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파문, 정치권 파장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파문, 정치권 파장
  • 박은진 기자
  • 승인 2023.08.28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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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이회영 등 5인 흉상 철거 계획에 반발
충남 홍성 중심 지역 민심 들끓어, 내년 총선에도 영향 미칠 수 있어
지난 2021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홍범도 장군 순국 78주기 추모식 및 독립전쟁 청산리대첩 전승 101주년 기념식이 열려 태극기를 든 어린이들이 홍범도 장군의 묘역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1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홍범도 장군 순국 78주기 추모식 및 독립전쟁 청산리대첩 전승 101주년 기념식이 열려 태극기를 든 어린이들이 홍범도 장군의 묘역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철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독립운동가 5인은 지역에서 위인으로 추앙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흉상을 철거한다는 것은 내년 총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탄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산주의 경력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시 육군사관학교에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이회영 등 5명의 독립운동가 흉상을 설치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무장독립투쟁에서 중요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일제강점기 청산리 대첩의 주역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전쟁영웅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하기로 했다. 여기에 백선엽 장군 흉상을 설치한다는 계획도 나온다.

백선엽 장군이 6.25 전쟁에서 영웅인 것은 틀림없지만 일제강점기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를 지냈던 인물이기 때문에 친일 전력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5인 독립운동가 흉상을 철거하는 이유에 대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겟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는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 입당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공산주의 경력이 문제라면 홍범도 장군 흉상만 철거하면 되는 문제인데 5인의 흉상을 모두 철거한다는 것은 결국 문재인 정부가 설치한 흉상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장 독립운동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회 등 독립운동기념단체들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흉상 철거는 결국 국군의 기원인 독립전쟁의 역사를 뒤집으려는 매우 심각하고 엄중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임시정부의 군대가 바로 국군의 역사라는 것이다. 광복회 역시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철거를 기도하는 것은 일제가 민족 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무 장관 즉 국방부 장관이 철거 계획을 백지화를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오바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에게 준 건국훈장도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비판을 가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홍범도 장군이 광복 2년 전 사망했기 때문에 북한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목소리를 냈다.

제99주년 삼일절인 지난 2018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희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소총탄 5만 여발 분량)을 녹여 제작됐다. (사진/뉴시스)
제99주년 삼일절인 지난 2018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희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소총탄 5만 여발 분량)을 녹여 제작됐다. (사진/뉴시스)

갈 곳 없는 홍범도 흉상

5인 독립운동가 흉상이 철거된다는 소식은 비단 이념적인 문제에 불을 당긴 것은 물론 지역 민심의 요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좌진 장군의 고향인 충남 홍성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김좌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지역의 자존심을 긁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내년 총선 민심과도 연관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국방부에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총선 민심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 김좌진 장군 흉상 철거 소식은 비단 충남 홍성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지역 민심의 요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 장관 탄핵 가능성

일각에서는 이번 흉상 철거 논란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 탄핵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리고 있다. 5인 독립운동가의 흉상 철거가 단순히 흉상 철거가 아니라 민족정기 말살이라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의힘으로서도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지역 민심이 이반되기 시작한다면 그에 따라 이종섭 장관 책임론을 꺼내들 수밖에 없다. 이는 또한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일어나는 수도권 위기론과 맞물릴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은진 기자 knew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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