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자금의 소고
정부 R&D 자금의 소고
  • 김 위 겸임교수
  • 승인 2023.11.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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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와 관계없는 규정과 서류와 싸워야 하는 연구자들 안타까운 일
자기 급여 연구비에 책정해 쓰는 열정적인 연구자들의 실태 헤아려야
연구비 따내지 못하면 연구자는 그 분야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과학계에서 가장 화두가 되었던 건 바로 정부 R&D 자금에 대한 삭감이다. 사실 모르는 사람은 R&D 예산에 관심이 없고 설령 관심이 있더라도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물론 몇몇의 부도덕한 교수나 연구자들은 연구비에 부정 집행은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R&D 정부 예산을 쓰는 사람들은 결코 연구비를 낭비할 수가 없다. 오히려 자기 급여 중 일부를 연구비에 책정해 쓰고 연구에 열정적인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예산을 헛되이 쓰지 않는다.

▲정우성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구개발(R&D)예산 관련 현안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우성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구개발(R&D)예산 관련 현안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R&D와 정부예산
더구나 정부에서 제공되는 연구비를 집행하는 데 각 정부 기관이나 학교 혹은 기업에서 마음대로 비용을 쓰는 건 거의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보통 연구비는 직접비나 간접비 같은 여러 가지 항목으로 나눠서 상위 기관의 엄격한 관리 하에 집행한다. 장비를 하나 살 때도 그냥 사는 것이 아닌 몇몇 업체의 견적을 받고 제일 저렴한 곳에서 비용을 지불하거나 상위 기관이 비교해서 직접 연구비를 지출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하며 서류가 규격이 맞지 않을 경우 재작성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서류 작성도 100원짜리 물건을 사던 1,000만 원짜리 물건을 사던 동일한 과정을 거쳐야만 그 비용이 집행된다. 물론 이런 문제점 때문에 유명한 과학자들은 굳이 정부 R&D 자금에 목을 매지 않고 수많은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물론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신진 과학자, 기초 연구과학자, 미래에는 알 수 없지만 항 후 몇 십년간 산업에 전반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 그리고 대중에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는 있으나 위정자들이 보기에는 사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과학자들은 몇 천만 원 아니 몇 백만 원의 돈이라고 목술 걸고 따내려고 한다.

정부 R&D 자금을 따내기 위해 RFP로 불리는 과제제안요구서부터 책정된 예산을 따내기 위한 서류 제출, 그리고 발표까지 적게는 몇 대 일에서 많게는 몇 십 대 일이라 대한민국에서 머리 좋은 사람들끼리 경쟁하여 목숨줄 같은 연구비를 얻어 내려고 한다. 이 연구비를 따내지 못하면 연구자 혹은 교수들은 당연히 그 분야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아끼고 아껴서 연구를 지속적으로 영유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구비 집행의 어려움
물론 제한적인 연구비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연구는 연구자 혼자 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연구에 들어가는 재료비는 상당히 많이 든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세포에서 DNA를 뽑아내는 비용은 대략 백만 원 정도로 본다. 거기에 동물 실험 한번 하는 데 10마리 정도의 쥐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 쥐를 받자마자 실험이 하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 그 환경에 익숙하게 만든 다음 실험을 진행하며 실험에 맞게 음식물도 줘야 한다. 

동물 실험 전에 동물을 주문하고 관리하는 비용 자체가 몇 십만 원이 든다. 그래서 필자가 대학원에서 학위를 하고 있을 때 지도교수님께서 회의시간마다 동물 실험비용이 아닌 동물 관리비용만 억대 가깝게 든다고 잔소리를 할 정도였다. 이와 같이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분야에서 연구비를 깎는다면 당연히 연구가 축소되고 수십 번의 검증 실험 자체를 진행하기 힘들어져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성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연구비를 아끼려는 노력을 해 연구자 개인이 연과 환경을 개선시키는 건 상당히 한국사회에서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상당히 시장이 협소해 과학 선진국에서 중·고등학교 정도에서 쓰는 장비들을 한국은 대학교에서 쓰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부족한 한국은 장비 및 재료를 훨씬 비싼 가격에 그것도 직영점이 없다면 대행업체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연구자 본인이 발품을 팔아 해외에서 직구 하는 것 역시 상당히 힘든 작업이다. 일반 사기업이면 모르겠지만 해외에서 연구자 본인이 해외에서 연구비를 집행하는 신용카드로 연구 기자재를 산다면 구매 자료부터 통관에 필요한 서류 및 사용에 대한 증빙까지 해야 한다. 

국립대나 유명대학은 이런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 지원이 어느 정도 되고 있지만 많은 대학들이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 과제를 집행하는 데 있어 그 비용을 아끼려는 노력마저 행정적으로 막아 놨다. 

▲정부 R&D 자금을 따내기 위해 RFP로 불리는 과제제안요구서부터 책정된 예산을 따내기 위한 서류 제출, 그리고 발표까지 적게는 몇 대 일에서 많게는 몇 십 대 일이라 대한민국에서 머리 좋은 사람들끼리 경쟁하여 목숨줄 같은 연구비를 얻어 내려고 한다. (사진/픽사베이)
▲정부 R&D 자금을 따내기 위해 RFP로 불리는 과제제안요구서부터 책정된 예산을 따내기 위한 서류 제출, 그리고 발표까지 적게는 몇 대 일에서 많게는 몇 십 대 일이라 대한민국에서 머리 좋은 사람들끼리 경쟁하여 목숨줄 같은 연구비를 얻어 내려고 한다. (사진/픽사베이)

정부 R&D 비용을 받는 방법
예를 들어 해외학회를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 숙박, 식사 그리고 이동비용 대한 구체적인 연구비 규정에 포함돼 있다. 각 나라마다 그 물가 상황에 고려해서 1일에 소모되는 비용을 규정으로 정해 놨다. 문제는 규정보다 훨씬 적게 쓸 경우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관리 기관에서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즉, A라는 연구자가 홍콩에 학회 참석으로 4박 5일을 200만원이라는 경비로 갔다 왔고 B라는 연구자는 제일 저렴한 항공권에 학회장 근처에 만 원 정도의 16인실에 숙소에 체류하며 매일 식사는 학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식대로 일정을 30만 원 정도에 소화했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건 A라는 연구자가 아니라 B라는 연구자가 된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규정에 맞지 않게 너무 적게 출장비를 지출했다는 것이다. 

사실 예산을 쓰는 연구자라면 줄일 수 있는 경비를 줄여 그 비용을 연구에 직접 필요한 지출에 쓸려고 한다. 연구에 필요한 비용이 업체들끼리 담합에 의한 단가 올리기도 아니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아닌 것인데 규정이라는 명분하에 쓸데없는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물론 예산을 편성하는 정부기관의 당사자들도 이해는 된다. 어떻게든 많은 예산을 타내기 위한 방법이긴 하나 이것을 연구자에게 부담시키는 것 또한 옳은 선택으로 볼 수 없다. 이런 연구비를 집행하는 정부기관의 쓸데없는 낭비 때문에 행정절차는 그대로인데 연구비를 잘못 쓴다는 오명으로 인한 연구비 삭감과 과학 카르텔이라는 기분 나쁜 결과 값을 가져 왔다.

어처구니없는 연구자 책임론
R&D 예산에 대한 연구 환경을 단순히 기기 한 대만 가져도 놓으면 연구가 된다는 사고방식을 위정자들은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게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음 분야도 많다. R&D 예산은 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연구 환경과 쓸데없는 규정과 서류와의 싸움 때문에 만들어 진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도 예산과 싸워가며 한 푼이라도 아끼는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R&D 예산 삭감이라는 정부의 오판 하에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김 위 겸임교수 yesteria@ajou.ac.kr

김 위 겸임교수

현 아주대학교 의용공학과 겸임교수
전 대우전자 미주법인 자문위원
University of Calgary 의과대학 석사
York University 생물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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