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2주년 특별기획】 “청전 난기류의 습격” 원인은 기후변화?
【창간12주년 특별기획】 “청전 난기류의 습격” 원인은 기후변화?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10.2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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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지구, 더 강력해진 항공 난기류
“40년 전보다 더 울퉁불퉁한 하늘 탓”
예측 어려운 청천 난기류, 대책 시급

[한국뉴스투데이] 출발 지연, 수하물 분실, 보안 검색대의 긴 대기시간을 비롯해 비행은 오랫동안 수많은 어려움과 위험성을 가져왔지만, 여전히 장거리 이동의 최상위 도구로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잦아지는 난기류로 인해 사건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난기류 현상의 증가가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하와이에서 출발해 호주로 향하던 비행기가 태평양 상공 운항 중 심한 난기류를 만나 요동치며 최소 7명의 승객이 다쳤다. (사진은 내용과 상관없음 / 사진 : 픽사베이)

잦은 난기류 사고로 승객 불안 증가 
지난해 말, 미국 애리조나를 출발해 하와이로 가던 여객기가 1만m 상공에서 난기류에 휘말려 위험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당시 비행기는 난기류로 인해 크게 요동치면서 승객 일부가 천장에 몸을 부딪치는 등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고를 통해 비행기를 탔던 사람 중 25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일부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최근에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출발해 호주 시드니로 향하던 하와이안항공이 태평양 상공을 운항 중 심한 난기류를 만나 요동치며 최소 7명의 승객이 다쳤다. AP통신과 ABC방송 등 다른 이 사고는 이륙 후 5시간쯤 뒤 예기치 않은 강력한 난기류를 만나며 벌어졌다. 이 항공기에는 승객 163명과 승무원 12명이 타고 있었고, 이 가운데 4명과 승무원 3명 등 모두 7명이 다쳐 초기 치료를 받았다.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독일로 향하던 항공기가 거친 난기류를 만났다. 사고로 인해 7명이 다쳤으며, 비행기는 비상착륙 했다. 이처럼 난기류로 인한 항공기 안전 문제가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맑은 하늘에서 발생하는 ‘청천 난기류’가 증가해 위험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미국의 과학 매체 <사이언스얼럿>은 영국 리딩대 연구진이 컴퓨터 분석을 통해 미래에 중간 강도 이상의 청천 난기류가 얼마나 증가할지 살핀 결과를 실었다. 매체는 연구진이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가면 가을과 여름에는 각각 14%, 겨울과 봄에도 9%가 늘어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전했다.

(사진/픽사베이)
난기류로 인한 항공기 안전 문제가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마른하늘에 난기류, ‘청천 난기류’
청전 난기류는 징후가 없어 기상예보나 비행기에 달린 레이더로 미리 감지할 수 없어 비행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총 3단계로 구분되는 난기류 가운데 미국 상공에서 중간 강도 이상의 난기류는 연평균 6만 5,000회 발생하는데, 이 가운데 상당 비율이 청천 난기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이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은 건 북대서양 상공이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클라이밋 다이내믹스’ 최신 호에 실렸다. 리딩대 연구진은 청천 난기류의 주된 발생 원인을 기후변화로 지목했다. 

지구가 달아오르면서 지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대기층인 대류권의 온도가 오르고 이런 현상은 고도 약 1만m부터 시작하는 ‘성층권’과 온도 차이를 더 크게 만든다. 1만m는 국제선 항공기의 순항 고도다. 결국 이 온도 차이가 ‘제트 기류’가 교란되는 일이 잦아졌는데, 이 현상이 청천 난기류 발생을 촉진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청천 난기류 증가가 항공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에는 비행이 더 많이 중단되고 각종 손실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같은 연구진은 이어 지난 6월, 지구 물리학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 (Geophysical Research Letters)>를 통해 “10년여 간의 연구 끝에 기후 변화가 미래에 난기류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찾았다”고 또 한 번 발표하며 “난기류 예방을 위한 시스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술지에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난기류로 인해 비행으로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선된 난기류 예측 및 감지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세계에서 바쁜 비행경로 중 하나인 북대서양 상공의 전형적인 지점에서 심각한 난기류의 연간 총 지속 시간은 1979년 17.7시간에서 2020년 27.4시간으로 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난기류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예측 탐지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있다. (사진/픽사베이)

“기부 변화가 원인, 대책 필요”
연구는 또 “일반적인 난기류는 70.0에서 96.1시간으로 37% 증가했고 가벼운 난기류는 466.5에서 546.8시간으로 17% 증가했다”고 밝히며 연구팀은 “이러한 증가가 기후 변화의 영향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레딩 대학교 박사 연구원 마크 프로서(Mark Prosser)는 “난기류는 비행을 울퉁불퉁하게 만들고 때때로 위험할 수 있다”며 “항공사들은 증가한 난기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난기류 관리를 위해 미국에서는 연간 1억 5천만 달러의 비용이 드는데, 난기류를 통과하는 데 1분이 더 소요될 때마다 항공기의 마모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승객과 승무원의 부상 위험도 증가한다는 것이 마크 프로서의 설명이다. 

연구진을 이끈 레딩 대학교의 대기 과학자인 폴 윌리엄스(Paul Williams) 교수는 “기후 변화가 미래에 맑은 공기의 난기류를 증가시키리라는 것을 보여준 10년간의 연구 후에, 우리는 이제 그 증가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증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더 거친 공기가 더 거친 비행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선된 난기류 예측 및 탐지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또 “누구나 난기류가 두려워 비행을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 “조종사들이 하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한 항상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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