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SIFFF)...개막작 ‘프렌치 수프’의 카스타 디바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SIFFF)...개막작 ‘프렌치 수프’의 카스타 디바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10.14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4개국 93편 상영

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집행위원장 정우정, 공동집행위원장 이철하)11일 개막작 <프렌치 수프>를 필두로 19일까지 KT&G 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홍대 레드로드 야외상영관 등에서 24개국의 93편의 오감을 만족하는 맛있는 영화가 상영된다.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개막작, 트란 안 홍 감독의 '프렌치 수프', 줄리엣 비노쉬, 브누아 마지멜,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개막작, 트란 안 홍 감독의 '프렌치 수프'스틸컷, 줄리엣 비노쉬, 브누아 마지멜,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SIFFF는 세계 곳곳 각양각색의 음식과 그만큼이나 다양한 문화권의 삶을 담은 영화들을 소개하며, 꾸준히 사랑받아 온 영화제다. 특히 올해 개막작인 트란 안 홍 감독의 <프렌치 수프>는 영화제의 특성에 맞춤한 작품이다.

19세기 프랑스. 미식가 도댕(브누아 마지멜)과 그의 요리사 유제니(줄리엣 비노쉬)2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하며 미식가와 요리사로 무한한 신뢰를 키워온 사이다. 영화는 도댕을 주축으로 한 미식가 클럽의 만찬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텃밭에서 아침 이슬을 머금은 채소를 뽑아오고, 재료들을 데치고, 볶고, 굽고, 접시에 장식하고, 서빙하기까지의 전 요리 과정의 숙련되고 정성스러운 손놀림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다. 카메라는 분주하지만 부산하지 않은 주방의 움직임을 빠르고 면밀하게 보여준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보는 재미가 경이롭다. 주방에 걸려있는 알 수 없는 용도의 다양한 주방기기들의 쓰임새를 알게 되는 것은 덤으로 맛보는 즐거움이다.

영화 초반부의 시퀀스와 별개로 도댕과 유제니의 로맨스도 아름답다. 도댕이 오직 유제니만을 위해 요리하는 후반부는 뭉클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정결한 모습의 도댕의 순애보가 음식보다 아름답고 신성하다. 육중한 몸을 움직이며 작고 섬세한 디저트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가을 들녘으로 떨어지는 낙조처럼 처연하게 아름답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는 것처럼 숭고하고, 흡사 제단에 올리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처럼 정갈하다. 오페라 노르마의 정결한 여신(Casta Diva)’ 아리아를 시그널 음악으로 쓴 이유가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프렌치 수프: The Pot-au-Feu>(2023)를 연출한 트란 안 홍 감독은 베트남 출신의 프랑스 감독이다. 1993년 데뷔작 <그린 파파야 향기>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촬영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고, 신작 <프렌치 수프>로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다.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초총작, 다니엘 루이즈 감독의 '람빅: 시간과 열정의 맥주' 스틸컷,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초총작, 다니엘 루이즈 감독의 '람빅: 시간과 열정의 맥주' 스틸컷,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서는 개막작 <프렌치 수프>을 비롯하여 독창적인 상상력과 다채로운 이미지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음식 소재 애니메이션 특별전인 특별전 2023: 이상하고 매혹적인 푸드 판타지아’, 회고전 성격의 음식 키워드로 다시 보는 한국 영화사 - 1960년대: 모더니티, 막걸리와 위스키 사이’, 그리고 새로운 맛의 발견’, 먹거리 관련 주요 이슈를 탐구하는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삶’, ‘오감만족 국제단편경선오감만족 한국단편경선등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올해 특별전으로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 가득한 이미지와 스토리텔링, 재치와 풍자가 담긴 신작 및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 2023: 이상하고 매혹적인, 푸드 판타지아가 눈길을 끈다.

요시하라 마사유키 감독의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는 가업인 위스키 증류소에서 생산이 중단된 대표 위스키를 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작품이로,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상영된 화제의 신작으로 국내 첫 공개다. 알랭 우게토 감독의 <개와 이탈리아인 출입금지>는 감독 할머니와의 대화 형식을 빌려 프랑스로 이주한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족의 역사와 삶을 재구성한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로, 진지한 시선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높은 완성도가 두드러지며 지난해 안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특별전 초청작, '알랭 우게토 감독의 '개와 이탈리아인 출입금지' 스틸컷,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특별전 초청작, '알랭 우게토 감독의 '개와 이탈리아인 출입금지' 스틸컷,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애니메이터인 폴 드리센 감독의 <달걀 죽이기>(1977), 점토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대가인 닉 파크 감독의 초기작이자 이후 월레스와 그로밋시리즈로 이어져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월레스와 그로밋의 화려한 외출>(1989), 그리고 미국 독립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감독 빌 플림턴 감독 특유의 기묘한 상상력과 풍자가 돋보이는 <먹다>(2001)<햄버거가 되고 싶었던 소>(2010), 안시와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칸 등 다수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아만다 포비스와 웬디 틸비의 <아침이 밝아올 때>(2010) 등 거장들의 단편 모음도 상영한다.

수확의 계절 10월에 열리는 서울국제음식영화제의 메뉴는 풍성하다. 24개국의 93편의 맛있는 영화가 19()까지 KT&G 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홍대 레드로드 야외상영관 등에서 풍요롭게 펼쳐진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