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이슈】 택배 없는 날인데...쿠팡 정상운영으로 업계 비난
【투데이이슈】 택배 없는 날인데...쿠팡 정상운영으로 업계 비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8.14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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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매년 8월 14일 택배 없는 날
택배 없는 날인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가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택배 없는 날인 8월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가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14일, 오늘은 벌써 4년째 이어지는 택배 없는 날이다. 이날은 택배기사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택배연대노조와 한국통합물류협회 소속 택배사들이 운행을 중단하기로 약속한 날인데 쿠팡은 정상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다른 택배사들과 택배 노조들은 쿠팡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택배 없는 날에도 자체 배송은 예외

택배 없는 날, 매년 8월 14일은 택배업 종사 근로자들이 하루 쉴 수 있도록 한국택배연대노조와 한국통합물류협회, 고용노동부가 합의한 날이다. 지난 2020년 8월 13일 고용노동부는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전국 주요 4개 택배사의 택배 화물 집화와 배송이 이날만은 일제히 중단된다.

공동선언문에는 택배사들이 택배기사의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을 위해 심야시간 배송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택배기사의 질병이나 경조사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쉴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택배 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에 최초로 시행되면서 택배 근로자의 고충을 이해하는 많은 이용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올해로 벌써 4번째 택배 없는 날을 맞아 전체 택배 80%가 이날 택배 업무를 중단한다. 문제는 자체 배송망을 통해 이날에도 여전히 정상운영을 하는 택배사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쿠팡이다. 자체 배송망을 구축한 쿠팡의 로켓배송은 택배 없는 날에도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이는 SSG닷컴의 쓱배송과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편의점 택배 등도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택배 노조와 택배사들은 가장 큰 규모의 자체 배송망을 갖춘 쿠팡을 저격하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2일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365일 배송되는 택배시스템을 지적하며 모두가 쉴 때 함께 쉬는 공정한 부담을 앞세워 쿠팡의 택배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택배 없는 날 동참을 촉구한 바 있다.

택배 없는 날인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가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택배 없는 날인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가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 “365일 언제든 휴가 가능해”...실상은

하지만 쿠팡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기존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65일 언제든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입장으로 택배 없는 날 동참에 선을 그었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업계 최초로 대리점이 백업 기사를 두어야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직영 배송 인력인 쿠팡친구도 있어 쿠팡 택배기사인 퀵플렉서는 용차 비용 없이 휴가를 낼 수 있다는 것.

이에 쿠팡은 퀵플렉서들이 일반 택배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9일 이상 휴가나 3주 휴가 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휴가를 가더라도 자신이 맡았던 배송을 대신 배송해 주는 동료 퀵플렉서(백업 기사)가 많아 언제라도 휴가를 쓸 수 있고 대리점에서 배송을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겨도 쿠팡에서 지원해 준다고 설명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관계자는 "쿠팡은 택배업계 최초로 수천명에 달하는 분류전담 인력을 운영해 왔을 뿐만 아니라 배송기사분들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차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새롭고 혁신적인 택배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서 근무 중인 한 퀵플렉서는 ”회사가 배송률 95%를 강조해 사실상 하루도 쉬기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배송률이 95%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물량은 다른 퀵플레서로 옮겨가고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배송기사에게는 해고나 다름없는 부분이다. 또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연차 시스템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택배 없는 날인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가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택배 없는 날인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가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는 물론 택배사까지 쿠팡의 불참 저격

쿠팡의 택배 없는 날 불참은 택배 노조와 택배사들의 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쿠팡의 택배 없는 날 동참을 촉구하는 동시에 쿠팡 택배기사들이 쉴 수 없는 근본적 원인인 클렌징 제도 폐기를 촉구했다. 클렌징 제도는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에 대리점의 배달 구역을 회수할 수 있는 제도다.

여기에 CJ대한통운은 이날 보도자료까지 내고 쿠팡을 저격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한 택배업체(쿠팡)가 보도자료에서 '쉬고 싶으면 하루 25만원가량 드는 외부 택배기사(용차)를 택배기사 본인 부담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등의 왜곡된 주장을 펼쳐 택배업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J대한통운은 "'우리는 잘 쉬기 때문에 택배 없는 날이 필요 없다'며 동참하지 않을 경우, 고객을 빼앗길 우려가 있는 중소택배사들의 참여가 원천 봉쇄된다"며 "자기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수년간 진행돼 온 업계 전체의 노력을 폄훼하는 행위를 소비자들이 혁신이라고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마켓컬리는 새벽배송만 정상운영하고 일반 택배는 택배 없는 날에 맞춰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SSG닷컴 역시 쓱배송은 정상으로 운영하지만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몰 일반 택배배송은 택배 없는 날 배송을 중단했다. 이처럼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춘 다른 업체들이 일부라도 동참하려는 움직임과 달리 쿠팡의 일관적인 정상운영에 노조는 물론 택배업계까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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