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더 도어’...파멸의 시간
'오픈 더 도어’...파멸의 시간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3.10.18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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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의 <오픈 더 도어>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17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있었다. 기자간담회에는 장항준 감독과 제작자 송은이 대표(컨텐츠랩 비보), 그리고 이순원, 김수진, 서영주 등 출연 배우들이 함께했다. 송은이 대표는 장항준이 김은희 했다라는 말로 영화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를 나타냈다. <오픈 더 도어>는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 비밀의 문을 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영화다.

'오픈 더 도어' 스틸컷, 문석 역의 이순원, ㈜컨텐츠랩 비보 제공
'오픈 더 도어' 스틸컷, 문석 역의 이순원, ㈜컨텐츠랩 비보 제공

한국 영화에 침체의 늪이 깊다. 기대를 모았던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침체는 더욱 깊어간다. 이런 불안한 시장 환경에서 컨텐츠랩 비보 제작사는 과감하게 캐비닛을 열고 2022년 제작한 <오픈 더 도어>를 개봉한다.

<오픈 더 도어>는 저예산 영화다. 플롯과 형식 또한 독립영화의 결에 가깝다. 상업영화의 틀을 비켜난 독립영화의 쫄깃한 맛이 극에 신선함을 준다.

영화는 , 전화, 제안, 도망, 기타(Guitar)라는 다섯 장의 소제목으로 전개된다. 극이 진행되는 순서에 따라 시제는 과거로 거슬러 가는 플래시백 구조를 취한다.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전복시켜 미스터리가 증폭되는 플래시백 구조에 따라, 가장 믿었던 가족들 사이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 스릴러 형식을 택했다.

'오픈 더 도어' 17일 기자간담회, (왼쪽부터)배우 서영주, 김수진, 장항준 감독, 송은이 (주)컨텐츠랩 비보 대표, (주)컨텐츠랩 비보 제공
'오픈 더 도어' 17일 기자간담회, (왼쪽부터)배우 서영주, 김수진, 이순원, 장항준 감독, 송은이 (주)컨텐츠랩 비보 대표, (주)컨텐츠랩 비보 제공

기자간담회에서 장항준 감독은 “5~6년 전 후배에게 이 사건을 들었다. 매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사건이라 영화화를 결정했다. 단편으로 시작한 첫 시나리오를 송은이 대표에게 보여줬더니 제작하고 싶다고 했다.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해 다음 챕터들을 이어서 쓰다 보니 장편이 되었다라며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게 된 이유와 방송인 송은이와 영화 작업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아울러 대학 선후배이자 32년 지기 절친인 송은이 제작자와의 작업에 대해 송은이 대표와 91년도에 학교에서 처음 만났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좋은 친구이자 협력자로, 좋은 동료로 존재하게 될지 상상도 못 했다. 능력 있고 훌륭한 사람으로 옆에 남아 있어 줘서 감사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시간이 역행하는 구조를 선택한 이유에 관해, 감독은 장르적인 것에 편승하고 싶지 않았다. 이야기의 본질과 그들이 가지던 욕망, 선택의 길 등을 표현하려다 보니 역순 구조를 택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오픈 더 도어' 스틸컷, 치훈 역의 서영주, (주)컨텐츠랩 비보 제공
'오픈 더 도어' 스틸컷, 치훈 역의 서영주, (주)컨텐츠랩 비보 제공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극의 순서와 함께, 원 신 원 테이크로 공간을 자유자재로 속도감 있게 보여 주는 시퀀스나 롱테이크 연출도 신선하다. 의도적인 연극적인 느낌의 극의 진행은 예상대로 긴장과 몰입을 준다. 그만큼 배우들의 열연이 바탕이 됐다.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지만, 배경이 되는 주요 공간은 집 거실이다. ‘집은 인간을 담는 그릇이라 했던가. 한 가정의 거실은 가족의 하루하루가 오롯이 담긴 가족 역사의 공간이자 미래를 꿈꾸는 희망의 식탁이 아닌가. 그 공간이 나락의 늪이 된다. 희망과 꿈의 식탁 위엔 절망만 내려앉는다.

견고한 성 같은 가족의 울타리는 얼마나 허술하고 위태로운지, 탐욕의 그늘에 숨겨진 자가당착의 위선의 칼은 끝내 멈추지 못했다. 이제 거실에서는 더는 아름다운 기타 선율을 들을 수 없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비극이다.

가장 견고해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불안정하고 허술한 사회구성원들이 모인 공동체가 가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가족이란 소재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욕망에 관해 깊이 탐구하고자 했다고 한 감독의 연출은 영리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냉정하고 서늘한 시선으로 가족을 바라본다. 배우 이순원, 서영주, 김수진, 강애심 등이 열연한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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