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LG에너지솔루션-포드 합작법인 철회한 까닭
【글로벌 전기차】 LG에너지솔루션-포드 합작법인 철회한 까닭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11.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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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합작법인 발표 후 9개월 만에 철회 배경 주목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장착된 포드 전기차. 사진은 지난 3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인터배터리를 찾은 관람객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포드와 루시드 에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장착된 포드 전기차. 사진은 지난 3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인터배터리를 찾은 관람객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포드와 루시드 에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가 튀르키예에 설립하기로 했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2월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한지 불과 9개월 만에 철회가 결정되면서 철회 배경이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포드 합작법인 철회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코치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 코치 3사가 튀르키예에 설립하기로 했던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2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와 튀르키예 최대 그룹인 코치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튀르키예에 설립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으로 선정된 3사의 배터리 공장은 2026년까지 연간 약 25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향후 생산량은 45GWh까지 늘린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이를 통해 주로 유럽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에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은 물론 북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포드의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었다. 

당시 코치그룹은 해당 투자가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튀르키예가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 우위를 선점할 것을 기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유럽 전기차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현재 연간 20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에 튀르키예 법인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봤었다.

포드 역시 코치그룹이나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유럽 시장 선점을 위한 베이스캠프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3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전기차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런 대규모 투자로 인해 포드는 오는 2026년까지 전 세계에 2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2023 전기자동차 실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소방대원들이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2023 전기자동차 실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소방대원들이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위축

하지만 이번 합작법인 철회 결정으로 3사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법인 철회와 관련해 최근 소비자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고려하면 튀르키예에 건설 예정이었던 배터리셀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에 상호 동의했다며 철회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최근 전기차의 인기가 시들하다는 전기차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전기차는 화석연료를 대체하자는 전 세계적 추세와 맞물려 미래 운송 수단으로 인기를 모아왔다. 그러나 화석연료 전환 움직임이 예상보다 더디고 전기차의 높은 충전 비용, 충전 인프라 부족, 급변하는 보조금 정책, 전기차 화재 사고, 중고 거래 시세 부진 등의 이유로 전기차 수요 활성화의 발목을 잡았다.

국토부가 발표한 올해 2분기였던 6월말 기준 전기·수소·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자동차 누적등록 대수를 보면 하이브리드차가 134만6821대로 가장 많았고 전기차는 46만4928대에 불과했다. 수소차는 3만2484대다. 이 중 전기차의 경우 신규 등록 대수가 2만8000대로 전 분기 대비 11.2%(3000대)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국내 주요 지역의 전기차 보조금은 아직 절반도 소진되지 않는 등 전기차 보조금이 남아도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를 타고 있는 차주들의 불안도 크다. 지난 10월 국감기간 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중 11.6%에 달하는 4만5212대는 공단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배터리 상태의 진단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BMS는 배터리의 전류와 전압, 온도 등 모든 상태를 모니터링해 최적의 성능을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 GM 등 국내 완성차 기업의 경우 BMS를 공개해 교통안전공단 소속 검사소와 민간 검사소 등에서 배터리를 점검받을 수 있지만 수입 완성차 기업 대부분은 보안상의 이유로 BMS를 공개하지 않아 배터리 상태를 알 수가 없다. 이는 전기차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테슬라 등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관련 투자를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등 속도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사진/픽사베이)
테슬라 등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관련 투자를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등 속도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사진/픽사베이)

완성차 업체, 전기차 관련 속도조절

이런 이유로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속도 조절을 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포드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기차 투자 중 일부를 연기하기로 했다. 포드가 기존에 계획했던 전기차·배터리 투자액은 500억 달러(약 66조원)이다. 하지만 포드는 이 중 120억 달러의 투자를 연기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 철회는 물론 SK온과 합작법인인 미국 켄터키주 2공장 가동 시점도 2026년 이후로 미뤄졌다. 

GM 역시 전기차 산업에 대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주 스프리힝의 배터리 공장을 올해 연말 가동하려했던 계획을 변경해 내년 초로 연기했다. 또 전기 픽업트럭을 양산하기로 예정됐던 미시간주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도 당초보다 1년 연기된 2025년 이후로 미뤘다.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하기 위한 혼다와의 공동 프로젝트는 전면 취소됐다. 

폭스바겐은 올해 착공이 예정됐던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을 전면 취소했다. 그러면서 모든 프로젝트와 투자의 시행 가능성을 점검하겠다면서 전기차 관련 투자 축소를 시사했다. 여기에 당초 전기차 관련 직원 규모를 2026년까지 1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변경해 소프트웨어 부문 자회사인 카리아드의 인력 2000명을 줄이는 등 잔뜩 몸을 움츠렸다. 

테슬라도 지난 3분기 실적에서 전기차 수요 위축을 우려했다.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테슬라의 회복력을 강조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올해에는 멕시코 공장에 힘을 쏟기 전 세계 경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현재 테슬라가 내년 중 가동을 예정했던 멕시코 기가팩토리가 1년 연기된 2025년에 가동될 것이 예상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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