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보험업계, 기후대응 관리 절실
기로에 선 보험업계, 기후대응 관리 절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6.29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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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험 업계와 기후대응’ 토론회로 한 목소리 낸 업계
“기후변화 리스크, 경영관리에 적극적 활용 해야” 실천 촉구
국내 보험사, 글로벌 보험사 대비 적극적 ESG 경영 미흡

[한국뉴스투데이]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보험사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기후 리스크를 줄이는 데 인식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과 감축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보험업계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사진/픽사베이)
보험사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에 맞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픽사베이)

장마철 침수 차량, 보험사 기후 변화 리스크 대비

오늘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7월 내내 비가 온다”며 역대급 장마를 예고했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기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마철에는 특히 차 침수 등 보험사 손해율이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국내 보험사들은 저마다 비상팀 가동 등 대비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에 맞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보험연구원은 정무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기후솔루션, 한국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한국 보험 업계와 기후대응, 기후 리스크 관리를 중심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용우 의원은 “보험업계는 자연재해가 빈번해질수록 보험금 청구로 인한 손실이 확대되고, 보험사가 투자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탄소규제 기준을 맞추지 못해 손실을 입게 된다”라며 “(미래)전략에 기후 리스크를 반영해 보험산업에 구체적인 기후 리스크 관리와 ESG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해외에선 기후위기에 따라 대형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신규 가입을 중단하거나 파산을 신청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유명한 주택 보험사 ‘스테이트 팜’은 물가 상승률을 뛰어넘는 건설비 증가와 재난 노출 위험, 재보험 업계의 어려움을 이유로 신규 보험 가입을 거절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국내 보험사 역시 기후위기 대응에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업 투자와 보험인수 전략에 기후리크스를 반영해 보험사의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고, 보험 산업이 기후리스크 관리와 ESG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보험사의 ESG 경영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보험사들, 기후 리스크 인식 부족해”

이승준 보험연구원 ESG 센터장은 발표를 통해 “기후 관련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보험회사마다 큰 차이가 있는데, 회사들이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전략에만 그치는 것이 문제"라고 비난했다. 이어 "주력 보험종목에 따른 기후 리스크 노출 정도에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이는 보험사들이 아직 기후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지속가능 공시제도의 빠르고 효과적인 정책과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속가능 공시제도는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환경과 사회 관련 기업들의 책임 활동 즉 ESG를 실천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상장사로 확대하는 제도다.

이 센터장은 이어 "업계는 사업모형을 고려한 중요성을 분석하고 중요성에 기반한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의 ESG 경영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는 보험사가 기업활동에서 위험 인수자 및 자금공급자로서 역할할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삼정 KPN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위험인수자 측면에서는 ESG 리스크가 재해보험, 건강보험, 배상책임보험 등 보험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여 지급보험금 증가에 따른 보험사 보험영업손실(부채 측면)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자금공급자 측면에서는 ESG 리스크로 인해 보험사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어 투자영업손실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국제보험 감독자협의회(IAIS)의 정량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보험시장의 약 75%를 차지하는 32개 IAIS 회원국의 전체 보험사 투자자산 중 35% 이상이 기후변화 위험에 노출됐다.

이처럼 ESG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기존의 재무적 성과에만 의존하는 기업가치 평가에서 벗어나, 기업 핵심 평가지표에 지속가능성 중심의 비재무적 성과를 반영하는 움직임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국내 보험업계도 지난해 12월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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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업계는 대형사 위주로 기후 관련 지속가능 경영에 나서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보험사들, 탈석탄 금융선언 했지만…

세미나에서 기후솔루션의 한수연 연구원은 “이미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 발생과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보험재무와 공급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인 기후리스크 관리는 불가피한데, 특히 보험 업계의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준희 대구대 교수는 불확실한 미래의 예측불확실성에 대비라는 측면에서 “보험사는 기후변화 리스크 측정의 품질 향상과 경영관리에의 적극적 활용, 사회적인 기후 관련 정보공개 활성화 등으로 ESG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며 “이는 보험사와 정부의 주도로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업계는 대형사 위주로 기후 관련 지속가능 경영에 나서고 있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지난 2020년 석탄화력발전소 관련 신규 투자 및 건설보험 인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해 발간한 ESG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ESG 누적 투자 약정 규모를 10.5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공표했다. D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 역시 탈석탄 금융선언을 마쳤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김상훈 인하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원이 한·미·일 손보사들의 ESG 보고서를 분석해 발표한 ‘보험회사 ESG 경영 활동 비교 사례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보험사들은 기후위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리스크 모델링 분석, 보험상품 판매 등 적극적인 ESG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실행가능한 영역에서의 ESG 활동이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에 따르면 또한 국내 보험사들은 ESG의 각 분야를 동등하게 중시하기보다, 사회(S)에 비해 환경(E)과 지배구조(G)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다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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