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전 세계 화산 '꿈틀'...불의 고리 움직인다
【기후환경】 전 세계 화산 '꿈틀'...불의 고리 움직인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11.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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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러시아 캄차카 반도 화산 연속 폭발 포착
환태평양 조산대, 이른바 불의 고리가 움직인다
올해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클류체브스코이 화산과 베지미안니 화산, 시벨루치 화산 등이 연이어 분화했다. (사진/픽사베이)
올해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클류체브스코이 화산과 베지미안니 화산, 시벨루치 화산 등이 연이어 분화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올해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클류체브스코이 화산과 베지미안니 화산, 시벨루치 화산 등이 연이어 분화했다.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캄차카 반도의 화산들은 물론 불의 고리에 속한 다른 화산들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 화산 연이어 분화

세계에서 가장 활동이 왕성한 화산 중 한 곳인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클류체브스코이 화산이 폭발했다. 지난 6월 분화를 시작한 클류체브스코이 화산은 10월 11일부터 활동이 활발해졌고 지난 1일 폭발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폭발로 화산재 기둥이 14km 높이까지 치솟았고 화산이 분출된 막대한 양의 화산재는 동남동쪽 1500km까지 퍼져나갔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지부 화산·지진학연구소는 이후에도 최대 10~12km 높이의 화산재 폭발이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클류체브스코이는 분화구가 해발 4800m에 위치한 활화산으로 유라시아 지역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주민 4만5000명이 살고 있는 우스트-캅차츠카 지역의 클류치 마을에서 약 30km에 인접한 클류체브스코이 화산 폭발로 러시아는 인근 지역에 경계 경보를 발령했다. 하늘에도 비상이 걸렸다. 화산재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캄차카 반도 상공에는 항공기 운항 위험을 알리는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앞서 지난 4월 8일에는 캄차카 반도의 베지미안니 화산이 분화해 당시 화산재는 상공 10km 넘게 치솟았다. 이어 3일 뒤인 4월 11일에는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시벨루치 화산이 분화하기도 했다. 시벨루치 화산 분화로 화산재가 해수면 20km 상공까지 치솟았고 화산재는 시벨루치 화산 북서쪽으로 500km 떨어진 지점까지 퍼졌다. 이로 인해 시벨루치 화산 남쪽으로 50km에 위치한 클류치 마을에는 10cm 이상의 화산재가 쌓였다.

올해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화산이 연이어 분화하면서 불의 고리인 환태평양 조산대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불의 고리는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 활동이 겹친 동그란 원 모양으로 이뤄진 환태평양 조산대를 말한다. 서쪽의 일본·대만·동남아와 북쪽의 러시아 캄차카와 미국의 알래스카, 동쪽의 미주 대륙 서부와 남미 해안 지역, 뉴질랜드 등 태평양 연안지역 등을 잇는 불의 고리에는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의 75%가 몰려있다.

또 불의 고리는 지각을 덮고 있는 여러 판들 중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과 인도-호주판 등과 맞물리는 경계선에 놓여 있어 전 세계 지진의 80~90%가 발생하는 곳이다. 약 4만km의 불의 고리에는 일본과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칠레, 멕시코, 미국 서부, 캐나다 서부, 중앙아메리카 전 지역, 뉴질랜드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와 중국 남부, 홍콩 및 마카오,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호주 등 간접 영향권에 있다. 

화산 분화로 분출된 화산재는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사진/픽사베이)
화산 분화로 분출된 화산재는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사진/픽사베이)

세계 곳곳에서도 화산 분화 포착

불의 고리에 놓인 다른 화산들의 분화도 포착됐다. 지난 3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므라피 화산이 폭발했다. 므라피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최고 3km 높이까지 솟구쳤고 용암이 경사면을 타고 반경 1.5km까지 흘렀다. 불의 고리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의 활화산은 120여개에 달하고 이 중 가장 활발한 므라피 화산은 1930년 대폭발 이후 2010년에도 폭발한 바 있다. 

또 지난 6월 10일 필리핀에서 가장 화산활동이 활발한 마욘 화산에서 과열된 가스와 잔해, 암석 등이 분출됐다. 이로 인해 인근 2km 지역에 암석 비가 쏟아졌고 이산화황 1205t이 배출됐다. 이후 11일에는 마욘 화산에서 결국 용암이 분출돼 남동쪽 계곡으로 흘려내렸고 마욘 화산 분화구 반경 6km 내 주민 1만2000여명이 대피했다. 역시 불의 고리에 위치한 마욘 화산은 지난 400년간 50여 차례 폭발한 활화산이다. 

지난 1월과 6월, 9월에는 미국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용암이 분출됐다. 킬라우에아 화산 역시 불의 고리에 속한 활화산으로 지난달 4일에는 약 320차례의 지진이 포착된 바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 하와이 화산 관측소에 따르면 킬라우에아 정상 칼데라 남쪽의 지표면 아래 최대 3.2km 깊이에서 지진군이 발생했다. 이에 당국은 화산 경보 수준을 높이고 킬라우에아 분화구를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서기 1세기 폼페이를 몰락시켰던 베수비오 화산이 포함된 이탈리아에서도 지난 8월부터 수천 번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서쪽으로 약 13km 떨어진 포추올리 지역에는 8~10월 사이 2500번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포추올리 주변 저지대에는 분화구 군집인 칼피 플레그레이가 있다. 칼피 플레그레이에는 12개 이상의 원뿔형 화산과 분화구가 있는데 폭발할 경우 베수비오 화산 등 슈퍼 화산 20여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일본 정부가 9년 만에 후지산 대피 계획을 손보면서 후지산 분화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일본 정부가 9년 만에 후지산 대피 계획을 손보면서 후지산 분화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화산 폭발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이처럼 불의 고리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화산재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화산이 연이어 폭발하면서 분출된 화산재는 인공위성에서 포착될 정도의 위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화산 폭발로 인해 기온이 내려가는 등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산 폭발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유황가스와 유독물질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화산재다.

화산 폭발로 나온 화산재는 크기가 1마이크론 이하인 고체 입자의 현탁액으로 최대 50km 상공까지 올라가 대기를 뒤덮는다. 화산재는 햇빛을 가리게 되고 지구로 오는 태양열이 줄어들면서 이상 저온 현상이 발생한다. 과거 사례를 봐도 지난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 폭발하고 난 뒤 지구 기온이 내려가면서 전 세계가 피해를 봤다. 미국과 유럽 등이 냉해 피해로 식량 부족에 시달렸고 전염병이 돌았다. 화산재와 유황가스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도 극심했다. 화산 폭발로 인해 이듬해인 1816년 유럽은 여름이 없는 해가 됐고 미국은 1819년 대공황에 내몰렸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하고 난 뒤에는 1993년까지 약 15개월간 아황산가스가 성층권에 머물며 황산이 물방울로 바뀌어 지구를 덮었다. 이 물방울이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의 기온이 약 0.5도 낮아졌다. 지난해 1월 폭발한 남태평양의 해저 화산인 통가 화산 폭발로 인해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가스, 수증기 등이 불출되면서 대기 중 오존이 지역에 따라 50~60%가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한편, 불의 고리에 속한 화산들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최근 일본 남동쪽에 위치한 화산섬 이오섬 앞바다에는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마그마가 섬을 만드는 일도 있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오섬 남쪽 앞바다 1km 부근에서 분화가 일어나면서 암석이 쌓여 섬이 만들어졌고 전문가들은 분화가 계속될 경우 섬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활동 중인 활화산 800개 중 10%가 몰려 있고 일각에서는 후지산 폭발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 3월 일본 정부가 후지산 대피 계획을 9년 만에 전면 수정하면서 후지산 폭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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