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이슈】 정부 압박에 라면·밀가루 가격 인하, 식품업계 긴장
【투데이이슈】 정부 압박에 라면·밀가루 가격 인하, 식품업계 긴장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6.27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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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9일 전 방송에서 라면값 내려라 권고
이후 제분업계에 밀 가격 내릴 것 요청, 밀가루 대전
제분업계, 3분기 가격 인하 검토, 농심 7월부터 인하
지난 2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라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면. (사진/뉴시스)
지난 2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라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면.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라면 등 특정 물품 물가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모양새다. 추 부총리가 라면값을 인하하라는 발언 이후 라면값은 물론 제분업계도 밀가루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밀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빵과 과자, 피자 등의 제품의 가격을 더 이상 올리기 힘들게 됐고 불똥이 튈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특히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다른 식품업계 역시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에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추경호, “국제 밀 값 내렸으면 라면값 내려야”

최근 국제 밀 가격이 내려가면서 라면값을 인하해야 한다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압박이 시작됐다. 지난 18일 추 부총리는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물가 안정이 민생 안정의 첫 출발”이라며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가 6.3%까지 올랐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국내 세제 지원 등 정책에 따라 지난 5월 3.3%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오는 7월에는 2%대 물가로 진입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서서히 안정돼 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생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나 외식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정책적 노력으로 물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이후 서민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라면값이 많이 올랐다는 지적이 나오자 추 부총리는 "지난해 9~10월 국제 밀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지난해 말 20% 정도 가격이 내려갔고 지금은 50% 가량 가격이 내린 상태"라면서 "제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라면)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면은 서민 생활과 가까운 특정 물품으로 지난 2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라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라면값은 지난해 평균 10% 이상이 올랐다. 국제 밀 가격이 크게 오르고 인건비 등이 인상됨에 따라 지난해 9월 농심이 라면 11.3%, 스낵 5.7% 등 가격을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10월에는 오뚜기가 평균 11.0%, 팔도는 평균 9.8% 등으로 라면값을 올렸다. 이후 11월에는 삼양식품이 평균 9.7%로 라면값을 인상해 대표적인 라면 제조업체가 모두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이날 추 부총리의 발언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도 라면값이 비싸다며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자 라면 제조업체들은 라면의 최종적인 제품 출고가격에는 원자재 가격인 밀 가격 뿐만 아니라 인건비와 물류비, 운송비 등 다양한 요인이 포함돼 있다면서 가격 인하 목소리에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크게 오른 라면 값에 대해 "밀 가격이 내린 것에 맞춰 (라면 값도) 적정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며 압박에 나선지 9일만에 라면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지난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크게 오른 라면 값에 대해 "밀 가격이 내린 것에 맞춰 (라면 값도) 적정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며 압박에 나선지 9일만에 라면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정부, 제분업계 간담회서 밀 가격 인하 요청

라면 제조업체들이 움직일 기미가 없자 정부는 제분업계를 두드렸다. 지난 2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제분업체와 간담회를 열고 국제 밀 가격 하락에 따른 국내 밀가루 가격 인하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국제 밀 선물가격은 지난해 1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같은해 5월에는 t당 419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300달러 미만을 유지하는 등 하락하고 있다. 이달 기준 국제 밀 선물가격은 t당 243달러로, 지난해 5월의 58% 수준이다.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은 지난해 초 가격이 많이 오르자 실제 원료로 투입되는 시점인 지난해 8월부터 가격을 올린 셈이다. 

이날 정부의 요청에 제분업계는 밀 선물가격과 수입 가격의 시차, 부대비용, 환율 상승 등을 고려해 다음 달부터 밀가루 출하 가격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밀가루 가격은 국제 밀가루 가격 시세를 3개월마다 반영하는 만큼 3분기가 시작되는 7월이나 늦어도 9월까지는 가격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제분업계가 가격을 인하해 밀가루값이 내려가면 라면이나 스낵 등의 서민 음식의 가격 인하는 물론 짜장면이나 칼국수 등 외식비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밀가루 가격이 내려간다 해도 설탕이나 팜유 등 다른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등의 요건으로 연쇄적인 가격 인하 효과가 적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농심은 오는 7월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가격을 각각 50원과 100원 인하한다. 오뚜기와 삼양도 가격 인하 대상 품목과 인하율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심은 오는 7월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가격을 각각 50원과 100원 인하한다. 오뚜기와 삼양도 가격 인하 대상 품목과 인하율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심, 신라면 새우깡 가격 인하...오뚜기 삼양 검토 중

정부가 제분업계까지 압박하고 나서자 라면 제조업계는 발빠르게 가격 인하를 적용하는 모양새다. 추 부총리의 라면값 인하 발언이 나온지 9일 만이다. 농심은 오는 7월 1일부터 신라면 봉지면의 출고가를 4.5% 인하한다. 이에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내린 950원으로 내려간다.

새우깡의 출고가도 6.9% 인하돼 소매점 기준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내린 14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농심은 이번 가격 인하 대상인 신라면과 새우깡이 국내에서 연간 3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민 라면과 국민 스낵으로 국민생활과 밀접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가격 인하로 인한 경영 부담을 감내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1위 농심의 가격 인하에 다른 제조사들도 가격 인하 대상 품목과 가격 인하율을 검토하고 있다. 오뚜기는 7월 중으로 진라면을 포함한 주요 라면 제품의 가격을 내릴 예정으로 최종적으로 인하율을 검토하고 있다. 삼양식품 역시 가격 인하 대상 품목과 인하율을 검토하고 있다. 

추 부총리의 발언에 결국 라면값은 내려갔지만 올 하반기에는 우유 원유 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어 우유와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다. 우유 원유가 오르면 우유가 포함되는 빵이나 스낵 등의 가격도 오를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빵이나 과자 등의 원료 중 우유 비율이 5% 미만이라 원유 가격 인상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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