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경제】 폭염도 재해...더위에 경제도 흔들린다
【기후경제】 폭염도 재해...더위에 경제도 흔들린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8.0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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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생산 저하, 결국 경제 위기로 이어질 우려
전 세계를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경제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막대한 규모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를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경제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막대한 규모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6월부터 발달한 열돔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한 미국 여기저기서 파업이 확산되고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 이상기후가 생산성을 떨어뜨려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폭염으로 근로자가 사망하면서 피해가 발생하자 폭염을 재해로 규정하고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확보 법제화에 나서는 등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국 폭염으로 경제 위기 우려

현재 미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000만명이 폭염 경보 영향권에 들어갔다. 캘리포니아주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5도를 넘나들자 이 지역에서 일하는 아마존 배송 운전기사 80여명은 노조를 결성해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 6월말부터 무기한 파업을 선언해 해당 지역의 배송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 최대 배송업체 UPS의 배송 기사들도 폭염으로 파업을 선언했다가 회사 측이 차량에 에어컨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가까스로 파업을 막았다.

미국에서는 한 해에만 폭염으로 인해 1300명 가량이 사망한다. 이는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 홍수 등 미국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와 관련해 가장 많은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31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경제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막대한 규모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학술지 란셋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보다 덜 더웠던 2021년에도 더위로 인해 미국 농업과 건설, 제조업, 서비스업 부문에서 25억시간 이상의 노동력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노동력 손실은 결국 경제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폭염은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른 보고서에서는 더위로 인한 노동력 손실 비용이 2050년까지 연간 5000억달러(약 639조원)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연구는 기온이 섭씨 32도에 도달하면 생산성이 25%가량 떨어지고 38도를 넘으면 70%까지 떨어진다고 봤다. 섭씨 32도가 넘는 날이 6일 이상 지속되면 미국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은 8%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투자자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폭염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가 오는 210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GDP(국내총생산)를 최대 17.6%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폭염이라는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안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각국 정부는 법제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픽사베이)
폭염이라는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안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각국 정부는 법제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 폭염 확산에 피해 잇따라

지난 7월 평균 기온이 관측 이래 가장 높았던 유럽 곳곳에서도 폭염 피해가 발생했다. 폭염 피해가 심각한 이탈리아 로마는 46도를 웃돌아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가 20% 늘었고 밀라노에서는 도로표지판 설치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고온 건조한 기온 탓에 산불도 확산돼 시칠리아섬의 국제공항에서 3명이 사망하고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폭염이 발생해 스위스에 위치한 알프스 산봉우리 빙하가 녹아 37년전 실종된 산악인의 유해가 드러나는가 하면 스페인 카탈루냐주, 마요르카 등지에서 40도를 넘어섰고 일부 지역은 45도까지 치솟았다. 프랑스와 독일 등도 일부 지역에서도 한낮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은 50도를 넘는 폭염이 발생했다. 이란 남서부 도시 아바즈의 기온이 51도까지 올라가는 등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의 기온이 40도를 넘나들면서 이란 정부는 지난 2일과 3일 학교와 공공기관, 은행 등 나라 전체가 이틀간 휴식을 선포했다. 이란 축구 리그도 며칠간 모든 게임을 취소하기로 했다.

북반구의 기록적인 폭염에 남극 해빙도 역대 최소치로 줄어들었다.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에 따르면 현재 남극의 겨울 해빙 규모가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소치보다 160만㎢ 줄어든 상태다. 특히 이달 중순 기준으로는 해빙 규모가 1981~2010년 평균치보다 260만㎢나 감소해 이는 남미 아르헨티나 면적과 유사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배달라이더 산업재해 예방 및 생활 안정을 위한 기후실업급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배달라이더 산업재해 예방 및 생활 안정을 위한 기후실업급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폭염 피해 방지책 마련 움직임

우리나라에서도 폭염으로 근로자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6월 19일 창고형 대형마트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를 정리하던 근로자가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와 피떡이 폐혈관을 막는 폐색전증으로 사망했다. 연이은 폭염에 근로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들은 폭염 속 휴게 시간 보장을 요구하는 등 파업에 돌입했다.

해당 사망 사고의 가장 우선적인 원인은 폭염이지만 그로 인한 휴게시간 보장이나 근로환경 개선에 대한 근로자들의 요구가 확산될 조짐이 포착된 셈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경제 불안 요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폭염 피해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결국 경제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폭염을 중대 재해로 보고 자연 재해가 사회적 재해로 번지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마련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지난 1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폭염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이달 내 처리할 것을 여당에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는 일정 기준 이상 폭염이 지속될 때 반드시 휴게시간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산안법 개정안을 8월 중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야는 수해 복구와 피해 지원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는 가운데 온열질환에 고스란히 노출된 옥외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력 있는 입법 추진에 이목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민생채움단을 출범해 폭염에 시달리는 근로 현장을 찾는 등 앞으로 한 달간 민생 현장을 살핀다는 계획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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