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EU, 중국 전기차 조사...무역전쟁 초읽기
【글로벌 전기차】 EU, 중국 전기차 조사...무역전쟁 초읽기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9.15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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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중국 전기차에 대해 부당한 보조금을 이유로 조사에 들어갈 것을 예고했다. (사진/픽사베이)
유럽연합이 중국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이유로 조사에 들어갈 것을 예고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유럽연합(EU)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EU의 핵심국가인 프랑스 등 역내 국가의 전기차를 보호하는 조치의 일환으로 유럽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이에 중국은 자국 기업의 보호하겠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에 이어 EU까지 중국 전기차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중국이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보복으로 맞설 가능성이 나온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조사 예고

EU의 중국 전기차 견제는 EU 집행위원장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의 한 연례 정책연설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조사 착수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넘쳐 나고 막대한 국가 보조금 덕분에 가격이 낮게 책정돼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이유가 지목됐다.

그러면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이 앞서 유럽의 태양광업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잊지 않았다”며 전기차 시장에서는 과거 전례를 밟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이 자국의 태양광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자 중국 기업들은 저렴한 태양광 패널을 유럽에 공급했다. 이에 유럽 태양광 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놓이자 EU는 2012년부터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과거 전례를 들어 EU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태양광 시장과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조사 방법이나 방향은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사를 예고한 만큼 추후 반덤핑관세(정상가격 이하로 수입될 경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상 가격과 부당한 염가 차액에 대해 관세 부과)나 상계관세(수입국이 수출국의 보조금 혜택을 상쇄시키기 위해 부과되는 누진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높다.

현재 EU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중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 27.5%를 부과한다. 이에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중국 전기차를 겨냥한 것을 두고 유럽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기 위한 발언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온다.

유럽연합의 중국 전기차 조사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발에 나서 일각에서는 유럽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 가능성까지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유럽연합의 중국 전기차 조사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발에 나서 일각에서는 유럽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 가능성까지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다른 유럽 국가도 동조, 중국 강한 반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로런스 분 프랑스 국무장관은 "과거 태양광 패널 때처럼 우리를 위협하는 과도한 보조금과 같이 전기차가 우리 시장을 잠식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 공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도 이번 조치에 공감하며 불공정 경쟁을 바로잡는 것이라 힘을 보탰다.

이같은 유럽의 분위기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발언 하루 만인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유럽연합 지도자가 곧 중국 전기차에 대해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선포했다”며 “중국은 이에 고도의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중국은 자국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보조금 지급 방식은 전기차 생산업체가 판매량을 보고하면 거기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과도한 보조금 의존도가 중국 내에서도 문제가 되면서 중국 정부는 2017년부터 보조금 한도를 줄이고 지급 기준은 높이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줄여왔다. 여기에 지난해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보급을 위한 보조금 정책에 관한 통지’를 통해 2023년부터는 신에너지차 구매시 보조금 혜택을 없애는 정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불공정으로 규정하고 관세를 물리려는 움직임에 중국의 심기는 불편해졌다. 보조금을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자국의 전기차를 압박하려는 유럽에 보복적인 대응이 예상되기도 한다. 이에 앞으로 중국이 어떤 방법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유럽과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두고 줄다리기를 예고한 가운데 유럽 전기차 시장의 변화가 주목된다. (사진/픽사베이)
유럽과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두고 줄다리기를 예고한 가운데 유럽 전기차 시장의 변화가 주목된다. (사진/픽사베이)

유럽 내 전기차 시장 영향은

특히 이번 유럽의 결정으로 유럽 내 전기차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신에너지차와 관련해 중국은 지난해 유럽에난 54만5255대를 수출했다. 이는 불과 2년 전 중국의 유럽 수출량 7만2259대와 비교해 7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올해의 경우 상승률은 더 가파르다. 지난 7월까지 중국의 유럽에 신에너지차 45만792대를 수출했다. 이같은 기세라면 연말에는 지난해 수출량을 넘어설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특히 전기차의 상승세는 이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비야디와 지리자동차그룹, 상하이자동차그룹 등 중국 3대 자동차 브랜드의 유럽 점유율은 올해 11.7%까지 높아졌다. 유럽 내 중국 전기차의 점유율은 2025년에는 15%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유럽이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저렴한 중국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는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판매량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자국의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효과가 아닌 산업 경쟁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라 평가했고 유럽의 보조금 조사에 대해 유럽 역내 보호주의에 불과하다는 베짱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물릴 경우 중국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에 중국에서 판매되는 벤츠와 BMW 등 유럽 차에 대한 역보복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중국에 공장을 두고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 등 다른 국가들의 전기차 업체의 타격도 거론된다. 현재 유럽 내 전기차 점유율 14%를 확보하고 있는 테슬라로써도 이번 유럽의 조치가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이에 유럽이 어떤 조사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중국 비야디 등 전기차업체들은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등 유럽 내 국가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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