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특별기획】 “문제는 체계” 갈 곳 잃은 에너지복지법… 대책은?
【창간 12주년 특별기획】 “문제는 체계” 갈 곳 잃은 에너지복지법… 대책은?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10.26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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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빈곤층의 공급 보장 “사회적 서비스 제공해야”
10여 년간 ‘지지부진’ 답보 상태 “구조상 문제 발생?”
바우처로 포괄하기 힘든 에너지복지, “법 제정 절실”

[한국뉴스투데이] 에너지복지법 제정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 지도 약 15년이 지났다. 추진 논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못해 제정 취지로 내세운 에너지 취약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문제는 무엇이고,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사진/뉴시스)
국내에선 이미 16년째 에너지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에너지복지법은 제정되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단일 법률 제정 시 법체계 문제 발생?

지난 5월, 강은미 의원실 주최로 열린 ‘에너지복지법 제정을 위한 1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에너지복지법 조속 제정에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강은미 의원은 “에너지복지법과 관련해 많은 부분에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원 수준 설정,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주무 부처 등 지속해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최근 에너지복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복지법이란 에너지빈곤층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최소한의 에너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적정 수준의 에너지 공급을 보장받도록 하는 사회적 서비스, 즉 에너지복지와 관련한 개별법을 통칭한다. 에너지복지는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에너지복지 원년으로 선포하며 시작됐다. 이후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의 중점방안으로 에너지 빈곤층 해소방안을 추진했다.

조승수 당시 진보신당 의원의 대표 발의를 시작으로 2010년·2012년 노영민 당시 민주당 의원, 2014년·2016년 이찬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꾸준히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모두 회기중 미처리로 폐기되며 10여 년간 여전히 답보상태다.

약자 보호라는 법제화 취지에는 공감하나 단일 법률로 제정 시 현행 에너지법·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등 법체계 구조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발목이 잡힌 실정이다.

(사진/뉴시스)
에너지복지법과 관련해 많은 부분에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갈등 해소할 방법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사회 빈곤층에 직접 피해를 준다. 전기·가스 등 구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취약계층은 사회안전망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에너지복지법의 근간은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갈등을 막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여름 폭염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은 대부분 노인과 어린이다. 또한 호흡기·심혈관계 질환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난다. 교육과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 역시 폭염에 취약하다. 폭염과 한 파같은 극단적 기후 현상은 에너지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 때문에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에너지 가격의 변동에 따라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빈곤층과 부유층, 노령층과 청장년층, 성인과 영유아 등 계층 간 사회적 갈등 요소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취약계층의 빈곤 및 질병 악화, 삶의 질 저하, 사회불안정 및 불평등 확대로 이어진다. 이는 곧 취약계층과 비취약계층, 취약계층과 지역사회, 지방과 중앙정부 상호 간의 갈등 유발 요인이 된다.

이에 에너지복지 개별법을 제정해 이와 같은 사회 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절실하다.

(사진/뉴시스)
기업과 지자체는 에너지바우처를 제공하고 있지만, 발급율은 점점 낮아진다. (사진/뉴시스)

“미래엔 에너지 불평등 강화될 예정”

지난 2월 ‘기후전망과 전략, 10인과의 대담’에서 대기 과학자 조천호 교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를 토대로 “어느 때보다 나빠지는 기후 상황에서 지역별·계층별 불평등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에너지법은 제1조에서 ‘국민의 복리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목적이 정의하고 있다. 또 제4조에서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게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도록 기여해야 한다’며 국가 등의 책무를 정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 제도로 에너지복지법을 꼽으며 법 제정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바우처로 포괄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삶을 담을 더 큰 그릇이 필요하다”며 “여러 전문가가 지적하듯 현재 에너지 바우처는 대상자가 매우 불분명한 데다가 심각하게 파편화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 복지정책의 고질적 문제점인 ‘신청주의’로 인해 당사자가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복지혜택을 받을 수도 없으며 수급 자격도 협소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소득 기준으로는 바우처를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의료급여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노인·영유아·장애인·임산부·한부모가족 등 ‘세대원 특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급 자격에서 탈락한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기후변화가 에너지 빈곤층 위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떨어지는 바우처 이용률, 커지는 사회갈등

바우처 지급률은 매년 떨어지는 추세다. 참여연대는 “단전가구 중에서도 에너지 바우처 이용률은 10%에 불과하다”며 “결국 에너지 위기 속에서 사회안전망의 구멍이 더 커지고 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이제 의회를 통해 기후위기 불평등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법을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 최근 출범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지난겨울 난방비 대란 논쟁을 통해 에너지복지 논의가 다시 시작된 만큼 기존 산업부 중심의 바우처, 요금 할인 지원정책이 갖고 있는 한계점이 드러난 상황이라고 우려한다.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 중심의 에너지복지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절실하다. 특히 국가에너지복지기본계획 수립, 복지기금 신설 등 복지 전반을 다루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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