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이슈】 '정부 690억 배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폭풍
【투데이이슈】 '정부 690억 배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폭풍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6.21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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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69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왔다. (사진/뉴시스)
지난 20일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69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 결과가 나왔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국제 분쟁의 중재를 맡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지난 2018년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와 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소송에서 정부가 엘리엇에 6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당초 약 1조원의 손해배상 규모에서 7% 정도만 받아들여져 대규모 배상은 벗어났지만 이자와 법률비 등 총 지급해야 할 돈은 1300억원으로 이미 8년 전에 합병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후폭풍이 여전하다.

대한민국 정부, 엘리엇에 690억원 배상

지난 20일 정부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로부터 엘리엇이 제기한 투자자와 국가간 소송과 관련해 5358만달러, 한화로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통보받았다. 당초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은 7억7000만달러(9917억원)로 약 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배상 원금 기준 약 7%를 인용하는데 그쳐 법조계는 대규모 배상은 면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이 우리 정부에 법률비용 345만달러(44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정부는 엘리엇에 2890만달러(372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또 중재판정부는 배상원금에 더해 지난 2015년 7월 16일부터 판정일까지 5% 연복리 이자 지급을 명령했다. 이에 지연이자와 법률 비용 등을 모두 합쳐 정부는 약 1300억원 규모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번 판정과 관련해 엘리엇은 중재판정부가 내놓은 결론은 사실에 비춰 타당한 결론이라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성공적인 중재 결과를 받아냈다고 평가했다. 엘리엇은 이번 판정으로 정부 관료와 재벌 간의 유착관계로 해외 투자자와 한국의 연금 가입자들을 포함해 소수 주주들이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간 사실관계는 한국의 법원 및 검찰에 의해서도 이미 지난 수년간 입증됐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우리 정부가 결과에 승복하고 중재판정부의 배상 명령을 이행해 대한민국이 투명하고 믿을 만한 외국인 투자처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변 공익변론센터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주주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20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민변 공익변론센터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주주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엘리엇에 배상해야 하는 이유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배상을 해야하는 이유는 엘리엇이 정부(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와 국가 간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4월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최소 7억7000만달러(당시 환율로 8654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상설중재재판소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발표한 바 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양사의 합병을 반대했다. 이에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 금지와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막을 수 없었다. 

이후 3년이 지나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정부가 보건복지부와 합병에 캐스팅보드를 쥔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 행사를 조종했다면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총수 일가의 경제적 이익을 돕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명백히 위반하면서까지 부적절한 동기와 수단으로 합병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경제적 불합리성에도 찬성표를 던지도록 국민연금 내부 절차를 침해한 행위는 수백만 연금 가입자에 대한 국민연금의 공적 의무를 저버리게 한 것이라며 중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중재판정부가 구성되고 양 측의 서면 심리를 거쳐 5년 만에 이번 판정이 내려졌다.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엘리엇 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손해배상을 소송한 주주들도 승소 기대가 커질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엘리엇 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손해배상을 소송한 주주들도 승소 기대가 커질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엘리엇 외에도 손해배상 소송 다수 진행 중

엘리엇 외에도 미국계 해지펀드 메이슨캐피탈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와 국가 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합병 당시 메이슨캐피탈의 삼성물산 지분은 2.18%로 메이슨캐피탈은 엘리엇보다는 적은 1억7500만달러(1880억원)을 손해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주주 뿐만 아니라 국내 주주들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정부와 삼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2020년 삼성물산 주주 72명은 정부를 상대로 약 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일부 원고들이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삼성물산 주주 32명 역시 같은 2020년 삼성물산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에는 또 다른 삼성물산 주주 19명이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재용 회장 등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개인 주주 뿐만 아니라 과거 삼성물산 주주인 일성신약 등은 국민연금을 상대로 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ISD와 관련해 정부는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6개 부처로 구성된 정부 합동대응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엘리엇 관련 배상 판결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정부는 판정문 분석 결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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