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더워지는 지구, 풀어야 할 숙제 ②“어찌하리오, 에어컨”
[기후환경] 더워지는 지구, 풀어야 할 숙제 ②“어찌하리오, 에어컨”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6.24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월 폭염주의보 발령, 에어컨 ‘풀가동’ 시작
오존층 파괴 냉매 규제, “기후 대응의 KEY”
‘물’ 활용한 친환경 냉방에 업계 시선 집중

[한국뉴스투데이] 해마다 상승하는 지구의 평균 기온의 주원인으로 언급되는 것은 온실가스 농도다. 온실가스는 지구 복사열인 적외선을 흡수하여 지구로 다시 방출하는 특성을 갖는 기체다. 온실가스가 일으키는 온실효과로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급한 과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이 난제의 원인과 실현 가능한 해결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주>

▲에어컨을 사용함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그렇게 더워진 지구에 사는 우리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 사용량을 늘리는 악순환 구조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에어컨을 사용함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그렇게 더워진 지구에 사는 우리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 사용량을 늘리는 악순환 구조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불볕더위가 전국을 강타했다. 기상청은 지난 18일 서울 전역과 경기동부(광명·과천·동두천·연천·포천·가평·고양·양주·의정부·파주·성남·구리·남양주·하남·용인·이천·안성·여주·광주·양평), 전북 임실·순창, 전남 곡성·구례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6월부터 이미 폭염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나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이나 폭염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이미 강원 홍천평지·춘천 등 강원영서중부, 대구와 경북 구미 등 경북내륙, 광주를 비롯한 전라내륙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에서 주의보 발령지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주말은 서울 32도, 인천 27도, 대전·광주 33도, 대구 34도, 울산 30도, 부산 29도로 주요 도시가 낮 동안 야외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더웠다. 새로운 한 주의 시작 역시 더위와 함께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서울 낮 최고 기온은 35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며, 다른 도시의 최고 기온은 인천 32도, 대전·광주 34도, 대구 30도, 울산 26도, 부산 28도로 불볕더위가 예상된다.

이런 더위에 에어컨의 사용량과 구매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매년 심화되는 폭염과 열대야로 에어컨의 사용 및 구입 목적이 과거의 ‘안락함’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이른 더위로 올해 역시 역대 최고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여름 가전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모바일 홈쇼핑 플랫폼 홈쇼핑모아에 따르면, 지난 달 ‘에어컨’ 상품에 대한 방송 알람 설정 건수가 전 월 대비 136% 증가했다. 에어컨 사용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효자 가전으로 인식되는 서큘레이터의 방송 알람 설정 건수는 전 월 대비 880% 증가했다.

파괴되는 오존층
에어컨은 우리 생활에 안락함을 가져왔지만, 지구 환경에는 해를 끼치는 양날의 검이다. 에어컨을 사용함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그렇게 더워진 지구에 사는 우리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 사용량을 늘리는 악순환 구조다.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 증가도 문제지만, 그보다 에어컨에 사용하는 냉매가 문제다.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에 주로 사용되는 냉매는 냉동장치 등에서 주위 열을 흡수해 응축기에서 열을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미국 화학회사 듀폰이 판매를 시작했던 냉매 염화불화탄소(CFC),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프레온가스는 대표적인 오존층 파괴 물질이다. 

‘몬트리올 의정서’ 체결 이후 프레온가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존층의 피해는 복구되기 시작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프레온가스를 대체한 수소불화탄소(HFC)가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지만 온실가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수소불화탄소의 지구온난화지수는 이산화탄소 대비 1300~1만4000배에 달한다.

현재는 수소불화탄소도 규제 물질로 관리 대상이다. 수소불화탄소는 ‘키갈리 개정서’에서 규제 물질로 추가됐다. 키갈리 개정서는 몬트리올 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오존층파괴물질 외, 강력한 지구온난화 물질인 수소불화탄소까지 감축하기 위해 2016년 10월 채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전 세계 137개국이 비준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수소불화탄소 감축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오존층 보호 등을 위한 특정물질의 관리에 관한 법률’(오존층보호법) 시행령이 공포돼 시행됨에 따라 2024년부터 지구온난화물질인 HFC류(HFCs)에 대한 국내 소비량 감축규제를 본격 실시한다고 밝혔다. 오존층보호법 시행령 개정의 주요 내용은 ▲특정물질의 정의에 HFCs 추가, 기존 규제물질을 제1종 특정물질로, HFCs를 제2종 특정물질로 구분 ▲특정물질 제조·수입 부담금 징수 대상을 HFCs까지 확대 및 산정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대통령령에 규정 ▲체납부담금에 대한 가산금 요율의 하향(5%→3%) 등이다.

▲전기요금 인상 여파로 에어컨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적은 선풍기와 저전력 고효율 에어컨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가전제품 매장 내 계절가전 코너. 뉴시스)
▲전기요금 인상 여파로 에어컨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적은 선풍기와 저전력 고효율 에어컨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가전제품 매장 내 계절가전 코너. 뉴시스)

친환경만이 살 길
점점 더워지는 지구에서 에어컨은 더위와 관련된 질병 사망률을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가전이 되었다. 에어컨 가동을 위해서는 선풍기 대비 10배에서 30배까지의 전기가 소모되기 때문에 과도한 사용은 문제가 된다. 에어컨 가동을 위한 전기에너지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에어컨의 사용량을 줄여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가전 업계 및 환경계에서는 에어컨의 냉매 문제 해결을 또 다른 핵심 전략으로 보고 친환경 냉매에 주목하고 있다. 친환경 냉매로 주목을 받는 것은 ‘R32’ 그리고 ‘물’이다. R32는 기존의 냉매에 비해 온난화지수가 30% 정도 적은 675다. 또한 효율이 높아 기존 냉매보다 20% 적게 사용해도 동일한 냉각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구온난화문제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완전한 친환경 냉매라 할 수 있는 ‘물’은 지역 냉방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물냉매냉각방식은 특수 제작된 필터에 전달된 물이 증발하면서 차가운 바람이 생성되는 방식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라 판교, 동탄, 평택 등 19곳을 집단에너지공급 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건축 연면적 3000㎡이상(주택 제외)인 건축물과 열 생산용량의 합이 30만kcal/h 이상인 건축물은 지역냉방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고시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물을 활용해 공기를 식히는 ‘칠드빔’ 공조시스템은 널리 사용하고 있다. 관련 제품이 국내에서도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칠드빔’은 관을 통해 천장으로 시원한 물을 흘려보내 실내에 있던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이 공기가 천장을 지나는 차가운 물을 만나 식어서 다시 내려오는 원리다. 얼핏 보면 시스템 에어컨처럼 보이지만, 냉매를 이용하는 에어컨과 달리 친환경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폭염을 피하는 방법으로 에어컨이 아닌 녹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에어컨 사용량으로 인한 환경 파괴에 대해 지적한 국제 비영리기구 EIA는 프랑스의 사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소개한 바 있다. 프랑스는 폭염 시 개인 혹은 가족 단위가 각각 집에서 에어컨을 사용하기 보다는 다수가 모여 더위를 피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공장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IA는 ▲도시에 많은 나무를 심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녹지를 조성할 것, ▲건물이 최대한의 그늘을 제공하고 원활하게 환기될 수 있도록 배치할 것 등을 제안했다. EIA는 "각국 정부가 에어컨 사용 규제를 뒷받침할 입법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며 "개인들 역시 에어컨 사용이 꼭 필요한지 고민하고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