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노르마’...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화제작
예술의 전당 ‘노르마’...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화제작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10.05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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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29일

예술의전당(사장 장형준)은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제작 <노르마>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은 압도적인 규모와 돋보이는 무대, 파격적인 연출로 찬사를 받은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2016년 시즌 개막 작품으로 초연됐던 프로덕션이다. <노르마>1026()부터 29()까지 나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오페라 '노르마' 프리뷰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프리뷰 스틸컷, 예술의전당 제공

<노르마>1831416일 파리의 로데온 극장에서 성공을 거둔 알렉산드르 수메의 비극적 연극을 소재로 제작됐다. 벨리니(1801~1835)의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는 수메의 작품을 기반으로 대본을 완성했다. <노르마>19세기 벨칸토 전통의 정점에 있는 최고의 오페라다. 벨칸토(bel canto)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으로, 18세기 이탈리아에서 성립된 발성법으로 극적 표현이나 낭만적 서정보다도 소리 자체의 아름다움과 균등한 울림에 중점을 둔 발성법이다.

노르마 역은 벨칸토 창법의 기술을 모두 알아야 하며, 다른 배역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품격을 가지고 오페라를 제압하고 이끌어야 한다. 엄청난 음역 제어력과 유연성, 다이나믹이 요구된다. 여기에 국가에 대한 헌신과 개인 행복의 충돌과 갈등의 드라마틱한 감정 표현은 쉽지 않을 터.

<노르마>18311226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나, 소프라노에게 고난이도의 가창력을 요구하는 어려움으로 자주 상연되지 않았다. <노르마>가 주목받는 데는 마리아 칼라스의 공헌이 컸다. 칼라스의 기교와 극적인 연기는 작품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칼라스는 1948년 피렌체 국립극장에서 첫 노르마를 연기한 후, 89번의 무대에서 노르마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그녀를 최고의 디바로 만들어 줬다.

예술의전당 30주년 기획 오페라 '노르마' 프리뷰 스틸컷, 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프리뷰 스틸컷, 예술의전당 제공

이번 예술의 전당 노르마의 지휘는 로베르토 아바도가 맡았다. 로베르토 아바도는 수많은 세계 초연과 새로운 오페라 작품을 지휘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페도라><에르나니>,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라 스칼라 극장에서 <라 조콘다>,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호수의 여인>, 파비오 바치의 <테네케> 세계 초연 지휘를 맡은 지휘자.

또한 전 세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오페라계의 거장부터 주목받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까지 월드 클래스 오페라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페라 <노르마>의 완성도 높은 무대를 구현한다. 오페라 <노르마>의 시그니처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Casta diva)를 부를 타이틀 롤로는 소프라노 여지원과 데시레 랑카토레가 무대에 오른다. ‘리카르도 무티가 발탁한 무티의 소프라노로 잘 알려진 여지원이 국내 무대에서 처음으로 노르마 배역으로 데뷔한다. 데시레 랑카토레는 2021년 이탈리아 방송사가 현존하는 이탈리아의 가장 위대한 소프라노 4명 중 1명으로 선정한 뛰어난 소프라노. 그 외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 벨칸토와 바로크 음악에 특별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테레사 이에르볼리노, 세계 메이저 오페라극장에서 러브콜을 받는 베이스 박종민 등 전 세계 최정상 성악가들이 함께한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오페라 '노르마' 연출가 알렉스 오예 감독, 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연출가 알렉스 오예 감독, 예술의전당 제공

연출은 알렉스 오예가 맡았다. 스페인 출신 연출가로, 인형극·연극 연출로 경력을 시작해 스페인 극단 라 푸라 델스 바우스를 공동 창립했으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과 세계 명문 극장의 오페라를 연출하는 등 공연예술계 거장으로 꼽힌다. 노르마는 오예가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처음 연출하여 호평받은 작품이다. 오예는 독창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복잡한 심리 상태의 주인공 노르마가 지키고자 한 본인의 정체성과 그녀가 처하게 될 비극적인 운명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연출가 알렉스 오예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크리에이티브 팀들이 함께한다.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알폰소 플로레스의 무대 디자인, 시대를 넘나드는 의상 디자이너 뤽 카스텔, 그리고 빛과 그림자의 대가 마르코 필리벡의 조명 디자인 등 동시대 최고의 창작진들이 참여한다.

<노르마>의 시대 배경은 기원전 50년경 로마 공화정 시대다. 장소는 갈리아 지방으로 지금의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독일 일부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고대 종교 드루이드의 여사제 노르마와 아달지사, 로마 총독 폴리오네의 비극적 삼각관계를 다룬 내용이다. 권력과 갈등, 금기와 열망 등 모순된 상황과 감정이 극을 지배한다. 드루이드 죽은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다. 점령군의 수장이자 로마의 총독 폴리오네와 드루이드교의 제사장 노르마는 사랑하는 사이로 비밀리에 두 아이도 낳았지만, 폴리오네는 노르마를 따르는 여사제 아달지사와 사랑에 빠진다. 드루이드의 신도들은 로마와의 전쟁을 원하지만, 노르마는 그들과의 전쟁을 말리며 평화를 유지하려 한다. 한편 아달지사는 로마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노르마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노르마는 그 상대가 자신이 사랑하는 폴리오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분노한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 오페라는 2009<피가로의 결혼>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 작품이 그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했던 국제적 예술교류에 전환점으로, 한국과 영국 예술계에 의미 있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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