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원 백신구매 입찰서 담합한 32개 사업자 과징금
국가 지원 백신구매 입찰서 담합한 32개 사업자 과징금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7.20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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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제조사와 총판, 의약품 도매상 대거 담합 적발
20일 공정위가 국가 지원 백신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백신 제조사와 총판, 도매상 등 32개사에 대해 과징금 409억원을 부과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20일 공정위가 국가 지원 백신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백신 제조사와 총판, 도매상 등 32개사에 대해 과징금 409억원을 부과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한 후 투찰할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백신 제조사와 총판, 도매상 등 32개사에 대해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409억원 부과를 결정했다.

20일 공정위는 백신 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 광동제약,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에스케이디스커버리(구 에스케이케미컬), 유한양행, 한국백신판매 등 6개 백신 총판, 25개 의약품 도매상 등 총 32개 백신 관련 사업자들의 담합을 적발했다. 

여기서 백신 제조사는 백신을 실제 생산하는 회사를 말한다. 백신 총판은 백신제조사와 공동  판매계약을 체결한 회사고, 의약품 도매상은 이들로부터 백신을 공급받아 병원과 의원, 보건소 등에 유통하는 회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이 이들이 담합한 대상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대상 백신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간염 백신, 결핵 백신, 파상풍 백신, 그리고 자궁경부암 백신(서바릭스, 가다실), 폐렴구균 백신(신플로릭스, 프리베나) 등 모두 24개 품목에 이른다.

이들의 담합은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 과정에서 포착됐다. 담합이 오랜 기간 지속된 이유는 백신입찰 시장에서의 장기간에 걸쳐 고착화된 들러리 관행과 만연화된 담합 행태로 인해 입찰담합에 반드시 필요한 들러리 섭외나 투찰가격 공유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낙찰예정자는 전화 한 통으로도 들러리를 섭외할 수 있었고,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에 따른 학습효과로 각자의 역할이 정해지면 굳이 투찰가격을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투찰함으로써 이들의 의도대로 입찰담합이 이뤄졌다. 

즉, 낙찰예정자는 최대한 높은 금액으로 낙찰받기 위하여 ‘기초금액’(조달청이 시장가격, 전년도 계약가 등을 참고해 검토한 가격으로 입찰참여자들은 상한가격으로 인식)의 100%에 가깝게 투찰하고, 들러리는 이보다 높게 투찰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번 담합은 정부 조달 방식의 변화에 따라 담합 참여가 변화무쌍했다.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가 생산하는 백신(자궁경부암 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제3자단가계약방식’(정부가 전체 백신 물량의 5-10% 정도였던 보건소 물량만 구매)에서 ‘정부총량구매방식’(정부가 연간 백신 전체 물량을 전부 구매)으로 조달 방식을 바꾸자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총판이 백신입찰담합에 참여해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들러리를 섭외하고 백신총판이 낙찰예정자로 등장했다.

백신조달에 있어 기존 ‘제3자단가계약방식’에서는 의약품도매상끼리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바꿔가면서 담합해 왔으나, ‘정부총량구매방식’에서는 낙찰예정자가 의약품도매상이 아니라 백신총판이 된 것이다. 다만, 의약품도매상은 구매방식 변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러리 역할을 수행했고 백신총판은 들러리 역할은 하지 않았다.

특히, 녹십자와 보령바이오파마, 에스케이디스커버리(구 에스케이케미컬) 등 3개사의 경우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지난 2011년 6월 공정위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이 사건 입찰담합에 참여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아 주목된다.

이번 제재와 관련해 공정위는 “국내 백신 시장에서 수입, 판매 및 공급을 맡은 사업자들이 대부분 가담한, 장기간에 걸친 입찰 담합의 실태를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백신 등 의약품 관련 입찰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 밝혔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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