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특별기획】 불안한 일상…핼러윈, 이태원 “그 후 1년”
【창간 12주년 특별기획】 불안한 일상…핼러윈, 이태원 “그 후 1년”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10.21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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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이 된 핼러윈, 젊음의 거리를 뒤덮은 아우성
1주년 상반된 분위기, 핼러윈 ‘지우기 vs 즐기기’
‘5분만 빨랐다면’…소방관 1316명 트라우마 호소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현장 인근에 추모메세지가 붙어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는 29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현장 인근에 추모메세지가 붙어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는 29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LH 아파트, 이태원이라는 두 단어에서 연상되는 공통어는 ‘불안’ 그리고 ‘참사’다. 안정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던 아파트와 젊음의 활기가 기대되던 두 공간에서 우리가 목도한 참사는 일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을 야기했다. 국정감사의 핫이슈가 된 참사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22년 10월 29일이었다. 서울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해밀톤 호텔 좁은 골목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려들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이자 최대 규모의 압사사고로 알려진 이 사고로 159명이 사망했다.

악몽이 된 핼러윈
이태원은 지역 특성상 경사가 심하고 좁은 골목이 많았다. 좁은 골목 곳곳에 자리한 다양한 메뉴의 맛집과 개성있는 카페 등이 많은 젊은이의 방문을 이끌었다. 각국의 문화가 혼재한 지역의 특성상 핼러윈은 이태원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였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한산했던 거리는 엔데믹과 맞물리면서 전국 각지에서 핼러윈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폭발적 방문이 예상됐다.


사고의 시작은 오후 10시경이었다. 세계음식거리 해밀톤 호텔, 서측 골목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났다. 사고 초반 거리의 뒤쪽에 있었던 인파들이 점점 앞쪽으로 누적되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설상가상으로 뒤쪽에서 밀침이 시작됐다. 결국 사람들이 우르르 넘어지면서 ‘연쇄 깔림’이 일어났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트래픽 과잉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지역에 인파가 몰리면서 트래픽 과잉으로 데이터 통신이 먹통이었고, 이로 인해 현장 상황을 알리지 못해 추가 인원의 진입을 막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전언이다.

도로 상황으로 인해 응급 구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도로 상황이 원활하지 않아 구급차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초 신고 이후 40분이 넘게 지나서야 구급차 진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이 역시 자연적으로 해소된 것이 아닌, 경찰이 도로를 통제한 덕분에 가능했다.

특보 그리고 충격
이태원 압사 사고 소식을 전할 당시 국내 모든 방송사는 특보체제로 전환했다.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새벽까지 보도가 이어졌고, 검은 정장을 입은 앵커가 마이크를 잡았다. 정부는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면 사망자 유족 및 부상자에 대한 구호금 등 일부가 국비로 지원되며, 피해 수습과 지원은 재난피해자 주민등록부의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서 담당한다.

2022년 이태원의 핼러윈은 사회재난으로 인한 11번째 사례가 됐다. 앞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 2012년 휴브글로벌 불산누출사고,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바 있다.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망하신 분 중 아직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분들의 신원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이번 사고로 큰 충격을 받으신 사상자 가족분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동일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 후 1년, 상반된 추모
다시 악몽의 10월이다. 핼러윈 축제(10월31일)을 앞두고 세계 각국이 축제를 준비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역축제, 놀이공원, 각종 학교와 유치원 등에서 한 마음으로 핼러윈 지우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 참사 발생 후 1년 밖에 되지 않았고, 참사 희생자들과 관련한 특별법 제정 요구가 여전히 뜨겁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서울랜드·롯데월드·레고랜드 등 국내 유명 놀이공원들은 가을 축제 일정에서 핼러윈 테마를 활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8년부터 대구 남구청이 주최하던 ‘대구 핼러윈 축제’를 비롯하여 각 지자체가 개최하던 지역 핼러윈 축제도 진행하지 않거나 진행을 신중히 고민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초등학생 위주로 10월에 진행하던 핼러윈 프로그램들 역시 올해는 진행하지 않는다.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유치원, 영어 학원 등은 ‘핼러윈 축제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핼로윈 파티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핼러윈 용품 만들기 등 일상적 행사들도 일절 계획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반면 피해 당사자와 또래인 젊은 층들은 핼러윈 준비 움직임이 보여 온라인 상에 갑론을박이 포착됐다. 지난 참사 당시 사고 현장 방향으로 진입하는 인파를 통제하던 경찰을 ‘코스프레’ 의상을 입은 일반인으로 착각하는 등 문제가 있었음에도 경찰복 판매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되거나 핼러윈 행사를 홍보하는 일부 업체, 핼러윈 참석 가능 여부를 묻는 온라인 게시글 등에서 안전불감증 및 사회 정서에 반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와 별개로 현행법에 따르면, 경찰복·군복 등의 복장을 착용하는 ‘코스프레’는 금지된다. 유사 복장 착용뿐만 아니라 소지만으로 법에 저촉된다. 규정과 달리 제복의 구입이 어렵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들 상품의 판매를 금지하기 위해 경찰이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포털사이트에 ‘경찰 제복’, ‘경찰 제복 코스프레’ 등을 검색하면 해당 의상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상점 리스트가 여전히 등장해 경찰 단속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워지지 않는 악몽
이태원 참사의 상흔은 유족, 사건사고 보도를 접한 대다수 국민뿐만 아니라 현장에 출동해 구조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에게도 깊이 남았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1,300명이 넘는 소방대원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로 치료·관리를 받는 소방대원은 1,316명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0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남부 192명, 경기 북부 128명, 충북 33명 순이었다. 계급별로는 소방교(8급) 333명, 소방장(7급) 311명, 소방사(9급) 258명, 소방위(6급) 236명, 소방경(6급) 이상 142명 순이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로 불면증과 악몽, 공황장애, 식욕부진, 극도의 예민함 등을 호소하는 직원이 많다"며 "현장에 출동하지는 않았어도 오랜 현장 대응으로 쌓인 심리적 상처가 참사를 계기로 발현되거나 악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상당수 소방대원은 '내가 5분만 먼저 도착했다면'이라는 자괴감과 무력감 등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트라우마 관리를 위한 심리적·정신적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국립소방병원이 개원할 예정이다.

실제로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정작 일선에서는 치료를 받을 경우 동료의 업무가 과중된다는 점을 우려해 실질적인 참여율은 높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은 "트라우마는 단시간 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의 쉼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인력이 부족해 계속 현장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치료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므로 소방력 증원을 통해 현장과 분리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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