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뜨거운 바다...고수온, 올해도 빠르다
【기후환경】 뜨거운 바다...고수온, 올해도 빠르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6.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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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바닷물 온도가 28℃ 이상 올라가는 '고수온'
바닷물이 뜨거운 고수온 현상이 올해 7월 초순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고수온으로 폐사한 우럭을 치우는 어민 모습. (사진/뉴시스)
바닷물이 뜨거운 고수온 현상이 올해 7월 초순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고수온으로 폐사한 우럭을 치우는 어민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올 여름 때이른 더위에 폭염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바다도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바닷물의 온도가 28℃보다 높은 고수온이 62~64일이나 지속돼 장기화되는 추세인데 올해 역시 7월 초부터 고수온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수온은 여러가지 해양 문제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양식수산물의 피해를 가져온다. 환경 문제는 물론 우리 먹거리마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고수온, 바다가 뜨겁다

고수온 현상은 여름철 바닷물 온도가 28℃ 이상으로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고수온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한달까지 수천㎢에 걸쳐 해양표면 온도가 상승하는 해양열파 현상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이제까지는 고수온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가 단순한 폭염때문이라 알려졌지만 사실 고수온은 상당히 복잡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지난 2020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따르면 고수온은 대기 온도뿐만 아니라 해양의 상태와 기상변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같은 해양형 고수온은 여름철 대기압이나 폭염이 심하지 않아고 해역의 수온이 몇 개월 동안 높아지는 등 바다가 충분히 가열된 경우에 발생한다. 반면 대기형 고수온의 경우 대기 불안정과 태양 복사열로 발생한다.

온난화 등 환경 문제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미국 북동쪽 대서양 연안 ‘메인 만’은 위치상 북극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과 멕시코 만류에서 유입되는 따뜻한 물이 만나는 곳이다. 이런 메인 만은 최근 들어 그린란드와 북극해에서 녹은 얼음이 바닷물의 수온을 바꾸고 메인 만의 해양 순환 패턴을 바꾸면서 고수온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전 세계 대양 온난화 중 가장 빠른 속도다.

고수온의 문제 중 하나는 태풍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높은 수온 상승은 해수의 부피를 팽창시키고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해 태풍의 에너지원인 열용량을 높인다. 대기 중에서 증발하는 물 분자가 많아져 태풍의 연료인 수증기가 공기 중에 가득 차 더욱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지게 되고 더 많은 수증기로 폭우를 동반해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고수온 특보는 시기가 빨라지고 특보 기간은 길어지는 등 장기화되는 추세다. 고수온, 적조 등으로 집단 폐사한 참돔. (사진/뉴시스)
고수온 특보는 시기가 빨라지고 특보 기간은 길어지는 등 장기화되는 추세다. 고수온, 적조 등으로 집단 폐사한 참돔. (사진/뉴시스)

올해도 고수온 특보 7월 초 예상

고수온은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도 포착된다. 지난해 제주지역 고수온 특보는 7월 8일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뒤 9월 7일 해제돼 62일간 고수온 현상이 이어졌다. 전남 함평만과 경남 사천만 등 전남과 경남 내만에는 7월 6일 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64일간 고수온 특보가 지속됐다. 

현재 고수온 특보는 관심단계와 주의보, 경보 등 3단계로 나뉜다. 고수온 관심단계는 연안 수온이 2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날 기준 일주일 전에 내려진다. 이후 수온이 28℃에 이르면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지고 수온 28℃가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고수온 경보로 상향 조정된다.

지난해에는 처음 주의보가 내려진 7월 6일 이후 3일 이상 28℃가 지속되면서 7월 8일 오후 2시부로 전남 함평만과 도암만, 득량만, 여자만, 가막만 등과 제주는 물론 서해 연안까지 경보로 상향된 바 있다. 이는 그전에 고수온 피해가 가장 컸던 2018년(피해액 605억원)보다 1개월 정도 빨리 주의보가 발령됐다.

또, 특보 발령 이외의 해역도 수온이 23.5~25.7℃로 평년에 비해 1℃이상 높게 나타났고 2017년 특보 체계가 마련된 후 최장 기간 고수온 특보가 발령됐다. 문제는 올해도 지난해와 수준이라는 점이다. 올해 기상청은 평년 대비 수온이 0.5~1도 높고 강수량도 많을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국립수산과학원은 7월 초순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도 고수온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민들은 수확 시기를 당기고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올해도 고수온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민들은 수확 시기를 당기고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어업 비상, 지자체 대책 마련 한창

고수온은 어업에 가장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양식장이 밀집한 지역에서 고수온이 발생하면 산소 부족과 수온 쇼크, 면역력 약화 등으로 어패류가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한다. 멍게를 예로들면 보통 6월까지 수확하는 멍게는 지난해 고수온의 영향으로 4월 중순에 수확을 끝냈다. 이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멍게값이 오르는 이유가 됐다. 또 상업성 회유 어종의 회유 경로가 달라져 미역 등 해조류 서식지가 사라지는 문제도 있다. 

올해도 고수온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라남도는 적조·고수온 대책위원회를 열어 대응 지원 방제장비 구축, 예찰·예보 기반시설 확충, 민·관 합동 현장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고 '2023년 적조·고수온 대응 종합대책'을 통한 5대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

충청남도는 올해 고수온 대응장비 사전 보급, 영양제 및 면역증강제 공급, 양식 수산물 재해보험 지원, 수산생물 이동병원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고수온 현장 대응반을 운영하면서 어업인들을 대상으로 현장 지도·예찰 강화, SNS를 활용한 실시간 정보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가두리 양식장 구조를 개선하는 등 중장기 대책 마련도 한창이다.

제주도는 여름철 양식장 고수온 피해 최소화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등 6개 기관들로 구성된 전담조직을 꾸렸다. 한편, 해수부는 10개 지자체에 산소공급기, 저층수 공급장치, 차광막 등을 지원하고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지면 고수온 대응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상황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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