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특별기획】 연일 포착되는 이상징후, 농어촌 덮친 기후위기
【창간 12주년 특별기획】 연일 포착되는 이상징후, 농어촌 덮친 기후위기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10.24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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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단풍, 이상기후에 지리산은 13일 늦어져
국내 농업-어업지도 재편 시급, 출하량 절반으로 ‘뚝’
유엔, “기후 재난으로 한해 5억명분 식량 사라진다"

[한국뉴스투데이] 가을이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초록이던 나뭇잎들도 울긋불긋한 단장을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예전 같으면 9월 초부터 시작됐던 단풍객들의 번잡스러움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심지어 본격적인 단풍놀이도 하지 못한 채 설악산에는 첫 눈이 내렸다.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기후변화가 수산업과 어민 생계대책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을 시작일 점점 늦어져 
기상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들어 가을 시작일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30년간 평균 가을 시작일은 9월 24일이었고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의 평균은 9월 29일이다. 

또한 기상청의 <계절관측> 자료 분석에 따르면 전국 유명산의 단풍 시작 시기는 작년 기준 1990년에 비해 2~13일 늦어졌다.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기후 변화로 단풍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일례로 단풍객이 많이 찾는 설악산의 경우 1990년 단풍 시작 시기가 9월 25일이었는데 반해, 지난해 9월 28일로 3일 늦어졌다. 

소백산의 단풍 시작 시기는 1990년 10월 8일이었지만, 지난해는 10월 13일로 5일 늦어졌다. 

남부지방엔 더 심각하다. 1990년 지리산의 단풍 시작 시기는 10월 5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단풍 시작 시기는 이보다 13일가량 늦어진 10월 18일이다.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는 평균기온값 비교를 통해 “기온 변화에 따른 단풍 시작일은 단풍나무에서는 1℃ 상승에 4일, 은행나무에서는 5.7일씩 늦어진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의 <2022 남한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후반기에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게 된다면 여름은 170일간 이어지고 가을의 시작은 한 달가량 뒤로 밀리게 돼, 결과적으로는 한반도에서 첫 단풍을 11월에나 보게 될지도 모른다.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생태계 변화가 수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아열대 어종 출현율 늘고 어획량 급감
산에서 단풍이 이상기후의 증상이라면, 한반도의 바다는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기후 온난화와 이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수산업의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펴낸 <2022 수산 분야 기후변화 및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4년간(1968~2021년) 국내 해역의 표층수온은 1.35도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의 평균 표층수온 상승폭(0.52도)보다 2.5배 높다.

보고서는 또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독도 연안에서 실시한 잠수조사 결과 아열대 어종 출현율은 2013년 19%, 2016년 30%, 2018년 20%, 2020년 30%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연간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급감 했는데, 폭이 1980년대 151만t에서 1990년대 140만t, 2000년대 116만t, 2010년대 104만t, 2020년대 93만t에 이른다. 

어종별 어획량은 표층과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 살오징어, 멸치가 증가한 반면 한류성 어종인 명태, 도루묵, 임연수어와 저서성 어종인 갈치, 강달이류, 병어류는 줄었다. 

고등어, 살오징어, 멸치가 연근해 어업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대 32.7%에서 2010년대 45.9%로 늘었다. 

이는 국내 해역에서 잡히는 어종 수가 단순화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또한 고수온 온도에 민감한 김과 미역 등 해조류 양식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환경적인 요인과 인위적인 요인으로 인해 어획량이 줄었는데 어떤 요인이 얼마나 작용하는지 정량적으로 구분되진 않는다”며 “장기적인 기후 전망이 맞다면 2050년이나 2100년쯤 서식지 변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수산업은 수산물 공급과 범위 변화, 시장유통의 붕괴, 식품안전 문제, 선호 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기회 감소 등의 영향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잦은 비로 가을철 대표 과일인 무화과의 생산량이 90%이상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무화과, 고랭지, 사과 등 피해 속출 
피해는 어업 뿐만 아니다. 기후위기가 불러온 기상악화로 올해 가장 피해가 큰 작물이 무화과이다. 

무화가 주요 산지인 해남은 평년에 비해 무화과 생산량이 90% 이상 감소했다. 올 해 내린 잦은 비 때문이다. 

고랭지 산지인 강원도 태백에서는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하량을 기록했다.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농업 분야 기후변화 실태조사 및 영향·취약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국의 사과 재배면적은 2만 8265㏊로 10년 전인 2010년 3만 2791㏊보다 4526㏊가 줄었다. 

같은 기간 배는 1만 6109㏊에서 8687㏊로, 단감은 1만 1366㏊에서 8885㏊로, 포도는 1만 4456㏊에서 8027㏊로 각각 감소했다. 

채소와 특용작물도 재배면적이 감소했다. 고추는 4만 3405㏊에서 3만 1057㏊로 1만 2348㏊ 감소했고 양파는 1826㏊, 마늘은 3995㏊, 인삼은 6113㏊, 참깨는 2851㏊ 각각 줄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0년 발생한 이상기상 발생 횟수는 129.9회로 2006~2015년 84.7회보다 45.2회 많았다. 

이상기상 유형별로는 이상기온이 24.9회로 9회, 이상강우가 79.3회로 24.8회, 이상일조가 25.7회로 14.3회 늘었다.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한 30년간 손실액이 연간 최대 5억명을 먹일 수 있는 양에 달한다. (사진/픽사베이)

이런 가운데 지난 1991부터 2021년까지 30년간 재난으로 인한 농작물과 가축 전세계 손실액이 3조8,000억달러(약 5,134조원)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30년간 농축산물 손실액은 연평균 약 1,230억달러(약 166조원)에 해당한다. 이는 연간 최대 5억명을 먹일 수 있는 양에 달한다. 

유엔 기구에서 재난으로 인한 식량 생산 손실을 계량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AO는 1946년 12월 최초의 UN 상설전문기구로 등장했으며 191개 회원국과 1개 회원기구(EC)를 거느린 UN 산하 최대규모의 국제기구이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1970년대 연간 약 100건이었던 이러한 재난이 최근 20년 동안 연간 400건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 주요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였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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