틀렸다.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을 자연이 모두 거두어 정화하리라 믿었던 생각도 틀렸다.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이 큰 흔적을 남기고 그것들은 지층에 뚜렷하게 새겨졌다. 이 흔적은 수 억 년 후에도, 설령 문자와 언어가 모두 없어진다고 해도 인간이 지구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줄 것이다. 인간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수 천만년 이상 걸려서 만든 흔적을 수백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지구에 새긴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건을 파괴한다.

인간을 중심으로 세상을 운영하다간 파국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경고에 대한 대답으로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은 비인간을 초대한다. 계속적인 부침과 치열한 싸움이 있었지만, 인간이 불평등을 없애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젠, 균형을 맞추려는 저울질을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까지 확대한다. 당면한 기후 위기가 인간과 동물, 인간과 식물, 인간과 사물들 사이의 불평등 때문이라는 과학적인 데이터들이 쌓이고 있다. 이 위기는 인간들과 비인간들을 모두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인간과 다른 생명이 고통을 겪는다. ‘비인간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보려는 시도는 인간중심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중심주의를 세우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가 몸살을 앓는다. 그러니, ‘비인간들 함께 살자.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