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프랑스판 IRA’가 전기차 업계에 미칠 영향
【글로벌 전기차】 ‘프랑스판 IRA’가 전기차 업계에 미칠 영향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9.0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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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탄소배출량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
프랑스 정부가 탄소배출량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사진/픽사베이)
프랑스 정부가 탄소배출량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해당 개편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유예 기간은 6개월이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프랑스 정부가 탄소배출량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일명 프랑스판 IRA를 마련했다. 생산에서 운송까지 모든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합쳐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프랑스판 IRA에 대해 결국 유럽 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방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거리가 먼 우리나라 등 일부 국가들은 벌써부터 위기를 느끼는 모양새다.

프랑스판 IRA, 유럽 보호조치의 일환

지난 5월 프랑스 정부는 녹색산업법안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전기차 보조금 기준 연내 개정과 인허가 기간 단축, 세액 공제 등 15개의 녹색산업정책의 세부 이행방안이 담겼다. 이는 지난해 8월 미국이 자국 내 친환경 산업을 장려하는 보호주의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마련한 이후 프랑스에서도 꾸준히 친환경 산업 보호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결국 법안이 마련된 셈이다. 

프랑스판 IRA의 핵심은 전기차 생산과 운송을 포함한 전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반영한 환경점수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일정 점수 미달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에서 결국 전기차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동선을 줄이는 것이 골자로 이는 유럽 내 생산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또 EU가 청정기술법(Clean Tech Act)에서 지정한 친환경 기술인 2차 전지과 히트펌프, 풍력터빈, 태양광 패널 산업 등에 투자할 경우 투자 금액의 25%에서 최대 45%까지 세액을 공제해준다는 점에서 프랑스 내 친환경 산업을 늘리겠다는 의중도 읽힌다. 이로 인해 프랑스는 오는 2030년까지 230억 유로 규모의 투자유치와 4만여 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즉 프랑스 정부는 미국의 IRA가 유럽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적극 대응에 나선 셈이다. 프랑스의 장기화된 산업 침체를 살리기 위한 방안인 동시에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 미국의 IRA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럽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유럽 보호조치로 풀이된다.

프랑스판 IRA를 두고 일각에서는 차별적 대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우리 정부, 기업 보호 선제적 대응

이에 유럽을 제외한 국가와 기업은 프랑스판 IRA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자국 기업 보호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9차 한-프랑스 산업협력위원회’를 개최하고 녹색산업과 공급망, 첨단산업 R&D 등의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를 벌였다. 

산업부는 프랑스가 개정을 추진 중인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이 기존 차량가격에서 탄소발자국 등 환경요소 고려하는 점과 관련해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등 양국의 공급망 정책 및 동향을 공유하고 자율주행과 나노전자 등 기존 6개 R&D 분야 외 항공우주, 디지털 전환 분야 2개를 추가해 양국간 R&D 협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려는 남는다. 지난달 25일 한국무역협회와 유럽한국기업연합회 등은 프랑스 정부에 전기차 보조금 개편을 담은 시행규칙 초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차별적 대우를 금지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잠재적으로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해상운송 탄소배출계수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데이터와 비교해 10배 이상 높게 책정된 부분을 지적하며 이는 한국처럼 프랑스에서 먼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원거리 생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인 해상운송 탄소배출계수 (조항) 삭제를 촉구했다. 

무역협회는 해당 조항이 삭제가 안되더라고 최소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탄소배출계수를 적용하거나 다수 국가 기업으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계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무역협회는 프랑스판 IRA와 비슷한 내용이 유럽의 다른 국가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우려를 보였다. EU의 주요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의 녹색법안이 성과를 보일 시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프랑스판 IRA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내 생산기지 확보에 나섰다. (사진/픽사베이)

우리 기업들도 비상, 대응 마련 고심

이에 우리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미국이 자국 내 생산된 전기차와 배터리 등에만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공장 완공 시기를 앞당겨 미국 IRA에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는 프랑스의 IRA에도 대응해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았다.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프랑스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현대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 등 4개 차종, 기아 EV6와 니로, 쏘울 등 총 1만6570대다. 이는 프랑스 내 전기차 판매 중 5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 중 체코에서 생산되는 코나 일렉트릭을 제외한 1만48대는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했다. 보조금 혜택을 받은 비율은 68.4%에 달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조금 상한 가격(4만7500유로)를 초과한 아이오닉 5와 EV6, 체코에서 생산되는 코나 일렉트릭을 제외한 국내 수출 차종은 보조금을 받기 어렵게 된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판매 부진이 예상된다. 이에 현대차는 기존 유럽 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CEO 인베스터 데이 중장기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 웨이'에서 유럽공장의 전기차 생산 비중을 늘려 오는 2026년 30%, 2030년에는 54%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또 체코 공장의 코나 일렉트릭 생산을 올해 말까지 2만1000대까지 늘리고, 2024년에는 5만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기아 역시 슬로바키아에 전기차 생산 라인을 설치하는 논의를 벌이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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