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전 세계 비만치료제 돌풍...국내 제약사도 박차
【글로벌이슈】 전 세계 비만치료제 돌풍...국내 제약사도 박차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10.3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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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이 비만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이 비만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전문가들이 비만을 질병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고 있는 가운데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은 비만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비만치료제 시장이 수백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비만치료제의 게임체인저 ‘위고비’

지난 2021년 덴마크의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선보인 비만주사 위고비는 역대 가장 효능이 좋은 비만치료제로 평가를 받으며 시가총액 1위인 루이비통모에에네시를 제끼고 노보노디스크를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려놨다. 위고비는 바늘이 달린 펜모양의 비만주사다. 주 1회 복부나 허벅지 등 비만인 부위 피하에 스스로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투약 방식이 매우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출고 당시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비만 또는 과체중(BMI 27~29.9)인 참가자들이 68주(1년4개월)간의 투약으로 평균 15%의 체중을 감량한 것을 볼 때 효과 또한 입증이 됐다. 물론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식이요법과 운동이 병행된 시험이었지만 대부분의 체중 관리 보조제가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한다는 단서가 붙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다른 체중 관리 보조제와 다를 바 없는 부분이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위고비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위고비가 가장 먼저 출시됐던 미국을 기준으로 주사 1대 당 가격은 약 45만원이다. 주 1회 기준 1년(52주) 동안 꾸준히 주사를 맞을 경우 2340만원이 필요하다. 임상 시험과 같은 결과를 내기 위해 68주를 매주 맞으면 3060만원이 든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격이 비싼 비만주사는 결국 일부 부자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지난 1999년 FDA(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승인된 지방흡수억제제인 제니칼부터 지난 2014년 승인된 노보노디스크 비만치료제 삭센다 등이 평균 10% 미만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데 비해 위고비의 15% 감량은 비만치료제의 게임체인저임에 분명하다. 이에 미국 출시만으로 수요가 폭증해 현재 유럽 출시가 지연됐고 올 하반기로 예상됐던 국내 출시도 내년 상반기로 연기된 상황이다. 

덴마크 제약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미국에서 각광받는 동시에 전 세계 제약 바이오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은 비만주사제 '삭센다'. (사진/뉴시스)
덴마크 제약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미국에서 각광받는 동시에 전 세계 제약 바이오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은 비만주사제 '삭센다'. (사진/뉴시스)

전세계 비만 인구 증가...비만도 질병?

비만치료제가 각광받는 이유는 비만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고 비만으로 인한 질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합병증까지 불러 온다는 점에서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늘었기 때문이다. 세계비만재단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BMI가 25 이상인 과체중 인구는 2035년 40억500만명으로 세계 인구의 51%가 되고 BMI 30 이상인 비만 인구는 19억14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2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6억5000만명의 성인들이 비만으로 미국은 전체 인구에서 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 비율이 33.5%에 달한다. 이어 영국의 겨우 25.9%, 캐나다 21.6%, 독일 16.7%, 네덜란드 13.8%, 스위스 11.3% 등이다. 이는 지난 1975년의 3배 이상이다. 과체중인 성인으로 보면 전 세계 약 13억명이 해당되고 이 중 70%에 달하는 대다수는 저개발 및 중소득 국가에 살고 있다.

국내 비만의 인구 증가세도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올해 질병관리청이 비만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 지역사회건강조사에 기반한 지자체별 자가보고 비만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국내 성인 비만율은 32.5%로 전년인 2021년보다 0.3%p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세는 2018년 30%를 넘긴 이후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린다. 성별로는 남성 비만율이 40.2%로 여성 비만율 22.1%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소아청소년의 비만은 더욱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으로 병원을 찾은 소아청소년은 3년 전인 2019년에 비해 1.9배가 증가했다. 고지혈증으로 치료를 받은 소아청소년은 같은 기간 2.3배가 늘었고 고혈압 치료를 받은 소아청소년은 1.5배, 당뇨로 치료받은 소아청소년은 1.3배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비만과 각종 성인병으로 진료받는 소아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것은 소아청소년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우려한다.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개발 

비만 인구의 증가는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미 CNBC 방송은 향후 전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비만치료제 분야가 2000억 달러(약 26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관련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고 유럽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쏟아지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글로벌 시장에 맞춰 비만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 2019년 1000억원을 돌파해 1341억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1757억원까지 확대됐다. 올해 2000억원을 넘어설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한미약품은 GLP-1 계열 후보물질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적응증을 비만치료제로 변경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글로벌 제약기업 사노피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던 신약후보 물질로 위고비와 같은 GLP-1 유사체다.

일동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경구제 'ID110521156'의 1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ID110521156은 GLP-1 호르몬과 동일한 기능을 갖는 신규 화합물로 펩타이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 기반 약물보다 저분자 형태로 물질 구조상 안정적인 것이 특징이다. 일동제약은 향후 비만치료제나 NASH(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개발 중이다.

동아ST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A-1726'를 개발하고 있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 물질로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기초대사량 증가로 체중 감소 효과가 기대되고 있어 동아ST는 빠른 시일 내 글로벌 임상 1상 IND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주사 형태의 비만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로 전환하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주사로 된 비만치료제가 환자의 통증 유발이나 2차 감염 우려, 의료폐기물 발생 등의 단점을 안고 있어 이를 패치 형태로 바꿔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체내 흡수율도 높이겠다는 것. 현재 대원제약이 개발 중인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는 임상 1상 IND이 진행 중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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