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이슈】 OCI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전말
【투데이이슈】 OCI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전말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7.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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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광글라스 39억1000만원, 이테크건설 35억5000만원, 군장에너지 35억5000만원 부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오씨아이 소속 군장에너지가 계열사인 삼광글라스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10억20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오씨아이 소속 군장에너지가 계열사인 삼광글라스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10억20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OCI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부당 내부거래) 전말이 드러났다. 이번 일감 몰아주기는 삼광글라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서 부당 지원한 것으로 이우현 회장의 작은 아버지인 이복영 회장이 지배하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공정위가 해당 계열사들에 대해 총 110억2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가운데 OCI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정황을 들여다봤다. 

6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기업집단 OCI 소속 군장에너지(현 SGC에너지)가 계열사인 삼광글라스(현 SGC솔루션)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10억원2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계열사별 과징금 액수는 삼광글라스 39억1000만원, 이테크건설 35억5000만원, 군장에너지 35억5000만원 등이다.

현재 OCI그룹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이끄는 계열사와 작은 아버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이끄는 계열사, 작은 아버지 이복영 회장의 삼광글라스 계열 등 3개의 소그룹으로 나눠지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이복영 회장의 삼광글라스 계열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광글라스의 재무상태가 악화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광글라스는 ‘글라스락’을 브랜드로 사용하는 유리용기 사업과 병·캔 사업을 하는 회사로 이복영 회장 일가 → 삼광글라스 → 이테크건설 → 군장에너지로 연결되는 지배 고리의 정점에 있다. 

지난 2020년 10월 합병 및 분할합병, 물적분할을 거친 삼광글라스는 물적분할을 통해 삼광글라스의 사업부문인 SGC솔루션을 신설했다. SGC솔루션은 삼광글라스의 100% 자회사로 주요 사업은 유리제조와 유연탄 판매 등이다. 삼광글라스의 지분은 이복영 회장 10.30%, 장남 이우성 SGC이테크건설 부사장 19.23%, 차남 이원준 전 SGC 솔루션 전무 17.71%, 유니드 5.58%, SGC이테크건설 3.19% 등으로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자들이 지분 56.91%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삼광글라스가 주력사업인 유리용기 사업과 병·캔 사업에서 손익구조가 악화되자 2017년 2월 삼광글라스 소그룹의 실질적인 대표회사이자 그룹 내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이테크건설 전략기획실은 계열사를 모두 동원해 TF를 꾸리고 삼광글라스를 지원할 목적으로 발전사업을 하는 계열사 군장에너지의 유연탄 소싱 물량을 삼광글라스에 몰아주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테크건설 전략기획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에 대비하는 방안도 철저히 기획했다. 이들은 경쟁입찰 형식을 취하되 군장에너지의 물량 50% 정도만을 삼광글라스로부터 공급받고, 삼광글라스의 군장에너지에 대한 유연탄 매출을 2017년부터 3년간 300억, 500억, 700억원 등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법까지 마련했다.

이후 2017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군장에너지는 자신의 발전소에 사용될 유연탄 구매를 위해 삼광글라스 등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총 15차례 유연탄 구매입찰을 실시했다. 삼광글라스는 입찰시행사인 이테크건설 또는 군장에너지의 권고와 지시, 직접적인 개입에 따라 2가지 변칙적인 방식으로 입찰에 참가했다.

공정위는 삼광글라스에 39억1000만원, 이테크건설 35억5000만원, 군장에너지 35억5000만원 등 총 110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진/뉴시스)
공정위는 삼광글라스에 39억1000만원, 이테크건설 35억5000만원, 군장에너지 35억5000만원 등 총 110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진/뉴시스)

먼저 삼광글라스는 5차례 입찰에서 해외 유연탄 공급사가 보증하는 유연탄 발열량을 임의로 20~300kcal 높여 최저가 지명경쟁 입찰에 참가해 4번 낙찰됐다. 광산사가 보증하는 발열량을 상향해 투찰하게 되면 열량이 많은 유연탄이 된다. 이에 구매자가 운영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운영단가가 낮게 산출돼 낙찰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같은 입찰 참가 방식은 다른 경쟁업체의 경우 적발시 입찰시행사로부터 입찰 참가제한 등의 페널티를 받을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 전략이다. 하지만 삼광글라스의 경우 입찰시행사인 계열사 이테크건설이 직접 발열량 상향 투찰을 지시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투찰전략을 사용한 셈이다. 

또, 다른 입찰에서 삼광글라스는 이테크건설 또는 군장에너지로부터 입찰전략 수립에 중요한 입찰 운영 단가비교표와 타사 견적서, 입찰계획 등 입찰 실시자료를 제공받아 입찰견적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9차례 낙찰됐다. 해당 자료는 비공개 영업비밀 자료지만 삼광글라스는 이러한 자료를 제한없이 이용했다. 

유연탄 물량 몰아주기 과정에서 삼광글라스에 대한 다양한 지원도 함께 이뤄졌다. 이테크건설은 석탄 트레이딩 전문가를 채용해 삼광글라스의 입찰전략 수립에 도움을 줬고 삼광글라스가 해외 광산사로부터 안정적으로 유연탄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계열사인 군장에너지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러시아 광산사인 SUEK(수엑)사와의 유연탄 공급 MOU 체결을 지원하기도 했다.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부당지원 결과 국내 유연탄 공급시장의 신규진입한 삼광글라스는 군장에너지 전체 입찰 물량의 46%인 180만 톤을 공급하는 최대 공급업체가 됐다. 금액으로 1778억원으로 삼광에너지의 영업이익은 약 64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삼광글라스의 이복영 회장과 이우성 SGC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등 총수 일가가 삼광글라스의 지분 비율에 따른 약 22억원의 부당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내 손익이 악화된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사실상 형식적인 입찰을 통해 물량을 몰아줌으로써 특수관계인들의 소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강화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경쟁입찰을 통해 계열사와 거래했다고 하더라도 변칙적인 방법을 통해 계열사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해준 행위가 부당내부거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공정위는 "편법적 지배력 승계,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의 목적으로 독립·중소기업의 경쟁기반을 침해하고 그룹 전체의 동반위험을 초래하는 등의 공정경쟁질서를 훼손하는 부당내부거래를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행위를 적발하면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라 밝혔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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